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사업에 일확천금은 없다

입력 2020-05-24 15:18   수정 2020-05-24 15:20

한국은 6·25전쟁 후 세계사에서도 유례가 없는 초고속 성장을 이룩해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원동력은 ‘빨리빨리’를 입에 달고 사는 우리 민족 특유의 ‘초고속 DNA’다. 하지만 이런 태도는 때때로 프랜차이즈 업종에서 부작용으로 나타난다. 특히 1호점 오픈 후 2~3년 만에 매장을 수백 개로 확장하는 행태를 ‘한국식 프랜차이즈의 성공’처럼 여기는 잘못된 인식이 팽배해 있다.

프랜차이즈는 2~3년 안에 큰돈을 벌 수 있는 단기 사업이 아니다. 이미 성공을 거둔 경험이 있는 가맹 본사가 아니라면 기본적으로 수년 동안은 직영 1호점을 열어 가맹점 모델을 검증하고 유통 노하우를 쌓아야 한다. 또 조직 정비, 상권 및 슈퍼바이저(가맹점을 지원하는 가맹본사 직원) 운영 노하우 구축, 전국 상권 석권을 위한 마케팅 역량과 매뉴얼 구축 등 프랜차이즈 시스템을 확립하기 위해 준비할 것이 한두 개가 아니다. 대부분 오랜 시일 쌓아야 하는 역량이다.

건축을 예로 들면 이해가 쉽다. 3층짜리 건물은 바로 건물을 올릴 수 있다. 하지만 30층짜리 빌딩은 다르다. 땅을 파고 다지는 기초공사에 수년의 공을 들여야 한다. 프랜차이즈 사업도 같은 이치다.

그런데 국내 일부 프랜차이즈 업체들은 아직 기초공사의 중요성을 잘 모르는 것 같다. 1호점을 내고 곧바로 가맹지사를 모집한다. 그리고 오더맨(영업전담 조직)을 통해 가맹전문점 모집, 창업 컨설팅, 창업부동산 제휴를 바로바로 추진한다. 심지어 가맹영업만 해주는 속성 컨설팅 회사와 손을 잡으면 불과 2~3년 사이에도 많은 매장을 세울 수 있다. 대대적인 홍보를 통해 초고속 성장의 우수성을 내세우면 대박을 꿈꾸는 수백만 창업 희망자가 불나방처럼 모여든다.

결과는 어떨까. 성공 사례는 극히 일부다. 홍보용 사례일 뿐인 경우가 많다. 삽시간에 매장이 급속히 늘어난 브랜드들은 부실한 시스템 탓에 오래가지 못한다. 예를 들어 카페베네는 불과 3년 만에 500개 매장을 오픈했다. 2014년 국내 최초로 커피업계에서 1000개 매장 시대를 열었지만, 결국 오늘날에는 당시만큼의 위상을 되찾지 못하고 있다. 반면 스타벅스는 100번째 매장 오픈에 5년이 걸렸다. 투썸플레이스는 8년, 올리브영은 9년이 걸렸다. 그렇게 만들어진 스타벅스는 현재 1400개 점포를 갖추고 있으며, 투썸플레이스(1200개), 올리브영(1300개)도 장수 브랜드로 생존하고 있다.

스타벅스 같은 브랜드들이 역량이 부족해 100개 점포 달성에 오래 걸린 것이 아니다. 튼튼하고 높은 건물을 짓기 위해 초반에 욕심내지 않고 기초 공사를 철저히 한 뒤 체계적으로 점포를 확장했다.

프랜차이즈는 오랜 기간 땀과 노력으로 결실을 맺어야 겨우 돈을 버는 사업이다. 미국 컨설팅사 프랜콥이 우수 프랜차이즈 브랜드 평가 기준으로 ‘1호점 개점 후 3~5년 동안 매장을 80개~200개로 확장한 경우’를 예로 든 것은 한국 상황에서도 시사점이 크다.

유재은 < 프랜코컨설팅 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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