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릴 때 으쓱 '하차감'이 중요해…1년 기다려야 겨우 사는 페라리

입력 2020-05-22 16:47   수정 2020-05-23 01:45

영화 ‘포드 V 페라리’에서 포드는 페라리와의 열띤 경쟁 끝에 1966년 ‘르망24’에서 승리한다. 그러나 50여 년이 지난 현재 자동차시장의 승자는 여전히 페라리다. 페라리는 지금도 많은 이의 ‘드림카’다. 차를 받기 위한 장시간의 기다림도 마다하지 않는다. 왜 사람들은 포드보다 페라리를 더 사고 싶어 할까.

경제학에서는 이런 현상을 ‘베블런 효과’와 ‘스놉 효과’로 설명한다. 베블런 효과는 가격이 오르는데도 허영심 또는 과시욕 때문에 수요가 줄지 않는 현상을 뜻한다. 가격이 오르면 수요가 줄어드는 일반 재화와 다르게 움직인다. 미국 사회학자인 소스타인 베블런이 저서 《유한계급론》에서 “상위 계층의 소비는 사회적 지위를 과시하기 위해 이뤄진다”고 적은 데서 유래했다. <그림 3>의 위쪽 그래프는 일반적인 재화다. 가격이 오르면 수요도 떨어진다. 아래쪽 그래프는 베블런 효과의 대상인 사치재다. 가격이 오르는데 수요가 오르는 역현상이 나타난다.

최근 국내에서 샤넬백 가격이 오른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일부 백화점에선 개점 전부터 긴 줄이 늘어섰다. 셔터를 올리자마자 샤넬 매장으로 떼 지어 달려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인터넷을 통해 퍼져나갔다. 샤넬은 해마다 국내에서 명품백 가격을 올렸지만 그때마다 수요는 더 늘었다. 이런 현상이 베블런 효과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스놉 효과도 비슷한 맥락이다. 스놉(snob)은 ‘속물’을 뜻하는 단어다. 스놉 효과란 특정 제품에 대한 소비가 늘어나면 오히려 제품 수요가 줄어드는 현상이다. ‘남과 다르고 싶다’는 심리가 작용하는 것이다. 스놉 효과에 따르면 소비자는 남들이 많이 사지 않는 제품에 더 끌리게 된다. 가격이 비싼 명품, 특정 제품의 한정판 모델, 하이엔드 브랜드 제품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50년 전이나 지금이나 사람들이 포드보다 페라리에 더 끌리는 것도 이런 측면에서 보면 당연하다. 지난해 기준 페라리의 연간 판매 대수는 약 1만대로, 포드(550만 대)의 500분의 1이 채 되지 않는다. 대량 생산으로 가격을 낮춘 포드는 가성비가 좋다. 대신 ‘누구나 탈 수 있는 차’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반면 페라리는 웬만한 샐러리맨 월급으로는 사기 어렵다. 게다가 인기 모델은 구입하고도 1년여를 기다려야 받을 수 있다. ‘나만 탈 수 있는 차’의 조건에 이보다 부합하는 차도 얼마 없을 것이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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