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은 공급"…코로나에도 미국 집값 오른 이유 [조재길의 경제산책]

입력 2020-05-08 09:55   수정 2020-05-08 10:03


월스트리트저널에 최근 흥미로운 기사가 실렸습니다. 제목은 ‘코로나19에도 집값이 오르는 이유’(Why Home Prices Are Rising During the Pandemic)입니다. 전염병 확산 속 경기 위축이 심화하고 있는데도 미국 집값은 계속 상승하는 게 이상하다는 겁니다.

전미중개사협회(National Association of Realtors)에 따르면 올해 3월 미국 주택의 중간값은 28만600달러(3억4261만원)로, 작년 동기 대비 8% 급등했습니다.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아 구매 수요가 위축됐고 주택 매매 역시 전달 대비 8.5% 줄었으나 공급량이 더 빠르게 감소한 데 따른 결과라는 분석입니다.

미국에서 매물로 나온 주택 수는 5년 래 최저치를 기록 중입니다. 지난 몇 년 간 신규 주택 공급이 꾸준히 감소했기 때문이죠.

미국 부동산 정보회사인 질로우의 스카일러 올슨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주택 수요 측면에서 시장이 충격을 받았지만 공급 위축 역시 마찬가지였던 게 집값 상승의 원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물론 시간이 좀 더 지나면 미국 주택 가격은 하락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많습니다. 불경기엔 집값도 떨어지기 마련인데, 미국에서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기 부진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어서죠.

미국의 코로나19 확진자 수(7일 기준 약 130만명)는 전세계 감염자(390만명)의 3분의 1에 달합니다. 여전히 매일 2000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하고 있을 정도로 큰 타격을 입고 있지요. 질로우는 “미국 집값이 올해 2~3% 하락했다가 내년에 다시 회복 반전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핵심은 “집값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요인이 공급”이란 겁니다.

우리 정부는 수 년간 이런 점을 간과해 왔습니다. 현 정부 들어 거의 스무 차례나 부동산 대책을 내놨는데도 약발이 먹히지 않았던 배경이기도 합니다. 그동안의 대책은 보유세 및 양도세 인상, 분양가 규제, 대출 억제, 부동산자금 출처 조사 강화 등이었습니다. 수요 통제에만 초점이 맞춰졌지요.

이 와중에 서울 지역의 주택 보급률은 되레 악화했습니다. 오피스텔까지 포함한 주택 보급률은 작년 기준 95.9%로, 전년 대비 0.4%포인트 감소했습니다. 서울에서 매년 인구가 순유출(작년에만 -5만명)되고 있는데도 주택 보급률이 떨어진 건 1·2인가구 증가세가 더 가팔랐기 때문이죠. 특히 선호도가 높은 ‘신규 아파트’는 턱없이 부족합니다.

정부가 엊그제 서울 용산에 8000가구 규모의 미니 신도시를 건설하고 재건축 제한을 완화하는 내용의 공급 대책을 내놓은 것은 늦었지만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공급 확대 정책이 나온 건 이번 정부에서 사실상 처음이었죠. 현 정부 들어 약 40% 급등한 서울 집값을 잡고 싶다면, “앞으로 요지에서도 공급이 많이 늘어날 것”이란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던져야 합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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