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당 키 잡은 김종인 "이념에서 벗어나자"

입력 2020-05-27 17:29   수정 2020-05-28 01:24


미래통합당이 4·15 총선 패배 42일 만인 27일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했다. 통합당은 이날 상임전국위원회와 전국위를 차례로 열고 김종인 비대위 활동 기간을 보장하기 위해 당헌을 개정했다. 김 비대위원장을 포함한 9명의 비대위 인선안도 의결했다. 이에 따라 김 위원장은 적어도 재보궐선거가 치러지는 내년 4월까지 당 재건 및 차기 대선 준비 작업을 총괄 지휘하게 됐다.

40여 일 만에 새 지도부 출범

통합당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전국위에서 재적 인원 637명 가운데 375명이 참석해 만장일치로 ‘8월 31일까지 전당대회를 열어 새로운 지도부를 선출한다’는 내용의 당헌 부칙을 삭제했다. 당헌 개정은 ‘김종인 체제’가 출범하기 위한 ‘선결 조건’이었다. 통합당 전임 지도부는 지난달 28일 상임전국위를 열고 당헌 개정을 하려 했으나 일부 당권·대권 주자들의 반대로 회의 자체가 무산됐다. 같은 날 열린 전국위에선 김 위원장 추대 안건이 통과됐다.

김 위원장은 이날 비대위원 8명의 인선도 마쳤다. 성일종 의원(재선·충남 서산태안)과 김미애 당선자(초선·부산 해운대을), 김현아 의원(20대 국회 비례 초선)이 포함됐다. 청년 비대위원으로는 김병민(서울 광진갑 조직위원장)·김재섭(도봉갑 조직위원장)·정원석(전 강남을 당협위원장) 등 세 명이 발탁됐다. 주호영 원내대표(5선·대구 수성을)와 이종배 정책위원회 의장(3선·충북 충주)은 당연직 비대위원이다.

통합당은 이날 비례대표 위성 정당인 미래한국당과의 합당 안건도 의결했다. 29일 합당이 마무리되면 통합당 의석수는 종전 84석에서 103석으로 늘어난다.

김종인 “더는 ‘보수’란 말 쓰지 마라”

김 위원장은 이날 상임전국위·전국위에 앞서 열린 전국조직위원장회의에 참석해 “일반적 변화가 아닌, 엄청난 변화만이 대선(2022년) 승리의 길”이라며 “정당이 바뀐 세상에 빨리 적응하지 않으면 국민의 관심을 받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보수’ ‘자유 우파’ 등의 말을 더는 강조해선 안 된다”며 “국민은 더 이상 이념에 반응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에 따라 당 정책 노선도 과거에서 탈피해 대대적인 변화를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 위원장은 기본소득제, 전 국민 고용보험제 등 경제·복지 정책 분야에서 여당보다 앞선 선제적 정책을 구상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통합당 한 당직자는 “낡은 보수 이념을 버리고 당이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 줄 수 있도록 여당에 앞서 핵심 의제를 선점해야 한다는 게 김 위원장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새누리당 비대위원으로 활동했던 2012년 진보 정당 전유물로 여겨진 ‘경제 민주화’를 공약으로 내세워 그해 총선과 대선을 승리로 이끌었다. 전국조직위회의에 참석한 한 인사는 “김 위원장이 ‘경제 민주화처럼 새로운 것을 내놓더라도 놀라지 말라’고 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유명무실화됐다는 지적을 받는 당 산하 사단법인 여의도연구원을 해산하고 별도의 새 법인을 만들어 당 산하에 다시 넣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당과의 합당이 확정됨에 따라 당명 개정 작업에도 착수할 전망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 총선 직후 “국민에게 보다 쉽고 친근하게 접근할 수 있는 당명으로 바꾸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라고 말했다.

우여곡절 끝에 김종인 체제가 출범했지만, 당내 갈등 소지는 여전히 남아 있다. 당권·대권 주자를 중심으로 김 위원장 ‘흔들기’가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통합당 한 중진 의원은 “외부인인 데다 총선 공천권도 없는 김 위원장이 리더십을 발휘하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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