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예술에 VR·3D 접목…다채로운 경험 선사"

입력 2020-05-26 16:55   수정 2020-05-27 00:16


새빨간 한복을 차려입은 국립국악원 단원들이 지난달 초 종묘에 모여들었다. 편종 가락에 맞춰 무용단원들이 군무를 추고, 곧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정악단원들이 제례악을 연주했다. 국립국악원이 지난달부터 온라인 공연으로 선보인 ‘일일국악’ 중 한 편이다. 초고화질(UHD)로 촬영한 영상에 단청과 한복의 색감이 생생하게 보인다. 지난 22일 서울 서초동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만난 임재원 국립국악원장은 “첨단기술을 접목해 제작한 ‘일일국악’ 영상에는 한국의 미가 고스란히 드러난다”며 “영상 중 21편을 영문으로 번역해 해외에 있는 한국문화원과 세종학당, 한국관광공사 해외 지사 등에 배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국립국악원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닥친 공연계 위기를 기회로 바꾸고 있다. 국립국악원은 지난 3월 사물놀이·시나위·승무·부채춤·장구춤 등 37가지 레퍼토리를 8K 고해상도 360도 VR(가상현실)로 촬영한 영상을 유튜브를 통해 무료로 스트리밍했다. 무대 위에서 연주자와 함께 공연을 체험하는 듯한 생동감에 큰 호응을 받았다. 이에 대해 네덜란드 일간지 ‘드 그로네 암스테르담’은 “코로나19로 공연이 줄줄이 취소되는 가운데 한국의 국악은 번창하고 있다”며 “침체된 전통예술계에 VR이 구원이 될 것”이라고 평했다. 임 원장은 “전통예술과 최신 기술의 만남은 새로운 방식의 국악 감상 환경을 제공한다”며 “공연장을 뛰어넘어 고궁이나 자연경관이 좋은 외부에서 초고화질로 촬영하는 ‘일일국악’도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한때 국악은 ‘늙은 음악’ 장르로 취급됐다. 60대 이상 장년층만 공연을 보러 왔다. 임 원장은 “20대를 공연장으로 이끄는 힘은 온라인 공연에 있다”고 강조한다. 그는 “이미 인터넷에 다양한 콘텐츠가 넘쳐나는데, 20대들이 일일이 공연장을 가기 어렵다”며 “온라인 공연 프로그램은 네이버, 유튜브 등에서 음악을 접하는 젊은 세대를 겨냥한 것”이라고 말했다. ‘일일국악’ 영상은 10분 안팎이다. 짧은 길이 에 20·30대 온라인 관객들이 부담없이 시청했다. 이달에만 네이버TV와 유튜브를 합친 조회 수가 10만 회를 넘었다.

임 원장은 “국립국악원이 코로나19 국면에 발빠르게 대처했던 요인은 서울 서초동 국립국악원에 공연장뿐 아니라 국악박물관, 연구실, 연주단체 등이 집적돼 있는 점도 크다”고 설명했다. 온라인 공연의 연구부터 기획, 연주까지 한 곳에서 조속히 할 수 있어서다. 지난 3월 내보낸 VR 공연 콘텐츠는 사실 오프라인 공연 대체용이 아니다. 지난해 재개장한 국악박물관 체험용을 제작해 놓은 것이 코로나19 시국에 빛을 발했다. 실제로 VR 공연 서비스는 국악박물관이 주도했다. 초고화질 영상 촬영은 국악방송과 협업했다. 임 원장은 “조직 내 무대 연출가, 음향, 조명 기사 등 50여 명의 전문가들이 힘써 줬다”며 “10여 명의 공연기획자가 내준 아이디어도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국립국악원은 이런 공적 인프라를 독점하지 않았다. 풍부한 콘텐츠 개발을 위해 민간 예술단체와 협업했다. 지난달 민간 예술가 31명을 선정해 온라인 공연을 기획했다. 이달 1일부터 ‘희망 ON’이란 제목으로 매일 한 명씩 민간 예술가의 온라인 공연을 기획했다. 공연 단체 30곳도 모집해 다음달부터 올해 말까지 연주 영상을 제작해준다. 임 원장은 “역량 있는 민간단체들과 함께 갈 것”이라며 “민간단체는 국악계 외연을 넓히고, 정악단 등 산하 단체들은 예술성 향상에 초점을 맞추겠다”고 설명했다.

임 원장은 온라인 공연 콘텐츠를 ‘투트랙’으로 기획했다고 했다. 크로스오버 등 파격적인 시도는 민간 단체가 맡고, 국악원 연주단체들은 전통을 잇는 콘텐츠를 제작한다. 판소리와 피아노 소나타를 합치는 등 실험적인 시도를 해온 ‘금요공감’과 토크콘서트 형식의 ‘사랑방중계’는 민간단체를 섭외해 온라인 공연으로 내보내고 있다. 임 원장은 “퓨전을 시도해도 국악 전통이 사라지거나 훼손되지 않는다”며 “젊은 세대를 겨냥한 새로운 레퍼토리를 개발하는 시도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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