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펌, 자율주행·게임 '열공'…공대 출신 영입 확 늘었다

입력 2020-05-24 18:09   수정 2020-05-25 00:55


지난해 법무법인 화우는 해외 한 유명 글로벌 완성차 업체로부터 자문 요청을 받았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자동차에 무선통신과 GPS(위성항법장치) 기술을 접목한 텔레매틱스 서비스를 시작하려 하는데, 관련 규제를 검토해 달라는 문의였다. 자동차 안에서 이메일을 주고받고, 상품을 사거나 예약할 수 있는 텔레매틱스는 수년 전부터 자동차업계의 화두다. 자동차 자체를 일종의 ‘오토(auto)PC’로 이용하겠다는 개념이어서 자율주행의 전제가 되기 때문이다. 화우는 이미 2018년 기존 신사업 태스크포스(TF)를 ‘4차산업혁명대응팀’으로 확대 개편했다. 4차산업혁명대응팀은 즉각 검토할 법률 분야를 세분화해 모빌리티 TF를 꾸려 법률 자문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었다.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한 신사업 분야가 미래 먹거리로 떠오르면서 이에 대한 법률 서비스 수요도 늘고 있다. 다만 정확한 전문 지식과 이해 없이는 섣불리 뛰어들기 힘든 분야다. 대형 로펌의 신사업팀뿐만 아니라 특화한 전문 지식으로 무장한 소형 로펌들이 덩치를 키우는 배경이다.

경험·인력 앞세워 폭넓게 신사업 자문

화우의 4차산업혁명대응팀은 인공지능(AI)·사물인터넷(IoT)·빅데이터·공유경제 등 다양한 영역을 담당하는 TF팀을 구성해 관련 이슈에 대응하고 있다. 팀장인 이광욱 변호사(사법연수원 28기)를 비롯해 한상구 변호사(23기), 이숭기 변호사(25기) 등이 주요 팀 구성원이다. 지상파방송 PD 출신인 이용해 변호사(변호사시험 6회)도 속해 있다.

텔레매틱스 서비스 관련 법률 자문을 맡을 수 있었던 것도 발빠르게 관련 분야의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연구해왔기 때문이다. 화우는 텔레매틱스나 커넥티드카 기술과 관련해선 차에 담긴 개인정보를 해외 서버로 이전하는 것이 쟁점이라고 봤다. 이광욱 변호사는 “신용정보와 개인위치정보 등을 국외 서버로 이전하는 문제와 디지털 지도의 국외 반출 문제가 중요한데, 이를 기반으로 가능한 서비스와 그렇지 않은 서비스로 나뉠 수 있다”며 “법에 기반해 최선의 해결책을 제공했다”고 강조했다. 이 변호사는 “IoT와 헬스케어 등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한 기술이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하기 위해선 개인정보를 합법적으로 처리,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화우의 모빌리티 TF는 2차전지 및 카셰어링 등 신규 자동차 서비스 분쟁을 비롯해 자동차 및 건설기계 리콜·인증 업무, 한국형 레몬법(자동차 교환 및 환불제도), 자율주행, 자동차 관련 특허, 차량 결함 및 배출가스 관련 형사소송, 자동차 기업 간 인수합병(M&A), 커넥티드카 사업 진출 인허가, 자동차 수출입 규제 및 관세, 자동차 기업 노사분쟁 등을 폭넓게 맡고 있다.


작지만 강한 전문 로펌

서울 청담동에 있는 법무법인 비트의 사무실 한편엔 최고급 사양의 컴퓨터 5대, PC방에서나 볼 법한 전용 키보드와 의자가 있다. 이곳을 찾는 고객들은 주로 정보기술(IT) 분야에 종사한다. 변호사들은 의뢰인들과 ‘리그오브레전드(LOL)’ 혹은 ‘배틀그라운드’ 같은 게임을 즐긴다. 그들을 이해하려면 밥을 한 끼 먹기보다는 온라인 게임 한 판을 하는 것이 더 큰 힘을 발휘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비트는 변호사 10명으로 구성된 젊고 작은 로펌이다. 변호사 대부분이 30대 초·중반으로 이공계 전공자가 많다. 대표인 최성호 변호사(연수원 42기)는 서울대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했고, 백승철 파트너변호사(변시 1회)는 연세대 전자과 출신이다. 안일운 변호사(변시 5회)는 연세대 컴퓨터과학과 졸업 후 네이버 검색개발센터 과장으로 일한 경력이 있다.

비트는 2018년부터 ‘규제샌드박스팀’을 운영하고 있다. 규제 샌드박스 및 입법 컨설팅을 주로 하고 있다. 카카오톡을 통해 공공기관 고지서 등을 수령·지불할 수 있도록 카카오페이에 법률 자문을 제공한 곳이 비트의 규제샌드박스팀이다. 최근엔 모바일 운전면허증 서비스 도입과 관련해 국내 통신 3사와도 협업하고 있다. 팀을 이끄는 송도영 변호사(연수원 39기)는 “기술 분야 자문에는 선례가 없는 경우가 많아 촘촘한 법률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법무법인 디라이트도 신기술에 특화한 로펌이다. 이 중 ‘개인정보·빅데이터팀’에서 활동하는 변호사는 총 7명. 변리사 자격증을 가진 황혜진 변호사(변시 2회)가 리더다. 미국 UC버클리에서 생명공학·인지과학을 전공한 이시항 변호사(변시 5회) 등 새로운 기술에 밝은 ‘젊은 피’가 주축이다. KAIST 전자공학 석사학위를 보유한 이혜인 변호사(변시 1회)도 핵심 인재다.

요즘엔 의료 데이터와 관련한 자문이 많다는 게 디라이트 측의 설명이다. 조원희 디라이트 파트너변호사(연수원 30기)는 “바이오산업이 커지면서 병원이 보유한 대량의 의료데이터를 어떻게 빅데이터화할지가 새로운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며 “수도권 대형병원과 함께 의료 데이터 가공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법적 이슈들을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중형 로펌인 법무법인 주원은 블록체인 분야에서 돋보인다. 블록체인 TF를 이끄는 정재욱 변호사(변시 4회)는 연세대 경영학과, 서울대 로스쿨 출신으로 2017년 초 ‘블록체인’이라는 용어가 아직 일반인들 사이에서 생소했을 때부터 이 분야에 공을 들였다. 2018년 블록체인법학회 초기 멤버로 합류한 정 변호사는 현재 대한변호사협회 IT·블록체인 특별위원회 부위원장을 맡고 있다. 지난해 말 가상화폐 해킹, 무단출금 피해자를 대리해 가상화폐거래소에 손해배상을 청구해 국내 최초로 거래소의 책임을 물어 승소를 이끌었다.

안효주 기자 j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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