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펀드로 16조원 날린 손정의 "예수도 생전엔 비난 받아"

입력 2020-05-19 17:46   수정 2020-08-17 00:02

“예수도 생전에는 오해받고 비난받았다.”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사진)이 막대한 투자 손실에 대해 설명하면서 자신을 예수와 비교해 논란이 일고 있다. 손 회장은 지난 18일 콘퍼런스콜에서 일반 대중의 시각과 그가 보는 비전 간에 차이가 있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하고 “비틀스도 처음 시작할 땐 인기가 많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소프트뱅크의 실적이 좋아지면 평판도 나아질 것이라는 뜻으로 한 말이지만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는 “예수는 적자를 1조4000억엔(약 16조원)까지 내지는 않았다”는 조롱이 이어지고 있다.

소프트뱅크그룹은 올 1~3월 1조4381억엔의 적자를 냈다. 분기 기준으로 일본 기업 사상 최대 규모다. 적자의 원인은 소프트뱅크그룹의 벤처캐피털(VC)인 비전펀드다. 10조엔의 자금을 굴리는 비전펀드에서 1조8000억엔의 투자 손실이 발생했다. 88개 투자회사 가운데 50개 기업의 가치가 코로나19 여파로 하락한 탓이다. 손 회장은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의 비상장기업)들이 코로나19의 절벽으로 떨어지고 있다”고 표현했다. “내가 바보였다. 잘못 봤다고 솔직히 머리를 숙인다”며 미국 오피스 공유회사 위워크 투자 실패를 공식 시인하기도 했다.

논란을 빚은 이날 콘퍼런스콜에서 손 회장은 이례적으로 신중론을 펼치기도 했다. “코로나19가 대공황에 맞먹는 타격을 줄 것”이라며 “안전운전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를 위해 공격적인 투자를 자제하고 위기관리에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먼저 6조5000억엔 규모의 현금을 확보하기로 했다. 자금 상황에 대한 시장의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서다. 소프트뱅크그룹은 이날 보유 중인 알리바바 주식을 처분해 1조2500억엔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현금성 자산 1조7000억엔과 배당수입 3000억엔에 보유자산을 팔아 4조5000억엔을 추가로 조달할 계획이다. 손 회장은 “세계적인 위기지만 4조5000억엔의 현금을 확보하는 데는 문제가 없다”며 “여기에 28조5000억엔에 달하는 보유 주식 가치를 감안하면 자금 면에서 불안감은 없다”고 강조했다. 자사주 매입과 부채 상환 등 올해 소프트뱅크그룹에 필요한 자금은 6조엔 수준이다.

신규 투자 자제를 공언한 손 회장이지만 투자자로서의 본능마저 감추지는 못했다. 손 회장은 “손가락 두 개로 낭떠러지에 매달린 것 같던 닷컴 버블 붕괴와 글로벌 금융위기에 비하면 4조5000억엔을 손에 쥔 현재는 낭떠러지를 여유 있게 내려다보는 상황”이라고 표현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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