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종만 오가노이드사이언스 대표 "사람 장기 닮은 오가노이드 기반 신약 개발… 2년 뒤 본격 임상"

입력 2020-06-01 14:18   수정 2020-06-05 13:44


“덴마크의 다국적 제약사 노보노디스크제약을 닮으려고 합니다. 한우물만 파서 대사질환 치료제 분야의 세계적 강자가 된 회사죠. 오가노이드를 기반으로 신약, 인공장기 등을 아우르는 세계적 재생의료 전문기업이 되겠습니다.”

유종만 오가노이드사이언스 대표(39)의 포부다. 설립한 지 만 2년이 지나지 않은 새내기 바이오벤처를 이끌고 있는 유 대표는 차의과학대 미생물학교실 교수이기도 하다. 그는 국내에 흔치 않은 오가노이드 전문가다.

‘미니장기’로 불리는 오가노이드는 인체 장기와 비슷한 특성이 있어 재생 신약 개발에 적합한 데다 의약품 효능시험에 유용한 수단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 때문에 미국 스리디나믹스, 영국 셀레스 등 이 시장에 뛰어드는 바이오기업이 늘고 있다. 하지만 이 분야의 기술 수준은 아직 초기 단계다. 유 대표는 “오가노이드가 장기적으로는 사람의 장기를 대체하는 수준으로까지 발전해나갈 것”이라며 “시장 확장성이 매우 크다”고 했다.

교수 창업 제안 받고 선뜻 결심

유 대표는 고려대 생명과학과에 진학해 신약 개발의 꿈을 키웠다. 호기심도 많았다. 대학 시절 실험에 쓰다 남은 생쥐를 자취방에서 길렀을 정도다. 차의과대 의학전문대학원에 들어간 것도 의사가 되려던 게 아니었다. “생물학을 공부하다 보니 인체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싶었어요. 기초과학 연구를 위해 의학을 배운 거죠.”

안정적인 수입이 보장되는 의사의 길을 포기하고 과학자가 되기로 한 데는 부친의 응원이 큰 힘이 됐다. 전북 전주에서 정신과 전문의로 일하는 부친은 유 대표가 의대에 진학하지 않았을 때도, 의전원을 마치고 과학자가 되겠다고 했을 때도 기꺼이 반겼다. 유 대표는 “두려움이 없지는 않았지만 기존 지식을 배우는 것보다 새로운 것을 찾고 만드는 게 더 적성에 맞다고 생각해 미련없이 과학자의 길을 선택했다”고 했다.

줄기세포 유전자 치료제로 박사 논문을 쓴 유 대표는 2015년 차의과대 의전원 교수로 임용됐다. 이때부터 오가노이드 연구를 시작했다. 당시는 생소한 분야였지만 신약 개발의 혁신적 도구로 사용될 수 있다는 판단이 섰다.

기존 오가노이드 연구의 문제점을 하나씩 풀어가던 그는 차병원그룹으로부터 창업해볼 생각이 없느냐는 제안을 받았다. 대학에 창업 장려 붐이 한창 불 때다. 그때서야 창업을 고민했다. “교수 신분으로 할 수 있는 연구와 역할에 한계를 느끼고 있을 때였어요. 논문을 쓰는 연구 단계까지는 국책과제 등의 지원을 받을 수 있어요. 물질 특허도 낼 수 있죠. 하지만 그 이후 단계는 엄두조차 못 냅니다. 정부 지원만으로는 치료제 임상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기 어렵기 때문이죠.”

유 대표는 2018년 10월 사재를 털어 회사를 차렸다.

오가노이드 ‘혁신 기술’ 확보

오가노이드는 사람의 장기를 닮은 유기체다. 크기는 수백 마이크로미터(㎛: 1㎛=100만분의 1m)에서 최대 1㎜로 다양하다. 인체 장기의 구조와 기능을 재현할 수 있다. 인공장기를 만들거나 신약으로 개발할 수 있다. 항암제 등 새로운 약물을 개발할 때 동물실험이나 사람 임상에 앞서 약물효능 평가에 쓸 수도 있다. 지난해 미국 캘리포니아대 연구진이 미니 뇌를 개발하는 데 성공하면서 오가노이드에 대한 관심이 부쩍 많아졌다.

오가노이드는 줄기세포 치료제 등 기존 재생 치료제의 한계를 뛰어넘을 차세대 기술로 꼽힌다. 조직 재생을 통해 질환을 치료한다는 점에서는 줄기세포 치료제와 비슷하다. 차별점은 세포 구조다. 오가노이드는 특정 장기와 비슷한 다세포로 구성된 조직이다. 단일 세포인 줄기세포에 비해 재생 능력과 정착 능력이 훨씬 뛰어난 이유다. 그만큼 치료 효과와 속도가 빠르다.

하지만 아직은 초기 단계나 마찬가지다. 기존 연구방법론으로 극복해야 할 기술적 한계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기존 오가노이드 배양기술은 매트리젤의 약점, 고가의 배양액 같은 요인 때문에 상용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오가노이드 지지체로 흔히 사용되는 단백질인 매트리젤은 비싼 데다 의약품 생산에는 사용할 수 없다.

오가노이드사이언스의 경쟁력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3차원(3D) 프린팅 등을 주로 활용하는 경쟁사들과 달리 성체줄기세포를 쓴다는 점이다. 장 신장 등 특정 장기를 만드는 능력을 가진 성체줄기세포를 활용하기 때문에 장기를 만들기가 용이하다. 유 대표는 “장 샘 간 등의 장기에 대한 오가노이드 제작 기술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둘째는 인체에 쓸 수 있는 오가노이드 생산 기술이다. 대개 실험용 오가노이드는 종양 위험이나 효능 등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는다. 이렇다 보니 인체에 곧바로 적용하기 어렵다. 이 회사의 기술이 주목받는 배경이다.

인체에 쓸 수 있는 오가노이드 제작 기술을 갖춘 곳은 세계적으로 손에 꼽힌다. 일본 도쿄의대 와타나베 마모루 교수, 미국 신시내티대의 제임스 웰스 교수 등이다. 지금까지 장 오가노이드를 사람 치료에 쓰겠다는 계획을 밝힌 과학자는 이들이 전부다. 미국 유럽 등에서 진행 중인 오가노이드 임상은 대다수가 치료제 개발 임상이 아니다. 오가노이드 자체가 유효한지를 동물실험으로 확인하는 비임상 수준에 그치고 있다.

오가노이드사이언스는 오가노이드를 의약품 형태로 만드는 기술을 이미 확보했다. 유 대표는 “올 하반기에는 의약품 생산공정을 갖추고 임상시험용 오가노이드를 생산할 예정”이라며 “오가노이드 치료제 개발 속도는 세계적으로도 빠른 편”이라고 했다.

“연내 신약 전임상 착수”

오가노이드사이언스는 오가노이드 기반 기술로 다양한 난치병 치료제를 개발할 계획이다. 조기 임상 진입과 기술 이전으로 수익성과 성장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겠다는 전략도 마련했다. 유 대표는 “낮은 종양 가능성, 대량 생산, 간단한 시술 등 기존 줄기세포 치료제에 비해 오가노이드가 갖는 장점이 많다”며 “병변 부위의 손상조직 재생능력이 뛰어난 데다 기존 재생치료제로는 접근이 어려웠던 질환까지 치료할 수 있다”고 했다.

이 회사의 주력 파이프라인은 장 오가노이드 치료제다. 방사선 직장염 등 방사선 치료 때문에 생기는 장 질환, 크론병 같은 장 염증성 질환이 타깃이다. 방사선 치료로 인해 발생하는 염증성 장질환 환자는 국내에서만 연간 1만여 명에 이른다. 세계적으로는 해마다 100만 명이 새로 생긴다. 아직 근본적 치료법이 없다. 염증 완화 치료가 전부다.

장 오가노이드는 망가진 장 조직에 오가노이드를 주입해 망가진 부위가 재생하도록 하는 치료제다. 내시경으로 환자의 장 일부를 떼어낸 뒤 이 조직에서 줄기세포를 찾아내 배양한 다음 오가노이드를 만든다.

이 회사는 올해 동물실험(전임상)에 들어가 내년 하반기께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임상시험계획(IND) 승인신청을 할 예정이다. 2022년에는 임상 1상을 시작할 계획이다. 세계 최초 오가노이드 치료제로 상용화하는 게 목표다. 유 대표는 “2023년께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임상시험 계획을 제출할 것”이라며 “다국적 제약사 등에 기술이전하거나 공동 연구를 추진하려 한다”고 했다.

샘 오가노이드 치료제도 개발 중이다. 방사선 치료를 받은 두경부암 환자에게 생기는 침샘 기능 저하를 막아주는 치료제다. 유 대표는 “장 오가노이드 파이프라인 개발을 먼저 하고 샘 오가노이드 치료제는 6개월 또는 1년 늦게 개발 일정을 조절할 계획”이라고 했다.

“오가노이드, 동물실험 대체할 것”

오가노이드사이언스가 주목하는 또 하나의 시장은 신약 개발 플랫폼 사업이다. 오가노이드가 신약 효능 검증에 유용한 도구로 주목받고 있어서다. 인체와 구조가 다른 동물실험보다 훨씬 더 유효한 실험 결과를 얻을 수 있다. 그는 “오가노이드로 평가하면 사람을 대상으로 한 본임상에 앞서 약물의 안전성은 물론 효능까지 미리 확인할 수 있다”고 했다.

이렇게 되면 제약·바이오기업은 임상 실패로 인한 비용 부담을 크게 낮출 수 있게 된다.

동물 보호 등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동물실험 규제가 갈수록 강화되고 있는 것도 기회다. 유 대표는 “오가노이드를 통한 약물 평가사업, 오가노이드를 키우는 배지사업 등이 치료제 개발을 위한 캐시카우(현금 창출원) 역할을 할 것”이라고 했다.

“2024년 코스닥 상장”

오가노이드사이언스는 지난 3월 아주IB투자,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 LB인베스트먼트, 컴퍼니케이파트너스 등 벤처캐피털로부터 80억원을 투자받았다. 지난해 5월 차바이오텍에서 시드머니를 투자받은 이후 기관투자가로부터의 첫 번째 자금 조달이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투자시장이 얼어붙은 상황에서 투자 유치에 성공한 것은 사업 가능성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유 대표는 회사 성장은 임직원 개개인의 성장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이를 위해선 조직원들이 회사와 함께 꿈을 꾸고 비전을 이뤄나가야 한다고 믿는다. 그는 “회사가 성과를 내면 임직원에게 충분히 보상하려 한다”고 했다.

오가노이드사이언스는 2024년께 상장을 추진할 계획이다. 2022년 초 대규모 자금조달 계획도 갖고 있다. 유 대표는 “오가노이드와 인공장기, 바이오 3D프린팅 등 재생의료 전반을 아우르는 재생의료 전문기업으로 키워가겠다”고 말했다.

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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