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도강 오르면 끝물이라더니…엇갈리는 집값·벌어지는 호가

입력 2020-05-17 09:23   수정 2020-05-17 09:26


서울 강북권의 대표적인 거주지인 노원 도봉 강북 등 노도강 지역의 집값이 혼조세를 보이고 있다. 대장 아파트트들은 약세를 보이는 반면, 낡은 아파트들은 오히려 신고가를 기록하고 있다. 시장의 흐름이 뚜렷하지 않자 나와 있는 매물들의 호가는 하루가 멀다하고 조정되고 있다.

17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5월2주(5월11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는 0.04% 하락한 가운데, 도봉(-0.02%)ㆍ강북구(-0.01%)도 떨어졌다. 이는 약 10개월 만에 하락 전환된 것이다. 노원구는 지난달 하락 전환된 후 매주 0.02%씩 빠지고 있다.

서울 아파트값은 지난해말 강남을 시작으로 전체적으로 약세를 나타냈다. 그러나 노도강과 금관구(금천 관악 구로구) 등은 오히려 상승흐름을 나타냈다. 시장에서는 "그동안 상승률이 적었기 때문에 키 맞추기에 들어간 게 아니냐"는 분석이 많았다. 인근에 역세권 개발을 비롯해 각종 교통망 확충 호재가 있었던데다, 재개발을 통해 지어진 새 아파트들이 과거보다 많아졌기 때문이다.

다른 한편에서는 "강남이 떨어진다는 건 서울 집값이 떨어진다는 얘기다"라며 "노도강의 집값 상승세는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고 보는 입장도 있었다. 이른바 '노도강 집값이 오르면 끝물이다'라는 부동산 시중 격언(?)을 인용한 분석이었다. 서울에서 집값이 오를 만큼 올랐고, 외곽지역은 반짝의 상승세만 누린다는 전망이었다.

◆ 노동강 집값·거래량 올해들어 '급증'

노도강 집값은 정부의 부동산 규제가 고가 아파트로 집중되면서 중저가 아파트가 몰려 있는 탓에 강세를 보였다. 매수세가 집중되면서 오름세가 뚜렸했다. 그렇다보니 최근의 하락세에도 노동강 집값은 누적으로는 서울에서 상위권을 기록중이다.

한국감정원 통계에 따르면 서울에서 올해 누적 아파트값이 가장 높은 지역은 구로구로 1.28%를 나타내고 있으며, 뒤를 잇는 지역이 강북(0.91%), 노원(0.86%), 도봉(0.81%)의 순이다. 올해들어 강남구가 2.22% 하락한 것과 비교하면 높은 수준이다.

다른 통계에서는 주간단위로 집값은 여전히 강세를 보이고 있다. 부동산114가 내놓은 주간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 통계에 따르면, 강북구는 0.15% 올라 서울에서 가장 큰 폭 상승했다. 노원(0.06%)과 도봉(0.00%) 역시 보합권인 상태다. KB부동산 통계에서 역시 5월11일 기준으로 강북은 0.02% 올랐고 노원(0.00%)과 도봉(0.00%) 보합 상태다.

그러나 엇갈리는 통계치만큼이나 현장에서의 시황과 해석도 제각각이다. 대장 아파트의 흐름도 종잡기 어려운 상태다. 강북구 미아동의 SK북한산시티(3830가구)는 최근 1~2개월새 면적별로 신고가를 기록한 이후 가격이 주춤한 상태다. 매물이 쏟아져 나오면서 호가를 낮추고 있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전용 59㎡가 지난달 5억4000만원으로 신고가를 기록했지만, 이달들어서는 5억2500만원에 매매됐다. 주변 공인중개사들에 나와 있는 매물은 4억8000만~5억4500만원으로 다양하다. 전용 84㎡ 역시 지난 2월 6억2000만원으로 신고가를 기록한 이후 지난달에 매매가가 5억7300만원(1층 매물은 5억4500만원)까지 떨어졌다.

◆ 같은 아파트라도 호가는 '제각각'

미아동의 A공인중개사는 "작년말부터 매수자가 많아지면서 집값도 올라가고 거래량이 급격히 증가했다"면서 "3월들어 코로나19에 가격에 대한 부담감으로 분위기가 가라앉고 있다"고 말했다. 또 "매물이 많아지면서 내놓은 가격범위도 넓어지고 있고, 최근에는 호가를 낮춰달라는 집주인들이 늘고 있다"고 귀띔했다.

또다른 공인중개사는 "신혼부부나 30대 젊은 부부들이 소형매물을 꾸준하게 찾고 있다"며 "가격대가 낮은 소형은 떨어지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래미안 미아1차(전용 59㎡)는 최근 5억9500만원에 거래되는 등 강세를 보이고 있다. 전용 84㎡ 이상의 중대형만 약세를 보이고 있다는 게 이 관계자의 얘기다.

도봉구 창동의 북한산아이파크(2061가구)에서는 중형 아파트값이 급격히 하락했다. 전용 101㎡는 지난 3월만 하더라도 8억5800만원에 거래됐지만, 이달들어 7억8500만원에 매매됐다. 전용 84㎡는 6억원대에서 작년말 7억원을 넘고 지난 3월 7억5000만원까지 거래됐다. 그러나 나와있는 매물은 7억 초반대에 몰려 있다. 창동 B공인 중개사는 "이번주 들어 집주인들이 1000만~2000만원씩 호가를 내리고 있다"며 "매매를 포기하고 전세로 돌리는 경우도 늘고 있다"고 전했다.

노원구에서 역시 매수세가 줄긴 했지만, 구축 소형 아파트에서는 신고가가 나오고 있다. 상계현대3차(전용 84㎡)를 비롯해 상계주공 6단지(전용 57㎡), 중계경남롯데상아(53㎡), 월계동 아이파크(59㎡), 초안1단지(39㎡), 중계주공 4단지(84㎡) 등이다.

최근 중계동에서 아파트를 매수한 정모씨는 "집값이 떨어졌다고는 하지만 워낙 가격대가 높다보니 집 사기가 어렵다"라며 "싼집을 매수해서 리모델링을 하는 쪽을 생각하면서 구축이지만 매수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일대의 단지에서 인테리어 공사가 제법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 하락신호 VS 코로나19로 잠시 주춤

노동강 지역의 부동산 시장이 급격히 위축된 건 거래량과도 무관치 않다. 코로나19로 주춤해진 시장에서 매수세 역시 움츠러들었기 때문이다. 강남의 거래위축으로 수혜를 봤던 시장은 3~4월 들어 동반침체됐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강북구의 부동산 매매건수는 지난 4월 90건이었다. 지난 1월 312건으로 최대를 기록한 후 2월(261건)과 3월(159건)만 하더라도 평년 수준을 나타냈지만 4월에는 급격히 하락했다.

작년부터 거래량이 폭발했던 노원구와 도봉구도 마찬가지다. 노원구는 지난 2월 1159건이 매매거래됐지만, 3월들어 626건으로 반토막 가까이 났고 4월에는 324건으로 급락했다. 상계동에서의 거래량이 급격히 줄어든 탓이다. 도봉구 역시 지난 2월 561건이 거래돼 전달(367건) 보다 증가했지만, 3월(308건), 4월(178건)에는 줄어들었다.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는 "코로나19로 시장이 전반적으로 위축된 상황에서 본격적인 하락으로 볼지 잠시 소강상태인지를 판단하기 어렵다"며 "매수에는 좀 더 신중한 판단이 필요한 시기다"라고 말했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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