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 생태계' 붕괴를 막으려면?

입력 2020-05-18 13:20   수정 2020-05-19 08:50

[05월 18일(13:20) '모바일한경'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모바일한경 기사 더보기 ▶




(최진순 디지털라이브부 기자) 2011년 3월 <뉴욕타임스>는 '종량제' 구독모델을 도입했다. 당시 월 최대 20개의 기사만 무료로 읽을 수 있었다. 2020년 4월말 현재 약 600만명의 디지털 가입자를 확보했다. 4년 전 100만명에 비해 6배나 증가했다. 2013년 <워싱턴포스트>, 2014년 <뉴요커> 등 대부분의 미국 유력 언론사들도 뉴스 유료화를 잇따라 도입했다. 유료화는 양질의 저널리즘과 닿아 있다. 좋은 뉴스가 곧 좋은 비즈니스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

미국 뉴스 전문 텔레비전 방송사 CNN과 폭스 뉴스(Fox News)처럼 월 평균 1억명 이상의 방문자를 끌어들이는 뉴스 사이트는 온라인 광고를 유치하는 쪽이다. 그러나 이러한 뉴스 미디어 기업은 종종 뉴스의 '상업화'가 비판의 도마 위에 오른다. '깊이'보다는 '속도'를 우선적으로 놓기 때문이다.

반면 국내 언론사들은 '뉴스 유료화' 즉, 디지털 구독 모델을 본격적으로 도입한 곳이 없다. 대다수는 네이버, 다음(카카오) 등 포털사이트와 소셜미디어를 통해 무료로 배포한다. 언론사들은 포털사업자를 통해 전재료와 광고수익 분배 형식으로 뉴스 제공 대가를 받고 있으나 '헐값'과 '종속' 논란은 여전하다. 더 큰 문제는 언론사가 포털에 배포하는 온라인 뉴스의 수준이다. 이들 뉴스가 부정확하고 선정적이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 코로나19 사태와 4·15 총선 과정에서는 극단적인 유튜브 채널을 둘러싼 사회적 논쟁이 다시 일어났다. 이들이 '가짜뉴스'의 온상인 만큼 강한 규제와 처벌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언론자유'의 근간을 훼손하지 않고 사회적 책임성을 부여하는 과제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이런 가운데 일부 독립적인 인터넷 신문의 차별화한 관점과 유튜브 채널의 자유로운 콘텐츠 그리고 시민의 현명한 뉴스소비가 돋보였다는 진단도 나왔다. 한쪽으로 치우친 기존 언론지형을 벗어나 다양한 시각과 '진짜' 여론을 드러냈다는 것이다. 이를 주류 언론의 어젠다가 먹히지 않은 이번 총선 결과와 결부시키기도 한다. 이들의 존재로 언론지형이 그나마 '균형'을 이뤘다는 평가다.

'편향'의 뉴스는 소수의 지지자들을 짧은 시간 동안 열광시킬 수는 있으나 실제 현실에 영향을 미치지도 못할 뿐 아니라 현명한 독자들의 외면을 받는다. 따라서 신뢰의 뉴스를 찾는 독자들에 호응하는 것이 뉴스조직에도 이롭다. 진영논리를 떠나 누가 봐도 공감할 수 있는 우수한 논평과 통찰이 담긴 뉴스를 생산하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장점이 되는 생태계다.

현재 가짜 뉴스 소란과 뉴스 소비 행태 변화의 중심에는 루머, 선동, 허위 등이 만연한 '정보 생태계'의 위기가 자리잡고 있다. 미국, 유럽에서는 최고 품질의 뉴스를 지불장벽(paywall)의 뒤에 두는 것을 비판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양질의 정보를 쉽게 구할 수 없다면 여론질서가 위태로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잘 사는 특정 계층만 최고의 정보를 볼 수 있는 것은 온당한가? 공동체가 위기에 직면했을 때 정작 진실된 정보는 갇혀 있고 왜곡된 정보는 퍼뜨려진다면 사회 혼란이 걷잡을 수 없이 번지는 것은 시간문제다. 코로나19처럼 대형 재난 상황에서 구미권 주요 언론사들이 지불장벽을 내리고 관련 뉴스를 무료로 풀고 있는 것도 이를 고려한 것이다.

<뉴욕타임스> 기자를 거쳐 <허핑턴포스트> 편집장을 맡고 있는 리디아 폴그린 (Lydia Polgreen)은 최근 가디언 기고문에서 이런 '정보 생태계'의 손상을 우려했다. 폴그린 편집장은 "디지털 혁명은 모든 사람을 선전자로 만들었다. 또 (대부분의 광고비를 챙겨가는 IT플랫폼으로 인해) 양질의 뉴스를 제공하는 언론사는 위기에 처했다"고 진단했다.

무료로 뉴스를 제공하는 <가디언>은 저널리즘 후원 프로그램으로 광고매출 하락을 피해갔다. <워싱턴포스트>의 제프 베이조스처럼 새로운 구원투수가 나타나기도 했다. 하지만 언론계에서 이런 장면은 드문 만큼 양질의 정보를 지속적으로 제공하는 과제는 여전하다. 코로나19로 지역신문과 전문지들의 타격이 현실화 하는 국내 상황과 비슷하다.

정보 생태계의 붕괴는 사회의 다양한 시스템에도 균열을 일으킨다. 코로나19 관련 가짜 뉴스는 정상적인 언론사가 다루는 뉴스보다 더 많이, 더 빠르게 번져갔다. 이런 악의적인 정보(mal-information)는 사람과 정부(제도)에 대한 신뢰를 순식간에 잃게 만든다. 경제와 비즈니스도 위협을 받는다. 많은 기업은 나쁜 정보에 노출돼 있으며 소비자들은 사실을 혼돈함으로써 불필요한 비용을 지출하고 있다.

사실 관계를 회복하기까지는 일정한 시간이 필요하다. 게다가 플랫폼은 누구도 제대로 모르는 기준으로 '알고리즘'을 설계해 '순응'을 강요한다. 핵, 기후변화, 환경오염 등은 인간의 환경-삶의 인프라를 위협한다. 이를 개선하려면 사람들이 자신의 세계에 대한 신뢰할 수 있는 정보, 즉 사실 정보가 풍부하게 있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다. 오보(misinformation)의 확산, 뉴스 사막(news deserts)의 확장, 가짜 뉴스(fake news;disinformation), 악의적인 정보(mal-information)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더 이상 언론에 의해 다뤄지지 않는 지역사회를 의미하는 '뉴스 사막(news deserts)'이 미국에서만 1300곳이나 된다는 연구도 나왔다.

송경재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학술연구교수는 '정보소비의 양극화'를 우려했다. "세계적인 언론사가 채택하는 뉴스 유료화는 좋은 디지털 비즈니스 모델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공공적 접근성이 제한된다는 문제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소수의 사람들이 고급 정보를 독점하고 보통 사람들 특히 빈민층일수록 좋은 정보로부터 소외되고 가짜뉴스에는 더 빨리 흡수되는 현실을 지적한 것이다.

이를 예방하려면 먼저 대량의 뉴스를 만들고 유통하는 언론사 내부에서 뉴스 가치와 질을 평가해 '공공성'이 있는 뉴스는 무료로 제공해야 한다. '지불장벽'이 거의 없는 한국언론의 경우 '팩트체크'처럼 정확한 뉴스를 제공하는 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뉴스조직 내부에서 보도평가를 하는 기구를 두고 공정성 정확성 등을 높이는 문화를 정착시켜야 한다.

정보생태계 붕괴를 막기 위해서는 개별 언론사 단위의 노력만으로는 부족하다. 송 교수는 "신문법 지역신문발전법 등 기존 법제도의 지원을 현실화해야 한다. 가령 5년 단위의 '지원일몰제'를 도입해 언론지원제도의 방향성 실효성을 계속 정립해가야 한다"고 말했다. '저신뢰언론'을 바라보는 곱지 않은 시선을 고려할 때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재정지원은 엄정하고 구체적이어야 한다는 의미다. 예를 들면 글로벌(다국어) 여성 장애인 소외계층 (전통)문화 등 공공성이 강한 전문매체 혹은 콘텐츠를 우선 선별 지원하는 과제가 시급하다.

대형 언론사보다는 중소규모의 언론사, 전국지보다는 지역신문이 언제 문을 닫을지 모르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정보 생태계'가 무너지면 민주주의의 위기로 연결된다. 정보 생태계의 건강성을 유지할 수 있는 근본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 (끝) / soon6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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