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알고] 국회의원 세금 체납액, 선거 때만 되면 0원인 이유

입력 2020-06-03 13:05   수정 2020-06-03 13:28

뉴스래빗은 2020년 5월 21일 '[팩트체크] 세금 체납해도...32명, 21대 국회 金배지 단다' 국회의원 당선자 재산 내역을 분석해 보도했습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통계시스템 내역에 따라 최근 5년치 3440만5000원을 체납 내역으로 기재한 김철민 더불어민주당 의원(경기 안산상록을)을 '체납왕'으로 선정했죠.

이후 김철민 의원실에서 "체납액은 '0원'"이라며 정정 보도를 요청해왔습니다. 무슨 일일까요. 뉴스래빗이 경기도선거관리위원회, 국세청, 안산세무서 등을 취재해보니 자초지종이 있었습니다. 공직선거 후보자의 체납 내역에만 적용되는 특별한 규정이 있는 점도 확인했습니다.
5년간 체납왕=김철민 의원?
"잘못 기재된 서류 제출"
'체납왕'으로 기록됐던 김철민 의원 측에서 2020년 5월 22일 뉴스래빗에 이의 제기한 내용은 이렇습니다.

확인해보니 의원실 해명대로 김 의원의 최근 5년 체납 기록은 '0원'으로 공개되었어야 합니다. 김 의원이 과거 체납했던 3440만5000원을 기한이 지난 후 3일 만에 바로 완납했기 때문이죠.

문제는 안산세무서와 김 의원 측이 국회의원 후보자 서류 제출 시 누락할 수 있는 체납액이 있다는 규정을 인지하지 못한 데서 시작됐습니다.

공직선거에 출마하는 후보자는 세금 체납 이력을 반드시 제출해야 합니다. 다만 공직선거법은 10만원 이하 혹은 3개월 이내 납부한 체납액은 신고하지 않아도 된다고 예외 규정을 두고 있죠. 국회의원 등 공직선거 후보자의 증빙 서류에 한해서만 특별 적용되는 규정입니다.

안산세무서는 김 의원 측에게 체납액 증명서를 교부할 당시 해당 예외 규정을 인지하지 못했습니다. 김철민 의원실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김 의원은 납부 기한이 2015년 11월 30일까지인 종합소득세 체납 건 3440만5000원을 기한이 3일 지난 2015년 12월 3일 완납했습니다. 하지만 공직선거법 규정을 인지하지 못했던 안산세무서는 이 내역을 빼지 않고 명시해 교부했죠.
김 의원 본인과 의원실 역시 해당 규정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2020년 3월 26일, 후보자 등록 시 안산세무서에서 발급받은 세금 체납 내역을 그대로 제출했죠.

의원실이 제출한 공문에 따르면 안산세무서는 2020년 4월 6일 착오를 인정하고 김 의원의 세금 체납 내역을 '0원'으로 정정했습니다. 안산세무서에 이에 대해 확인을 요청했으나, 담당자는 "확인해줄 수 없다"고 잘라 말한 후 더 이상 연락이 닿지 않았습니다.

이후 김 의원 측은 경기도선관위에 이의 제기를 신청했습니다. 경기도선관위에 따르면 김 의원실이 이의를 제기한 건 2020년 4월 9일입니다. 세무서와 의원실의 부주의로 2주 가량 유권자에게 잘못된 정보가 공개되어 있었던 것입니다. 이에 대해 김 의원 측은 "그 부분은 저희에게 실수가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경기도선관위는 김 의원 측의 이의 제기를 받아들여 2020년 4월 13일 세금 체납액을 '0원'으로 정정했습니다. 정정 결정이 선거 이틀 전에야 이뤄진 셈입니다. 이미 나간 공보물 등은 수정할 수 없었기에, 투표소 등에 정정 공고가 게시됐습니다.

일련의 사실관계를 확인 후 뉴스래빗도 김 의원의 5년간 체납액을 '0원'으로 수정했습니다.
10만원 이하·3개월 내 완납하면
후보자 등록시 '0원'으로 써준다
김 의원 측과 안산세무서가 놓친 예외 규정은 무엇일까요.
공직선거법 49조 4항 4조

최근 5년간의 후보자, 그의 배우자와 직계존비속(혼인한 딸과 외조부모 및 외손자녀를 제외한다)의 소득세(소득세법 제127조제1항에 따라 원천징수하는 소득세는 제출하려는 경우에 한정한다) · 재산세 · 종합부동산세의 납부 및 체납(10만원 이하 또는 3월 이내의 체납은 제외한다)에 관한 신고서. 이 경우 후보자의 직계존속은 자신의 세금납부 및 체납에 관한 신고를 거부할 수 있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세금 체납을 했어도 금액이 10만원 이하이거나 3개월 내에만 납부하면 체납이력을 '0'으로 기재한다는 말입니다. 일종의 '면책'인거죠.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공시하는 후보자 정보에 세금 체납액이 '0원'으로 적혀있더라도, 실제로는 체납 이력이 존재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투명하게 공개되어야 하는 국회의원 후보자 정보임에도, 유권자는 후보의 '진짜 체납액'이 얼마인지 사실상 알 수 없는 구조입니다.

국세청 관계자는 "(일반 국민의 경우) 단 하루라도, 단돈 10원이라도 체납하면 체납 기록이 남는다"라고 말했습니다. 일반 국민은 3개월 내 완납했거나, 10만원 이하라도 증명서 등에서 내역을 뺄 수 없다는 뜻입니다.

공직자를 선출하는 선거에서 일정 수준 이하의 체납을 알 수 없게 감춰주는 규정은, 국민의 알 권리와 형평성 차원에서 문제가 있습니다.
'선거 종료' 동시에
후보자 제출서류 '비공개'
선거가 끝난 후에는, 당선자라 하더라도 공개했던 재산·체납·병역·전과 등 정보를 알 수 없게 되는 점도 공직선거법의 한계입니다. 공직선거법 49조 12항에 따르면 선거 기간동안 공개했던 재산·체납·병역·전과 등 후보자 정보는 선거가 끝나자마자 비공개로 전환됩니다.
공직선거법 49조 12항

관할선거구선거관리위원회는 제4항제2호부터 제7호까지와 제10항의 규정에 의하여 제출받거나 회보받은 서류를 선거구민이 알 수 있도록 공개하여야 한다. 다만, 선거일 후에는 이를 공개하여서는 아니된다.
만약 당선자 명단을 중앙선관위에서 열람할 수 있었다면, 뉴스래빗이 김 의원의 '숨겨진' 체납액을 보도하는 일은 애시당초 발생하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선관위가 선거일 직전 '0원'으로 정정한 김 의원의 체납 내역을 선거 후에도 확인할 수 있었을 테니까요.
뉴스래빗은 선거 종료 후 당선자 300명의 재산·체납·병역·전과 등 정보를 중앙선관위에 요구했지만 받을 수 없었습니다. 중앙선관위는 "법적으로 선거 후에는 공개되지 않는 자료라서 별도로 제공되지 않는다"라며 "법원에서 압수수색 영장이 나오거나 수사에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별도로 제공하지 않고, 정보 공개 청구 대상도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우리가 본 국회의원 체납액,
전부가 아닐 수 있다
뉴스래빗 취재 결과, 공직자 출마 시 일정 수준 이하의 세금 체납 이력은 이력이 있더라도 국민에게 알리지 않아도 됩니다. 결국 우리가 체납액이 없다고 확인한 국회의원 후보자 명단도 믿을 수 없다는 말이죠. 법에 어긋나진 않지만 국민의 알 권리는 물론, 일반 국민과의 형평성 차원에서도 문제가 있습니다.

낙선한 후보들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당선자의 주요 세부 이력마저 선거가 끝나자마자 비공개로 전환하는 건 투명하지 못한 일 아닐까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뉴스래빗은 국민을 대표해 선거에 출마하는 후보자들과 당선자들의 정보가 더 투명하게 공개돼야 한다고 제안합니다. 국민의 알 권리와 일반 국민과의 형평성을 위해서 말입니다 !.!



# 팩트알고[팩트알고]는 뉴스래빗 팩트체크 기반 설명형(explanation) 콘텐츠입니다. 참 또는 거짓으로 양분할 수 없는 수많은 사회 문제를 질문답변 형식으로 풀어드립니다. 데이터 저널리즘에 기반한 설명과, 몰입감을 더하는 인터랙티브 시각화도 함께 제공합니다. 뉴스래빗이 지난 2018년부터 기획·개발·디자인을 더해 시작한 [알고] 시리즈의 최종판입니다.

책임=김민성, 연구=강종구,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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