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제의 흔적·편백 숲길 따라 힐링…"탁 트인 자연, 얼마 만이야"

입력 2020-05-26 16:08   수정 2020-05-26 16:10

전북 청정 여행지 익산 & 완주

전라북도의 익산과 완주는 소박하게 다녀올 만한 여행지다. 북적이지도 않고 역사의 의미까지 있는 곳이어서 더욱 좋다. 호젓한 산길을 걸어보거나 역사유적지를 찾아 선조들의 지혜와 숨결을 느껴보는 것도 좋다. 방역수칙을 잘 지키면서 가족과 함께 소박하게 나들이를 떠나면 코로나 시대에도 행복한 여행을 할 수 있을 것이다.<hr >

백제의 숨결을 느끼는 익산 여행

미륵불의 역사를 담고 있는 미륵사지

익산은 백제 문화의 중심지다. 미륵사지, 정림사지에서 쌍릉까지 곳곳에 백제의 흔적이 가득하다. 무왕과 선화공주의 낭만이 묻어 있는 1000년 역사의 도시가 바로 익산이다. 익산 여행의 시작점이 미륵사지인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미륵사지는 미래에 오실 부처님인 미륵불을 모시는 절터였다.

미륵사지는 백제 최대의 사찰로 30대 무왕(600~641년)에 의해 창건되었고, 17세기경에 폐사됐다. 미륵사지가 발굴되기 이전에는 백제 창건 당시에 세워진 미륵사지 석탑(국보 11호) 1기, 그리고 석탑의 북쪽과 동북쪽 건물들의 주춧돌과 통일신라시대 사찰의 정면 양쪽에 세워진 당간지주 1쌍(보물 236호)이 남아 있을 뿐이다. 미륵사지는 현재 있는 터의 규모만으로도 한국 최대 규모 사찰의 위용을 짐작할 수 있다.

미륵사지는 중문-탑-금당이 일직선상에 배열된, 이른바 백제식 ‘1탑-1금당’ 형식의 가람 세 동을 나란히 병렬시킨 특이한 구조를 이루고 있다. 폐사된 곳이라 예전의 흔적만 남아 있지만 미륵사지의 형태는 대단히 정교하고 이채롭다. 미륵사지의 석탑은 현존하는 한국 석탑 중 가장 오래되고 규모가 큰 탑이다. 본래 미륵사에는 3기의 탑이 있었다. 중원에는 목탑, 동원과 서원에는 각각 석탑이 있었다. 중원의 목탑이 언제 소실됐는지는 알 수 없다.


백제 왕궁의 흔적 남아 있는 유적터

익산의 또 하나의 역사유적지는 왕궁리 유적터다.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한반도의 유구한 역사를 담고 있는 공간이다. 미륵사지와 함께 최대 규모의 백제 유적으로 꼽힌다.

이 유적에는 백제 무왕 때인 639년 건립했다는 제석정사(帝釋精舍)터를 비롯해 관궁사·대궁사 등의 절터와 대궁 터가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진 토성터가 있다.

‘신증동국여지승람’ ‘대동지지’ ‘익산읍지’ 등의 문헌들은 이곳이 ‘옛날 궁궐터’ ‘무왕이 별도(別都)를 세운 곳’ ‘마한의 궁성터’라고 적고 있다.

왕궁 보석테마관광지 내에 있는 보석박물관은 11만 점 이상의 진귀한 보석과 원석을 자랑하는 전국 유일의 보석 전문박물관이다. 다양한 기획으로 다채로운 볼거리를 선보이는 기획전시실과 7개의 장으로 구성된 상시전시실에서 펼쳐지는 보석과 원석의 향연이 방문객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순수 한옥 목조건물로 세운 나바위 성당

익산은 유서깊은 역사의 도시이기도 하지만 김대건 신부가 중국에서 사제 서품을 받고 황산 나루터를 통해 들어온 종교의 도시이기도 하다. 김대건 신부의 상륙을 기념해 성당을 건립했는데 성당이 있는 익산시 망성면 ‘화산’(華山)의 너른 바위 근처에 있다 해서 나바위라는 이름이 붙었다. 나바위성당은 한국 천주교회에서 성지로 지정한 곳이다. 1906년 순수 한옥 목조건물로 지어진 후 1916년까지 증축을 거듭하면서 한·양 절충식 건물로 형태가 바뀌었다. 성당 앞면은 고딕양식의 3층 수직종탑과 아치형 출입구로 꾸며져 있고, 지붕과 벽면은 전통 목조 한옥 형태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한옥목조건물에 기와를 얹은 성당건물은 특히 회랑이 있어서 한국적인 미를 볼 수 있는 곳이다. 나바위성당 근처에 있는 성당포구마을은 50여 가구의 조용한 포구마을이다. 성당포구마을 강변을 따라 색색의 바람개비가 꽂혀 있는 성당포구바람개비길이 있다. 바람이 불 때마다 뱅글뱅글 돌아가는 바람개비길이 5㎞ 넘게 이어진다.

성당면 와초리에 있는 익산교도소세트장도 가볼 만하다. 성당초등학교 남성분교 폐교부지 위에 세워진 국내 유일의 영화 촬영용 교도소 세트장. 300여 편의 영화와 드라마가 촬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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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정한 자연 울림이 있는 완주 여행


작지만 소중한 책 같은 화암사

완주여행은 화암사에서 시작해 화암사로 끝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몇 번을 완주를 다녀왔어도 기억에 남는 여행지는 화암사다. 불명산 자락에 있는 화암사는 조선시대에 지어진 사찰로 세월의 흐름을 멋지게 담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불명산에 숨어있듯 묻혀 있기 때문에 사찰을 찾아가는 재미도 있다. 시인 안도현은 “나 혼자 가끔씩 펼쳐보고 싶은, 작지만 소중한 책 같은 절”이라고 했다.


화암사도 좋지만 화암사로 올라가는 길도 고즈넉하다. 계곡을 따라 올라가면 대략 30분 정도 걸린다. 사실 걸어서 올라가는 길이 만만치는 않다. 돌판의 길을 따라 올라가다보면 어느새 숨이 턱에 찬다. 코로나 이후로는 사람들의 발길이 확 줄어서 만나는 사람이 없다. 고색창연하다는 느낌이 물씬 풍기는 사찰은 왠지 뭉클한 느낌을 준다. 화암사는 신라시대부터 이어진 유서깊은 고찰이다. 694년 처음 건립된 이 절에선 원효와 의상이 수도했고, 이두를 만들었던 설총이 머물기도 했다. 화암사는 국보 제316호로 지정된 극락전이 유명하다. 화암사 극락전은 처마를 지탱하기 위해 하앙이라는 부재를 받쳐 놓은 독특한 건축 양식을 보여주고 있다.

완주자연의 정점 대아수목원

완주의 자연을 느낄 수 있는 곳은 대아수목원이다. 아름드리 소나무가 울창하고 삼나무와 편백나무 숲 사이로 맑고 깨끗한 계곡이 흐르는 곳, 숲속에서 자연을 이해하고 자연과 함께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는 곳, 바로 대아수목원이다. 이 지역은 1970년대 초 화전경작이 중단된 후 지형적으로 일반인의 접근이 어려워 인위적인 훼손 없이 다양한 식물이 자연 그대로 보존돼 왔다. 150㏊가 넘는 넓은 대지에 자생종을 비롯해 식재 및 원예종 등을 포함한 2600여 종류의 식물이 자라고 있다.


수목원 한가운데에 있는 뜰(풍경원)은 사계절 변화하는 아름다운 풍경을 자랑하는 곳이다. 소나무, 향나무, 섬잣나무 등의 침엽수와 화살나무, 단풍나무, 능소화, 히어리 등의 활엽수 등 조형물이 한데 어우러져 자연학습 및 휴식 공간으로 널리 이용되고 있다.

완주에서 매력적인 자연을 만날 수 있는 또 다른 곳은 공기마을에 있는 거대한 편백나무숲이다. 1976년 마을주민들이 뒤편 산자락 85만9500㎡에 10만 그루의 편백나무를 심어 기른 곳이다. 다른 편백나무숲에 비해 덜 알려진 곳이지만 숲은 깜짝 놀랄 만큼 깊다.

양곡창고 개조해 만든 복합문화공간

만경강 상류에 있는 삼례문화예술촌은 일제강점기에 지은 양곡창고를 개조해 조성한 복합문화공간이다. 수탈의 상징인 양곡창고를 문화예술의 중심지로 탈바꿈시켜 역사적 의미와 문화가 공존하는 삼례만의 독특하고 절묘한 공간을 형성했다. 예술촌 내에는 모모미술관, 디지털아트관, 소극장 시어터애니, 김상림목공소 등이 자리해 가족과 함께 체험하거나 공연 및 전시를 즐기며 휴식을 취하기에 좋다.

예술촌 옆에 2016년 8월 문을 연 삼례책마을은 책과 사람, 그리고 자연이 함께 어우러진 곳이다. 고서점과 헌책방, 북카페로 이뤄진 북하우스를 중심으로 한국학아카이브, 전시와 강연 시설을 갖춘 북갤러리 등 세 동의 건물로 구성돼 있다. 이 건물들 역시 일제강점기부터 1950년대 사이에 지어진 양곡창고를 개조해 만들었다.

삼례읍에 있는 조선시대 선조 때 만들어진 비비정에 오르면 한내를 가로지르는 옛 만경강 철교가 한눈에 보인다. 일본이 호남평야의 농산물을 반출하기 위해 세운 다리다.

폐철교 위에 놓은 비비정예술열차가 명물이다. 새마을열차 객차 네 량을 개조해 각각 레스토랑, 카페, 수공예품 가게, 갤러리 등으로 활용하고 있다. 맨 마지막 칸의 카페에서 바라보는 만경강의 노을이 예술이다.

익산·완주=글·사진 최병일 여행·레저전문기자 skycb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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