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츠금융, 신용등급 유지에도 전전긍긍하는 까닭

입력 2020-05-17 13:44   수정 2020-05-17 17:24

[05월 17일(13:44) '모바일한경'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모바일한경 기사 더보기 ▶



(김은정 마켓인사이트부 기자) 메리츠금융그룹이 신용등급 유지에도 전전긍긍하고 있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대다수 기업들의 등급이 줄줄이 하락하고 있는 와중에 유지된 등급인데 왜 전전긍긍하고 있을까요.

국내 신용평가사 중 한 곳인 나이스신용평가는 지난 15일 메리츠금융 계열사인 메리츠금융지주, 메리츠증권, 메리츠화재해상보험, 메리츠캐피탈의 장·단기 신용등급과 등급전망을 종전 그대로 유지하면서 "신용도는 유지하겠지만 위험노출액(익스포저) 감축 추이에 대한 점검을 강화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다른 금융회사에 비해 더 깐깐하게 신용도 변화를 관찰하겠다고 공표한 건데요. 신용평가사가 신용등급을 내리거나 올릴 때 그 배경을 꼼꼼하게 설명하는 경우는 많지만 신용등급을 유지하면서 점검 수위를 높이겠다고 강조하는 건 그리 흔한 일은 아닙니다.

그 이유는 부동산금융 익스포저 때문입니다. 메리츠금융 계열사는 각 업종별 경쟁사 대비 보증과 대출 등 부동산금융 사업 비중이 높습니다. 자기자본 대비 부동산금융 익스포저는 최근 더 빠르게 높아지고 있죠. 나이스신용평가는 글로벌 경기 침체에 코로나19 확산까지 겹친 사업 환경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사업 환경은 나빠지는데 수용 가능한 수준을 넘어서는 부동산금융 익스포저가 메리츠금융 계열사의 재무안정성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겁니다.

메리츠금융 계열사는 부동산금융 관련 공동 투자를 많이 합니다. 원칙적으로는 계열사별 업종이 다르기 때문에 사업 위험이 분산돼야 합니다. 하지만 공동 투자를 하다 보니 동일한 위험을 함께 짊어지게 되는 겁니다. 예상치 못한 위험이 발생하면 계열사들의 재무안정성이 줄줄이 꺾이게 되는 구조죠.



메리츠금융지주의 현재 신용등급은 AA입니다. 핵심 자회사들의 사업 기반과 수익창출능력에 기대 우량한 신용도를 확보하고 있습니다. 다만 최근 들어 핵심 자회사들의 수익성 약화 가능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메리츠증권의 경우 부동산 관련 자산 감축과 종합금융업 라이선스 만료 이후 조달 및 사업 구조가 바뀔 수 있고요.

그룹 내 여신성 자산 규모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높은 부동산 여신 집중도는 부담이 되고 있습니다. 자회사 지원 부담 가능성까지 감안하면 실질적인 자본적정성 지표는 수치로 보이는 것보다 낮을 수 있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메리츠증권은 AA-의 신용등급을 갖고 있습니다. 지난해 말 기준 증권계정 총 우발채무는 8조4000억원입니다. 자기자본 대비 209.6%에 달합니다. 이 중 부동산 관련 우발채무는 약 6조3000억원입니다. 전체 우발채무 중 상대적으로 위험도가 높은 해외 부동산과 상업용 부동산, 비상업용 지방 부동산 합산 비중은 60%를 웃돌고 있습니다.

국내에 비해 해외 부동산은 위험 부담이 높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수도권 대비 지방, 주거용 대비 상업용 부동산의 경기 민감도는 높은 편이고요. 메리츠증권에 따르면 올 3월 말 기준 우발채무는 지난해 말과 유사한 수준입니다. 오히려 해외 상업용 부동산 관련 익스포저는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메리츠증권은 과거 종금업 라이선스를 통해 조달 측면에서 경쟁력을 보여왔습니다. 부동산금융 등 투자은행(IB) 부문의 우수한 수익성도 여기서 나왔고요. 하지만 올 4월부터 라이선스가 만료돼 조달 부문의 상대적 이점이 사라졌습니다.

메리츠화재는 사업비 지출 규모가 늘면서 수익성 지표가 과거보다 나빠졌습니다. 안정성보다 수익성 위주로 자산운용 전략을 계속해 위험 익스포저 비중이 높고요. 대출채권 중 중소기업 여신 비중이 70%에 달합니다. 중소기업 여신은 상당 부분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부동산 경기 하락 때 대손비용이 크게 증가할 수 있는 구조랍니다.

메리츠캐피탈 역시 보유한 총 익스포저 중 PF 대출을 비롯한 부동산금융의 비중이 약 50%로 큰 편입니다. 부동산금융 익스포저의 약 88%가 메리츠화재, 메리츠증권과 공동 취급한 것이랍니다. 자동차금융 부문 내 상용차·중고승용차 비중(약 67%)을 감안하면 사업위험의 변동성도 크답니다. 올 3월 말 기준 메리츠캐피탈의 해외 익스포저는 약 1조2000억원입니다. 북미, 유럽, 아시아 선진국 순입니다. 오피스와 개발사업, 에너지, 선박 등 경기 민감도가 높은 익스포저 비중은 69.2%에 이른답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이미 지난해 말 증권업의 3대 위험요인으로 우발채무, 파생결합증권, 해외대체투자를 지목했습니다. 이를 감안해 신용평가를 수행한다고 시장에 밝혔죠.

나이스신용평가의 이런 입장이 알려지자 메리츠금융은 별도로 재무구조 개선 계획을 제시했습니다. 핵심은 단기간 내 메리츠증권의 부동산금융 관련 대출자산과 우발채무를 대폭 줄이겠다는 겁니다. 이에 대해 일단 나이스신용평가는 재무구조 개선 계획이 측정 가능한 구체성을 갖고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번에 별다른 신용등급 조정을 하지 않은 이유죠.

다만 여건이 그리 좋지 않습니다. 코로나19가 올 하반기에 2차 대유행할 가능성이 있는 데다 국내외 경기가 추가 침체될 우려가 있어서랍니다. 이 때문에 나이스신용평가는 메리츠금융의 재무구조 개선 과정을 월 단위로 계속 살필 방침이라고 하네요. 재무구조 개선 작업이 예상보다 빨리 이뤄지거나 제대로 진행되지 않으면 즉시 시장에 내용을 공유한다고 하니 메리츠금융의 신용도 변화를 좀 더 지켜봐야 할 듯 합니다. (끝)/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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