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기업 법인세 더 내라"…年 14조 추가징수 나선 EU

입력 2020-06-03 08:02   수정 2020-09-01 00:02

유럽연합(EU)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경제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조성되는 기금 상환을 명분으로 다국적기업에 대한 세금 신설을 추진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7만여곳의 다국적기업을 대상으로 ‘단일시장세’(single market tax) 명목의 법인세를 신설해 연간 100억유로(13조6500억원)를 추가로 징수하겠다는 계획이다.

EU 행정부인 집행위원회는 2일(현지시간) 글로벌 매출액이 7억5000만유로(1조200억원)를 초과하는 유럽 내 다국적기업을 대상으로 단일시장세를 부과하는 계획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위원회는 “7500억유로(1024조원)에 달하는 코로나19 기금 상환을 위해 단일시장세를 신설할 계획”이라며 “개별 기업에 과도한 부담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EU는 지난달 27일 코로나19로 타격을 입은 회원국들의 경제회복을 지원하기 위해 7500억 유로 규모의 기금 조성계획을 내놨다. EU는 금융시장에서 7500억 유로를 빌려 회원국에 지원하겠다는 계획이다. 이 자금은 오는 2028년부터 30년에 걸쳐 분할 상환할 계획이다. 이 돈을 상환하기 위해선 세금 신설이 유일한 대안이라는 것이 EU의 설명이다.

EU에 따르면 글로벌 매출액이 7억5000만유로를 초과하는 유럽 내 다국적기업은 7만여곳에 달한다. 역내 무관세로 상품·서비스 이동이 이뤄지는 EU 단일시장 및 단일통화의 혜택을 받고 있는 다국적기업들에게 세금을 부과하는 건 당연하다는 것이 EU의 주장이다. 요하네스 한 EU 예산담당 집행위원은 “우리 목표는 늦어도 오는 2027년 말까지 연 100억유로의 단일시장세를 걷는 것”이라며 “궁극적으로는 연 150억~200억유로 징수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EU는 개별 기업이 내야하는 단일시장세 세율은 회사 매출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밝혔다. 다국적기업을 2~3개 범주로 나눠 세율을 차별화할 수 있다는 것이 EU의 설명이다. 유럽 각지에 법인을 둔 다국적기업을 한 곳으로 볼 지 개별 기업으로 볼 지 등 구체적인 징수계획은 아직까지 확정되지 않았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유럽 각국에 현지법인을 두고 있다. 요하네스 한 집행위원은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까지 없다”며 “아직까지 아이디어 차원의 계획”이라고 밝혔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EU가 코로나19 기금 상환을 위해 회원국들의 예산 분담을 높이는 대신 다국적기업으로부터 추가 세금을 걷는 방법을 선택했다고 분석했다. 코로나19 기금 조성에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는 덴마크, 스웨덴, 오스트리아, 네덜란드 등 ‘프루걸(frugal·검소한) 4개국’을 설득하기 위해 EU가 단일시장세 신설을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 FT의 분석이다.

EU에서 재정상태가 가장 양호한 이들 국가는 EU 예산이 재정상태가 취약하고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가 만연한 남부·동부유럽 국가들의 보조금으로 쓰이고 있다는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요하네스 한 집행위원도 “특정 국가의 예산에 의존하는 방식으로는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룰 수 없다”며 “단일시장세가 도입되면 회원국의 분담금에 대한 의존도를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인정했다. 신설 세금이 도입되려면 27개 회원국 전원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다만 EU는 단일시장세가 다국적기업들에게 큰 부담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위원회는 “연간 100억 유로는 다국적기업이 EU에서 벌어들이는 매출액의 0.2%에도 못 미친다”며 “단일시장세 총 징수규모도 이들 기업 매출액의 0.2% 미만을 목표로 할 것”이라고 밝혔다.

EU 집행위원회의 단일시장세 신설에 내해선 내부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티에리 브레튼 내부시장담당 집행위원은 “(법인세 신설은) 경험에 비춰볼 때 극도로 조심스러워야 한다”며 “매우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은 코로나19 기금 설치가 우선”이라며 “기금 재원마련은 나중에 생각해도 될 문제”라고 덧붙였다.

런던=강경민 특파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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