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수뇌부 인사에 멈춰선 금감원

입력 2020-06-03 18:10   수정 2020-06-04 00:21

“일이 손에 잡히겠습니까?”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요즘 내부 분위기를 ‘개점휴업’ 상태라고 했다. 유광열 수석부원장과 권인원 은행담당 부원장, 원승연 자본시장담당 부원장이 지난 4월 사의를 밝힌 뒤 두 달이 다 되도록 후속인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부원장은 금융감독의 실질적인 책임을 떠안는 막중한 자리다. 금감원장이 거시적인 감독방향을 제시하고 최종 결정권을 행사하지만 실무 업무의 대부분은 부원장 선에서 마무리된다. 부원장들의 공백은 결국 금융감독의 공백과 같은 의미라는 얘기다.

물론 유 수석부원장 등 부원장 3명은 여전히 출근한다. 하지만 이들에게 미래지향적인 업무를 기대하긴 어렵다는 게 금감원 안팎의 분석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어느 조직이든 수뇌부가 책임감 있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면 아랫사람들은 일하는 시늉만 내게 되는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이어 “코로나19 관련 금융지원 등 할 일이 태산인데 금감원이 중심을 잡기는커녕 상황에 끌려다니고 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고 털어놨다. 금융위원회 관료의 입에서조차 “금감원이 ‘학업’에 뜻이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최근 들어 윤석헌 금감원장의 교체설까지 흘러나오면서 금감원 내부의 동요는 더욱 심해졌다. 파생결합펀드(DLF) 불완전 판매, 키코(KIKO·외환 파생상품) 분쟁조정 등과 관련해 책임론이 부각되더니 최근에는 청와대 민정수석실로부터 비공개 소환 조사를 받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친정부 인사가 이미 후임으로 내정됐다는 소문도 파다하다.

윤 원장의 임기(3년)는 내년 5월까지로 아직 1년 가까이 남아 있다. 윤 원장이 교체되면 문재인 정부에서는 임기를 채운 금감원장을 배출하지 못하게 된다. 전임 김기식 원장은 취임 2주 만에 사퇴하며 역대 최단기 금감원장이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금융권에서는 청와대든 금융위든 금감원의 인사 불확실성을 조속히 해소해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여의도 저승사자’의 부재는 금융소비자 보호 및 금융산업 발전에 지장을 초래한다는 이유에서다.

금융위설치법에 따르면 금감원장은 금융위원장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하고 부원장들은 금감원장의 제청으로 금융위가 임명한다. 임명권을 쥐고 있는 사람들이 금감원 조직 안정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감원 인사는 정부와 정책금융기관 인사 전반으로 연결돼 있기 때문에 섣불리 단행하기 어려울 수 있다”면서도 “그렇더라도 리더십이 흔들리고 있는 금감원을 지금처럼 방치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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