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고 조각으로 재해석한 도시 풍경…코로나 탈출을 꿈꾸다

입력 2020-06-01 17:48   수정 2020-06-02 00:35


창작은 경험의 반영이다. 신진 작가 젠 박(35)은 어릴 때부터 장난감 레고가 너무 좋았다. 조립설명서만 있으면 무엇이든 완성할 수 있는 레고의 매력에 푹 빠져 신제품이 나올 때마다 조립 삼매경에 빠졌다. 이제 레고는 그에게 창작의 영감을 주는 원천이다. 레고를 모티브로 도시 풍경을 재해석하고 자신만의 세계를 추상작품으로 창조해낸다.

서울 삼청동 공근혜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개인전 ‘레고스케이프트(Legoscaped)’는 젠 박의 이런 작품 세계를 만날 수 있는 자리다. 레고의 구조적이고 질서정연한 형태를 기반으로 구축과 조립, 해체와 단순화의 과정을 거쳐 탄생한 색면회화는 미니멀리즘에 가깝다. 지붕과 벽, 집과 집, 건물과 건물 사이의 공간이 각각의 색을 입고 뒤섞이거나 재배치된다. 회화, 설치 작품 등 18점을 선보이고 있다.

젠 박이 2017년부터 선보이고 있는 ‘레고스케이프(Legoscape)’ 연작은 레고(Lego), 도시경관(Cityscape), 도피(Escape) 등 세 단어로 만든 합성어다. 레고는 완벽주의적인 작가에게 안도감을 주는 사물이고, 도시는 편리함과 함께 불안과 결핍, 낯섦을 안겨주는 양가감정의 근원이다. 서울, 뉴욕, 싱가포르 등 거대도시에서 생활해온 젠 박은 여기서 파생되는 도피의 욕망, 완벽한 내적 이상향과 유토피아에 대한 지향을 작품에 담아냈다.

젠 박의 작업은 도시에서 벌어지는 사건과 환경 변화에 따라 유기체처럼 발전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현재진행형의 ‘레고스케이프(-ing)’와 과거형의 ‘레고스케이프트’ 등으로 변용된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불안 심리와 탈출의 갈망을 캔버스에 담았다.

캔버스에 아크릴로 그린 ‘레고스케이프트 V’는 추상적 구조물들을 네 가장자리에 두르고 화면 가운데를 큰 여백으로 남겨둔 작품. 답답한 실내를 벗어나 창문을 열고 날아가고 싶은 마음을 짐작하게 한다. 작가는 “코로나19로 인해 밖에 나가지 못하는 생활이 길어지면서 탈출하고 싶은 마음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평면 회화와 함께 나무로 작업한 입체설치 작품도 선보이고 있다. 북촌 기와집의 단청 색과 벚꽃 색을 입은 기와지붕, 미국 뉴저지 교외의 굴뚝, 뉴욕의 타일 지붕 등 작가의 기억 속에 자리한 각 도시의 상징적 건축 요소를 모티브로 한 작품들이 평면회화 속 건축물 일부를 밖으로 꺼낸 듯하다.

젠 박은 미국 뉴욕에서 태어나 코넬대에서 순수미술을 전공한 뒤 파슨스디자인스쿨에서 패션디자인을, 소더비 인스티튜트에서 미술사를, 홍익대 미술대학원에서 회화를 공부했다. 2016년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한국과 미국, 영국, 벨기에 등지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코로나19 이후 기존의 세상과는 확연히 달라진 상황에서 반성과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려는 공근혜갤러리의 ‘포스트 코로나 특별 기획전’ 첫 순서다. 전시는 오는 21일까지.

서화동 선임기자 fire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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