국민연금 '벤치마크' 변경 착수…코스닥 수혜?

입력 2020-05-07 17:14   수정 2020-05-08 11:36

2018년 11월 7일 코스닥시장에서 컴투스 나스미디어 등이 줄줄이 하한가로 추락했다. 연기금이 이날 코스닥에서만 1326억원어치를 순매도한 영향이었다. 코스닥 주식을 팔고 삼성전자 등 대형주로 갈아탄 국민연금이 중심에 있었다. 국민연금이 위탁운용사를 바꾸면서 포트폴리오 조정이 이뤄지자 불어닥친 후폭풍이었다. 때마침 국민연금의 새 기금운용본부장이 대형 우량주를 선호한다는 소문까지 퍼지면서 일부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들도 따라서 매도에 나서 파장은 커졌다. 국내 주식시장에서 120조원 이상을 굴리는 ‘큰손’ 국민연금의 힘을 보여주는 사례다.

국민연금이 주식운용의 기준으로 삼는 벤치마크 지수를 손질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유가증권 우량주로 이뤄진 코스피200만으로는 투자수익 극대화와 안정성을 동시에 추구하기 어려워졌다고 판단했다. 그동안 소외됐던 코스닥 우량주가 수혜를 볼 것이란 기대가 확산되고 있다.


상반기 벤치마크 개편 용역사 선정

7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최근 국내주식 벤치마크 지수를 새롭게 산출할 기관 선정작업에 착수했다. 내달 말까지 용역 기관을 선정한 뒤 연구와 국민연금 내부 논의를 거쳐 늦어도 내년 상반기에는 새 벤치마크를 확정할 계획이다. 벤치마크는 목표수익률을 정할 때 추종하는 표본 지수로, 펀드의 운용성과를 측정·평가하는 잣대로 쓰인다.

국민연금은 20년 넘게 코스피200을 패시브 투자의 벤치마크로 쓰고 있다. 펀드매니저가 개입하는 액티브 투자의 경우 국민연금이 직접 운용할 때는 코스피200을 쓰고, 위탁 운용에선 코스피지수와 코스닥100을 혼합해 사용한다.

국민연금이 새 벤치마크 지수 개발에 나선 이유는 4차 산업혁명 등 기술혁신 여파로 국내 산업이 재편되고 있는 상황에서 투자 대상이 유가증권 대형주에 치우쳐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유가증권시장 대형주 위주로만 투자하다 보니 초과수익을 내기 어렵다는 평가도 있다.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 등은 수년 전부터 국민연금이 코스닥시장 활성화를 위해 벤치마크 조정에 나서줄 것을 요청해왔다. 한국거래소가 2018년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 우량주 300종목으로 구성한 KRX300을 개발해 국민연금에 벤치마크로 활용해줄 것을 공식적으로 요청했으나 국민연금은 거절했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기금의 자산규모를 감안해 투자 가능한 합리적인 벤치마크를 설정해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는 커스텀 지수를 산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코스닥 대형주에 기회될까

국민연금 투자 대상에 4차 산업혁명 관련주가 편입되면 이들 종목의 변동성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전망이다. 코스닥시장까지 넓힌다면 평소 주가 변동폭이 큰 소부장주, 바이오주, 5세대(5G) 이동통신 관련주가 주요 수혜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코스닥시장은 장기 투자를 하는 사람이 많지 않다는 게 큰 단점”이라며 “국민연금이 들어오면 안정성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코스닥 투자에 대한 회의적 전망도 만만치 않다. 조용준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지금 코스닥시장은 위험(리스크)이 지나치게 큰 종목이 많아 국민 노후자금을 굴리는 국민연금이 투자하기에는 적합하지 않다”며 “우량한 코스닥 기업이 다 유가증권시장으로 넘어오고 있기 때문에 유가증권시장에서 4차 산업혁명 관련주 투자를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황정환/양병훈 기자 j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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