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청업체 노조까지 신경쓰라는 중노委

입력 2020-06-02 17:24   수정 2020-06-03 01:17

앞으로 하도급 업체에 조직된 노조가 원청업체를 상대로 교섭을 요구하더라도 원청업체는 이를 거부하기 어렵게 됐다. 중앙노동위원회(위원장 박수근)가 법적인 교섭 의무가 없음에도 원청업체가 하청업체 근로자의 근로 조건 개선을 위해 하청업체와 공동 노력하라고 권고했기 때문이다.

중노위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산하 전국금속노동조합의 지부로 조직돼 있는 비정규직과 사내하청 노조들이 지난달 20일 각각의 원청업체인 현대자동차, 현대제철, 포스코, 현대중공업, 에이지씨화인테크노한국 등 9개사를 상대로 제기한 ‘조정신청 사건’에서 지난 1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행정지도 결정’을 내렸다.

이날 밤 12시가 다 돼 나온 결정서에서 중노위는 원청업체가 직접적인 교섭 당사자가 아니라는 원칙을 재확인했다. 그러면서도 “원청업체는 하도급 근로자의 안전보건 등 근로조건 개선을 위해 사업장 상황에 맞게 하도급 사용자들과 공동 노력하라”는 권고 문구를 넣었다.

중노위의 ‘조정 및 필수유지업무 매뉴얼’에 따르면 조정을 신청한 노조와 회사가 노동조합법에 근거한 노동 관계 당사자가 아닌 경우 단순히 ‘교섭 당사자가 아니다’는 내용을 담은 행정지도 결정을 내리면 된다. 당사자가 아니라고 판단한 경우엔 교섭 내용이 적정한지 여부를 더 따져볼 필요도 없다.

그럼에도 중노위는 이번 행정지도 결정을 내리면서 이례적으로 결정서에 ‘원청업체도 공동 노력을 하라’는 권고 문구를 넣었다. 원청업체와 하청 노조 간의 직접 교섭을 줄기차게 요구해 온 노동계 입장을 상당 부분 반영한 조치란 평가다.

김희성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준사법기구인 중노위는 재판에 준하는 절차에 따라 운영되는 기관”이라며 “당사자 적격을 가려달라는 신청 취지를 넘어서는 이번 결정은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경영계에서도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 경영계 관계자는 “중노위가 결정서에 이 같은 권고를 추가한 것은 전례가 없다”며 “이번 권고 문항을 빌미 삼아 하청 노조의 원청업체에 대한 교섭 요구가 급증하고 결국 교섭권이 인정되는 상황까지 오는 것 아니냐”고 걱정했다.

최종석 전문위원 js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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