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공인인증서 폐지, 핀테크 시작일 뿐이다

입력 2020-05-31 18:23   수정 2020-06-01 00:06

한국 핀테크의 시작은 아이러니컬하게도 공인인증서 덕분이라고 할 수 있다. 1999년 전자서명법 제정과 함께 탄생한 공인인증서는 사용의 불편함과 보안 취약성에도 불구하고 지난 21년간 대한민국의 가장 보편적인 전자 서명 수단으로 활용돼 왔다.

공인인증서 없이 쉽고 편하게 송금과 결제를 가능하게 한 것이 핀테크의 시작이었고, 당연하게 여겨왔던 금융 거래의 불편함을 해소하는 것이 모든 핀테크 업체의 사명이었다. 처음엔 “이렇게 편해도 괜찮은 건가?”라는 우려 섞인 반응도 있었다. 하지만 간편결제나 간편송금 같은 핀테크 서비스가 보편화된 이후로는 수많은 불편함과 어려움을 감내하면서 금융 거래를 해왔다는 배신감에 분노하기도 했다.

이 모든 논란의 중심에 있던 공인인증서가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강산이 두 번 바뀌는 와중에도 한 치의 흔들림 없이 찰싹 붙어 있던 ‘공인’ 완장이 떼어진다. 핀테크산업 발전의 커다란 걸림돌이 사라지는 것이다. 덕분에 업권의 태동이 생겨났으니 일견 고맙다고 할 수도 있겠으나, 다시는 이런 규제가 생겨나지 않길 바라는 마음뿐이다.

국내 핀테크산업은 이제 태동기, 형성기를 거쳐 고도 성장기에 접어들었다. 한국은행이 국내 전자지급서비스 이용 현황을 분석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간편결제 서비스 이용 실적은 일평균 602만 건, 1745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56.6%, 44.0% 증가했다. 간편송금 역시 249만 건, 2346억원으로 같은 기간 76.7%, 124.4% 증가했다. 우리나라 최초의 간편결제 수단인 카카오페이가 세상에 나온 게 2014년이니, 불과 6년 만에 이뤄낸 놀라운 성과다.

하지만 여전히 갈 길은 멀다. 당장 올 하반기에는 핀테크산업의 오픈뱅킹 법적 근거 확보, 사용자 보호 방안 마련 등을 위한 ‘전자금융거래법’ 개정 등을 앞두고 있다. 전자서명법 역시 효력이 발생하는 11월까지 시행령을 준비해야 한다. 악마는 디테일에 숨어 있다고, 부칙 한구석에 들어간 문구 하나, 단어 하나가 또다시 향후 20년 산업 혁신의 발목을 잡지 않도록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규제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 사전 규제를 강화하기보다는 기업 자율에 맡기는 사후규제를 통해 혁신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 일사전속주의 폐지, 금융상품 광고 및 중개에 대한 법과 제도 마련 등 성장한 업권 규모에 맞게 새로운 규율 체계도 도입해야 한다.

균형 잡힌 핀테크산업 육성을 위한 소비자 보호 정책 강화 및 업계 스스로의 자율규제 도입도 중요하다. 오픈뱅킹, 마이데이터, 혁신금융서비스, 소액해외송금, 블록체인 등 다양한 업권별 자율규제 마련을 민간에서 주도적으로 준비함으로써 핀테크 사업자들이 더 적극적으로 소비자 보호에 앞장서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한 우수 인재 양성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 최근 핀테크 업체 대표들의 가장 큰 고민거리는 인재 채용이다. 산업은 급성장하고 있지만 인공지능, 블록체인 등 4차 산업혁명의 기반이 되는 첨단기술을 다루는 개발자는 한정돼 있다. 금융과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해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전문가 역시 턱없이 부족하다. 석·박사 과정을 거치지 않더라도 대학 졸업과 함께 바로 현장에 투입될 수 있는 인재를 더 큰 규모로 양성하도록 교육 체계 개편을 위한 정부 차원의 깊이 있는 고민과 민간의 적극적 지원이 절실하다.

앞으로 2~3년은 국내 핀테크산업 발전의 ‘골든타임’이 될 것이다. 호시탐탐 국내 시장 진출을 노리는 해외 ‘빅테크’의 진입이 본격화된다면 이전과는 다른 수준의 치열한 경쟁이 펼쳐질 것이다. 국내 기업들이 그들과 대등하게 경쟁하는 것은 물론 글로벌 수준의 핀테크 선도 업체가 등장할 수 있도록 선제적인 정책 지원이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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