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호 "정부 주도 한국판 뉴딜, 기업 투자위축 등 부작용 나타날 수도"

입력 2020-06-03 17:13   수정 2020-06-04 01:29

이인호 한국경제학회 회장(서울대 경제학부 교수·사진)은 3일 “정부가 주도해 추진하려는 ‘한국판 뉴딜’에는 기업이 소외돼 있다”며 “기업의 설비투자를 위축시키는 ‘구축효과’가 부작용으로 나타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구축효과는 정부의 재정지출 확대가 민간의 활력을 떨어뜨리고 소비·투자를 위축시키는 현상을 말한다.

이 회장은 이날 한국경제학회 한국국제경제학회 한국재정학회가 ‘코로나 이후 한국 경제 이슈와 전망’을 주제로 공동 경제정책 학술대회를 열기에 앞서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이같이 밝혔다.

정부는 지난 1일 내놓은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2025년까지 디지털과 그린 분야를 중심으로 76조3000억원의 재정을 투입하는 한국판 뉴딜 사업에 나서겠다고 발표했다. 이 회장은 “한국판 뉴딜은 공무원이 운영하고 주도할 수 있는 사업이 아니다”며 “정부는 기업이 투자할 환경을 조성하는 역할에 그쳐야 하고 시장 주도권을 기업에 넘겨야 한다”고 했다.

그는 “정부와 여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과 총선 승리로 확장재정의 당위성을 얻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조(兆) 단위 재정을 함부로 쓴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기업의 ‘리쇼어링’(해외 진출 기업의 국내 복귀)을 독려하기 위해 세금을 깎아주고 지원금을 지급하는 대책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 회장은 “차가운 계산을 하는 기업이 비교적 적은 액수의 보조금과 세금 혜택을 노리고 복귀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며 “규제를 개혁하고 노동유연성을 높여야만 기업의 유턴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한국경제학회 한국국제경제학회 한국재정학회가 연 학술대회에서도 정부의 3차 추가경정예산과 확장재정에 대한 우려와 비판이 쏟아졌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올해 1~3차 추경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올 연말 45.3~46.2%까지 치솟을 것”이라며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도 6.9~7.2%에 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3차 추경안을 발표하면서 제시한 국가채무비율(43.5%),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5.8%)을 모두 웃도는 수치다.

김 교수는 “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해 편성된 올해 2차 추경은 적절하지 못했다”며 “국민 모두에게 재난지원금을 지급한 곳은 일본과 한국뿐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올해 2차 추경 편성은 총선 전후에 여당이 주도했다”며 “여당은 헌법에 보장된 행정부의 예산편성권을 침해했고 재정정책의 비효율성과 정치 편향도 초래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코로나19 국면에서 급증한 총지출 규모를 하향 조정해 위기 이전 경로로 복귀시키지 못하면 2028년 국가채무비율은 67~80%로 높아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강성훈 한양대 정책학과 교수는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한 증세 정책은 세원의 저변을 넓히는 형태로 진행해야 한다”며 “2017년 기준 41%에 육박하는 소득세 면세자 비율을 점진적으로 줄여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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