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엄사 석경' 첫 서울 나들이…불교 보물 多 모였네

입력 2020-05-13 17:53   수정 2020-05-14 03:22


불경을 옮겨 쓰는 사경(寫經)은 단순히 베껴쓰는 행위가 아니라 수행의 방편이다. 경전을 필사하는 것뿐만 아니라 불경 내용을 그림으로 표현한 변상도(變相圖) 제작, 표지 장엄(장식)까지 해야 하므로 기능적 숙련은 물론 고도의 정신 집중을 필요로 한다. 사경을 ‘수행의 예술’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대한불교조계종 불교중앙박물관과 화엄사, 한국사경연구회가 ‘전통사경의 본지풍광(本地風光)’을 주제로 14일부터 사경 테마전을 연다. 화엄사가 소장한 ‘화엄사 석경’(보물 제1040호) 40여 편을 서울에서 최초로 공개한다. 전통사경이 전성기를 이룬 고려시대 사경인 천안 광덕사 소장 ‘상지은니 묘법연화경’(보물 제390호), 부안 내소사 소장 ‘백지묵서 묘법연화경’(보물 제278호)도 선보인다.

한국사경연구회 회원들이 제작한 전통사경 및 현대사경 40점도 소개한다. 전시작은 조선시대 이후 명맥이 끊긴 전통사경 복원에 40년 이상 매진해온 김경호 명예회장(57)을 비롯한 회원들의 노고가 담긴 성과물이다. 김 명예회장의 ‘감지금니일불자화엄경약찬게’, 행오 스님의 ‘해안선사 법문’, 김민지 씨의 ‘관세음보살보문품’ 등이 정교하고 아름다운 사경의 세계를 보여준다.

삼국시대에 불교가 전래된 뒤 경전을 보급하기 위해 시작된 사경은 8세기 중엽 이후 목판인쇄술이 발달하면서 공덕을 쌓기 위한 방편으로 바뀌었다. 고려시대에는 국가가 사경 전문기관을 운영할 정도로 당대의 문화 역량이 집약됐고 값비싼 금은 가루로 작업한 사경도 많았다.

여러 분야 전문가가 참여했던 국가 차원의 사경 작업과 달리 지금은 재료 준비와 필사, 그림 등을 한 사람이 모두 해야 한다. 서예, 한문, 불교 교리, 회화 등에도 능통해야 하므로 오랜 기간의 숙련이 필요하다. 지난 4월 국가무형문화재 ‘사경장’으로 처음 인정된 김 명예회장은 40여 년간 사경을 하면서 강의와 서적 간행, 전시 등을 통해 사경의 중요성을 알려온 장인이다.

전시 주제인 ‘전통사경의 본지풍광’은 전통사경이 본래부터 지니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이르는 말로, 선조들이 남긴 빛나는 사경 유물들을 볼 때 반드시 법(法)으로 삼아야 할 서체가 있다는 뜻이라는 게 조계종의 설명이다.

그 대표적 사례가 석판에 화엄경을 새긴 화엄사 석경이다. 기록에 따르면 의상대사가 서기 670년 화엄사를 중창할 때 왕명으로 3층 장륙전(丈六殿)을 짓고 주위에 석각(石刻)한 화엄경을 둘렀다고 한다. 화엄석경은 임진왜란과 6·25 때 크게 파손돼 현재 1만4000점의 석경편으로 남아 있다.

조계종 관계자는 “우리나라 사경의 시원은 화엄사 석경에서 유추해 볼 수 있다”며 “화엄석경은 사경의 역사에서 서체의 아름다움을 대표하는 성보문화재로서 모든 사경 수행자가 근본으로 삼아야 할 표본”이라고 강조했다. 화엄석경과 고려 사경, 이를 재현한 현대의 전통사경이 어우러지는 이번 사경전은 오는 7월 30일까지 이어진다. 관람료는 없다.

서화동 선임기자 fire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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