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정환의 모험자본 포커스] 코로나 대유행에도 사모펀드들이 스포츠 산업에 투자하는 이유

입력 2020-05-08 09:38  

≪이 기사는 05월08일(07:02)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스포츠 산업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대유행으로 직격탄을 맞은 대표적인 산업 중 하나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이뤄진 봉쇄조치(lockdown·락다운)과 사회적 거리두기로 리그가 중단되면서 입장권 및 중계권료, 관련 상품 매출이 뚝 떨어졌기 때문입니다.이에 많은 스포츠 구단들과 리그들이 자금난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사모펀드(PEF)들은 이 틈을 ‘기회’로 보고 있습니다.

파이낸셜타임즈 등 외신에 따르면 글로벌 사모펀드인 CVC캐피탈파트너스(CVC)와 블랙스톤은 이탈리아의 최상위 프로축구 리그인 세리에A에 대한 지분 투자를 검토하고 있습니다. CVC는 세리에A 전체 가치를 100억 유로(약 13조원)으로 보고 지분 20%를 20억 유로에 인수하는 안을 검토 중입니다. 블랙스톤은 지분 투자와 더불어 별도의 대출까지 제공한다는 안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사실 사모펀드들의 스포츠 산업 투자는 코로나19 이전부터 이어져왔습니다. 이번 세리에A 투자에 나선 CVC는 오랜 기간 스포츠 산업에 투자해온 운용사로 알려져 있습니다. CVC는 2006년 포뮬러1(F1) 자동차 경주 대회를 운영하는 F1그룹을 20억 달러에 인수해 2016년 미국 미디어 그룹 리버티미디어에 44억 달러에 매각하며 큰 수입을 얻은 바 있습니다. 2012년 블랙록 등 투자자들에게 일부 지분을 매각해 16억 달러를 회수했던 것을 감안하면 10년 만에 배당 등을 제외한 지분 매각으로만 원금의 2배의 수익을 낸 셈입니다.

CVC는 지난 해 12월엔 국제축구연명(FIFA), 레알마드리드 등과 함께 현재 7개 클럽팀이 참가하는 피파 클럽 월드컵을 24개 팀으로 확대하는 새로운 국제 축구대회 신설을 위한 투자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습니다. 그 외에도 현재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 PIF가 영국 프리미어 리그 클럽팀인 뉴캐슬 유나이티드 인수를 추진 중이고, 지난해 11월엔 미국의 대형 사모펀드 실버레이크가 프리미어 리그 명문팀인 맨체스터시티 지분 10%를 5억 달러에 인수하기도 했습니다. 그 외에도 현재 럭비 국가 대항전인 챔피언쉽을 주관하는 식스네이션스를 비롯해 뉴욕 메츠 등 미국 메이저리그 야구팀, 유럽 내 다수의 프로축구팀과 F1레이싱팀 등이 매각 또는 투자 유치를 위해 사모펀드 등 투자자들과 접촉 중입니다.

미국에선 미국 프로스포츠 팀과 유럽 내 축구팀의 소수 지분에 전략적으로 투자하는 펀드도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사모펀드 및 프로스포츠팀 임원들이 설립한 신생 사모펀드 악토스(Arctos) 스포츠 파트너스는 최근 10억~15억 달러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고 있습니다. 스포티코 등에 따르면 미국 NBA 농구팀 샌안토니오 스퍼스가 이 펀드의 첫 투자 물망에 오르고 있습니다.

기업을 싸게 인수한 뒤 기업가치를 높여 매각하는 사모펀드들이 스포츠 산업에 눈독을 들이는 이유는 그만큼 시장의 확장성을 높게 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포브스에 따르면 글로벌 스포츠 산업은 연간 5%대의 높은 성장률을 보이고 있습니다. 전체 규모는 전 세계적으로 약 1500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됩니다. 사모펀드들이 스포츠 리그나 구단에 투자하는 주된 이유 중 하나로 꼽히는 중계권 시장은 전통적인 매체인 TV를 넘어 유튜브와 넷플릭스 등 새로운 미디어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하나의 콘텐츠를 다양한 매체를 통해 유통시키는 원 소스 멀티 유즈(One source multi-use, OSMU)을 통해 수익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기술적 환경이 갖춰진 것입니다.

오랜 역사만큼 전통적인 가족 경영 등으로 변화에 둔감한 구단이 여전히 많아 재무적 관점에서 조금만 손을 봐도 기업가치를 높일 수 있는 영역이라는 점도 사모펀드들이 꾸준히 스포츠산업에 관심을 기울이는 이유입니다. 그간 사모펀드 투자에 대해 부정적이었던 구단 소유주들의 인식이 바뀌고 있는 것도 또 다른 요인입니다. 신인 드래프트 등을 통해 유망주를 선발하고, 프랜차이즈 스타로 키워 우승에 도전하는 것이 아니라 외부 자금 수혈을 통해 검증된 슈퍼 스타를 영입해 우승에 도전하는 것이 트렌드가 되면서 구단들이 외부 투자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입니다.


이 같은 흐름은 한국 스포츠 산업과 투자자들에게도 기회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코로나19의 대유행으로 미국, 유럽 등의 최고 스포츠 리그들이 모두 멈춘 가운데 변방으로 치부되던 한국프로야구(KBO)의 개막이 전 세계적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 ESPN이 한국 야구를 생중계하면서 한국 타자들이 타격 후 배트를 던지는 ‘빠던’(빠따 던지기·배트 플립)이 미국 야구 팬들의 시선을 사로잡았고, 이들은 유튜브를 통해 한국 야구 영상을 찾아보며 한국 야구의 인지도는 전례 없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관중 없는 경기임에도 시청자가 늘면서 야구장에 광고를 했거나 구단을 운영중인 기업들이 반사 효과를 누리고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그간 인터넷 통신망의 발전이나, 유튜브 등 뉴미디어의 성장은 전 세계 스포츠팬들의 이목을 유럽 축구 리그나 미국 메이저리그, NBA등 최고 리그에만 집중시켜 소수의 유명 리그는 갈수록 성장하고, 변방국 리그는 쇠락시키는 빈익빈부익부 현상을 가져오는 것으로 여겨져 왔습니다. 실제 한국의 축구, 농구 리그는 인터넷 중계가 활성화된 2000년대 이후 몰락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물론 KBO의 인기 역시 코로나19로 인한 일시적인 관심이라는 비판적인 시선도 적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보다는 유튜브를 통해 인지도를 높이며 성장해 변방의 서브컬쳐로 취급됐던 K팝을 하나의 장르로 자리잡게 한 방탄소년단(BTS),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에 방영되며 좀비 드라마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은 ‘킹덤’처럼 한국 스포츠 산업도 변화 속에서 가능성을 찾을 수 있다는 분석이 보다 타당해보입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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