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집값 하락 멈췄다…非강남 급등

입력 2020-06-04 17:36   수정 2021-06-04 10:35


하락세를 보이던 서울 아파트값이 9주 만에 보합으로 전환했다. 규제 풍선효과로 비(非)강남지역 저가 아파트값이 대출 규제선인 9억원을 향해 우상향하면서 서울 집값을 끌어올렸다. 급매물이 정리된 강남권 재건축도 반등세를 보이며 전 고점을 턱밑까지 따라잡고 있다.

한국감정원은 6월 첫째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가 지난 3월 말 이후 9주 만에 전주 대비 보합세로 돌아섰다고 4일 발표했다.

강남구(-0.08%→-0.03%) 서초구(-0.09%→-0.04%) 송파구(-0.04%→ -0.03%) 등 강남3구는 전주보다 하락폭이 0.01~0.05%포인트 줄었다. 비강남에선 구로구(0.07%) 금천구(0.03%) 등의 중저가 단지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구로구 고척동 고척파크푸르지오 전용면적 84㎡는 지난달 8억2200만원으로 신고가를 경신했다. 지난해 ‘12·16대책’으로 9억원 초과 아파트는 대출에 규제를 받고, 15억원 초과는 대출이 아예 불가능해졌다.

강남도 집중적인 규제를 딛고 반등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경기 침체 우려가 잦아들고 삼성동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착공, 용산 정비창 개발 등 호재가 쏟아진 영향이다.

잠실주공5단지 전용 82㎡는 지난 1일 22억6100만원에 거래됐다. 직전 거래가(19억6420만원)보다 3억원 가까이 올랐다. 전 고점인 올 3월 거래가(22억8425만원)와 비슷한 수준이다. 한국감정원 관계자는 “보유세 기준일(6월 1일)이 지나고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기한(6월 30일)이 임박하면서 급매물이 자취를 감추자 호가가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유동성 랠리’를 벌이는 증시와 마찬가지로 기준금리 인하와 추가경정예산의 영향도 큰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말 기준금리를 연 0.75%에서 연 0.50%로 내렸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비강남 단지들의 가격이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강남 집값이 싸게 보이기 시작했다”며 “정부의 집값 안정 의지가 워낙 강해 추세적 상승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hr style="display:block !important; margin:25px 0; border:1px solid #c3c3c3" />돈 넘쳐흐르자 증시 이어 집값도 '들썩'…잠실5·은마 바닥 찍었다
중저가 단지 오르자…서울 아파트값 9주 만에 보합세로


서울 집값이 9주 만에 보합세로 돌아선 데는 비강남권 단지들의 상승세가 주도적인 영향을 미쳤다. 강남 고가 단지는 초고강도의 대출 규제로 사실상 매수가 힘들어졌다. 그러자 규제가 덜한 강북 중저가 아파트로 매수세가 몰리는 풍선효과가 두드러졌다.

여기에 삼성동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착공, 용산정비창 개발 등 호재가 터지더니 잇단 금리 인하로 유동성까지 넘치게 되자 강남 단지들도 꿈틀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경기침체 우려를 딛고 한국을 포함한 미국 등 세계 증시가 랠리를 펼치고 있는 것도 매수 심리를 호전시키고 있다.


비강남권이 집값 반등시켰다

4일 현지 중개업소에 따르면 ‘금관구(금천·관악·구로구)’ 지역은 9억원 이하 단지, 특히 6억원 이하 아파트를 중심으로 연일 신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6억원은 주택금융공사 보금자리론의 기준 금액이다. 6억원 미만 아파트를 매수할 경우 담보인정비율(LTV) 70%를 적용받아 최대 3억원까지 대출할 수 있다. 작년 ‘12·16 대책’ 이후 9억원 초과 아파트는 9억원 초과분에 대해선 LTV 20%를 적용받고, 15억원 초과 아파트는 대출이 아예 불가하다.

구로구 구로동 ‘럭키아파트’ 전용 84㎡는 지난달 말 6억2000만원에 손바뀜하며 신고가를 썼다. 직전 거래가인 5억9000만원에서 3000만원 뛰었다. 구로동 D공인 관계자는 “집주인들이 요즘 호가를 수천만원씩 올리거나 매물을 거둬들이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관악구 신림동 ‘관악산휴먼시아 2단지’ 전용 84㎡는 올해 초까지만 해도 시세가 5억원 초중반대였지만, 지난달 13일 6억2000만원에 거래됐다. 현재 호가는 6억5000만원까지 올랐다.

9억원 이하 아파트도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구로동 ‘신도림태영타운’ 전용 84㎡는 지난달 8억9990만원에 실거래됐다. 1년 만에 2억원 가까이 올랐다. 금천구 독산동 ‘롯데캐슬골드파크1차’ 전용 84㎡ 역시 작년 말만 해도 시세가 8억5000만~9억원이었지만 지난달 9억6500만원에 손바뀜했다. 현재 호가는 10억~11억원에 달한다.

급매물 팔리자 강남 재건축도 꿈틀

강남 재건축 집값도 반등 조짐을 보이고 있다.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는 양도세·보유세 절세용 급매물이 소진되면서 상승세다. 전용 82㎡가 지난 1일 22억6100만원에 실거래됐고 현재 호가는 23억2000만~23억5000만원에 형성됐다. 잠실동 J공인 관계자는 “지난해 12월 고점이었던 24억원을 조만간 돌파할 분위기”라고 전했다.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14차 전용 84㎡는 지난 4월 호가가 24억원까지 밀렸지만 지금은 26억원대를 회복했다. 4월 44억원대에 거래됐던 압구정 현대2차 전용 196㎡는 지난달 25일 47억원에 손바뀜했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 76㎡ 호가는 19억5000만~20억원, 전용 84㎡는 21억5000만~22억원 수준이다. 두 달 전에 비해 1억원가량씩 올랐다.

강남에서는 최근 개발 호재가 연이어 나왔다. 서울시는 지난달 6일 삼성동 현대차 GBC 착공을 승인했다. 현대차가 옛 한국전력 부지를 사들인 지 6년여 만이다. 인근 서초구에서는 지하철 7호선 내방역 일대를 업무·상업 중심지로 개발한다는 발표가 나왔다. 국토교통부가 지난달 6일 발표한 용산역 철도정비창 부지 개발 계획도 시장을 자극했다.

상승 추세 이어질지는 미지수

부동산 전문가들은 집값 반등이 계속 이어질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저금리에 따른 풍부한 유동성 등 집값이 오를 요인이 많이 생긴 게 사실이지만, 정부의 규제 기조가 여전히 강경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 20대 국회에서 통과시키지 못한 종합부동산세율 인상과 장기보유특별공제 요건 강화 등을 올해 다시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이광수 미래에셋대우 수석연구위원은 “현재 집값이 상승세로 돌아선 건 일시적 반등으로 해석해야 한다”며 “주택 거래량이 여전히 적어 추세 전환으로 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올 하반기부터 분양권 전매제한,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등 새로운 규제들이 적용된다”며 “코로나19 사태가 확실히 진정되기 전까지는 불확실성이 여전히 크다”고 강조했다.

심은지/장현주/신연수/정연일 기자 summi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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