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치는 윤미향 호위무사들 [여기는 논설실]

입력 2020-05-20 10:27   수정 2020-05-20 10:45


윤미향 국회의원 당선자 겸 전 정의기억연대(정의연) 대표를 둘러싼 일련의 전개는 작년 하반기 ‘조국 사태’의 판박이다. ‘정의의 대변자’처럼 행세했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의 이중적 행태에 국민들은 허탈해 했다. 소위 ‘진보 진영’의 조국 옹호 퍼레이드는 더 큰 자괴감과 좌절감을 안겼다. 부박한 진영 논리로 끊임없이 사실과 본질을 왜곡하려는 우리 안의 부끄러운 자회상이 적나라했다.

윤미향·정의연 사태와 조국 사태의 다른 점도 있다. 조국 때의 호위무사들은 그래도 조심스러워하고 주변의 눈치를 살피기도 했다. 이번에는 ‘그 정도 가지고 뭘 그래’라는 식의 기고만장이 노골적이다.

◆소위 ‘진보’ 진영의 호위무사 DNA

올 상반기 우리 사회를 지배중인 키워드를 고르자면 ‘호위 무사’가 빠지지 않을 것 같다. 이해찬 김태년 김두관 송영길 우상호 강창일 김상희 김영주 남인순 박홍근 홍익표 송갑석 송옥주 정춘숙 제윤경 고민정 양향자 이수진 임오경. 윤 당선자와 정의연의 호위무사를 공개적으로 자처하고 나선 의원(당선인 포함)들의 명단이다. 거대 여당 대표에서부터 청와대 출신 실세의원까지 쟁쟁한 면면이다. 이들의 상당수는 “위안부 피해자들과 윤미향 당선인간 이간질”이라는 성명까지 발표했다.

사건은 처음 터질 때부터 범상치 않았고,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더 심각한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오래 누적된 문제인 만큼 어찌보면 예정된 진행이다. 그래도 호위무사들의 왜곡과 부정은 지속된다. ‘잠룡’으로 꼽히는 의원은 윤미향 비판자들을 '친일 세력'이라는 엉뚱한 프레임으로 공격했다. 여당 원내대표도 “회계실수는 바로잡으면 된다”며 “정의연과 윤미향 당선인을 지지한다”고 가세했다. 급기야 당대표를 노린다는 한 의원은 ‘윤미향에게 예의를 갖추라’며 호통치듯 말했다. 어떤 잘못도 용인되는 계급이 따로 있다고 주장하는 듯하다.

여성민우회, 여성연대, 여성전화, 여신학자협, 기독여민회 등 한국여성단체연합 산하 34개 단체도 호위무사에 이름을 올렸다. "위안부 운동을 분열시키고 훼손하려는 움직임에 강한 우려를 표한다"며 윤 당선자 지지를 선언했다. 야만의 시대에 약소국의 여인으로 태어나 거대한 폭력과 차별에 시달린 할머니와 어머니들의 절박했던 삶은 부정되고 말았다.


◆‘의리는 보상받는다’는 학습 효과

‘호위무사 DNA’는 한국 진보 진영 내에 깊숙히 각인된 특징이다. 홍영표 의원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시절 ‘목포 부동산 투기의혹’에 휩싸인 손혜원 의원의 탈당 기자회견에 뜬금없이 동행해 ‘호위 무사냐’는 비판을 감내했다.

‘의리의 좌파’는 기본적으로 소수파로 오랜 기간 투쟁하면서 몸에 밴 보호기제다. 하지만 상식을 한참 넘어서는 호위무사 코스프레가 최근 잇따르는 것은 ‘결국 보상받는다’는 학습 효과에 기초한 것으로 볼 여지가 많다. ‘개싸움국민운동본부’라는 저급한 간판을 걸고 조국을 옹호한 김남국 변호사는 금배지를 달았다. 무려 여당의 전략공천을 받아 21대 국회의원이 된 것이다. 반면 조 전 장관의 행태를 합리적으로 비판한 금태섭 의원이 의정활동에 대한 좋은 평가가 많았음에도 공천에서 탈락한 것과 대조된다.

‘노무현의 정치적 경호실장’이자 ‘어용 지식인’을 자처한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경우도 비슷하다. 조국 사태 당시 그는 증거은닉 행위를 증거 보전이라 우기는 ‘기적의 논리’로 비난받았다. 무리한 선동 탓에 ‘호위무사인줄 알았더니 나치 선전부장 괴벨스였다’는 비판까지 나왔다. 하지만 진영 내에서는 열광적인 지지를 이끌어내 입지가 더 탄탄해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어제(19일) 교체된 주영훈 청와대 경호처장도 마찬가지다. ‘노무현 호위무사’로 봉하마을을 지킨 그는 3년간 문대통령 경호를 맡으며 실세로 불렸다. 윤건영 전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 역시 “문재인 대통령 호위무사를 마다하지 않겠다”는 출사표로 금배지를 달았다. 4·15 총선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중인 민경욱 미래통합당 의원은 "우파는 정당한 것을 지킬 용기와 의리도 없지만,좌파는 죄지은 사람도 자기 편이면 지켜준다”고 한탄했다. 21세기와 어울리지 않은 호위무사들의 전성기는 언제까지 지속될까.

백광엽 논설위원 kecor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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