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계소문] SM의 '컬처테크놀로지' 집념…언택트 시대 선두 점했다

입력 2020-06-07 08:33  


무대 위 아티스트가 애니메이션 '알라딘' 속 소원을 들어주는 거대한 요정 지니처럼 거인의 모습으로 나타났다면 과연 이건 현실일까, 가상일까.

쉽게 믿기 힘든 일이 지난 주말 진행된 그룹 슈퍼주니어의 온라인 콘서트 '비욘드 라이브(Beyond LIVE)'에서 구현됐다. 무대 크기 만한 거인의 형태로 등장한 슈퍼주니어 시원은 무대 위 멤버들을 쓰다듬으며 만족스럽다는 표정을 지었다. 멤버들은 입을 모아 "영화 '앤트맨' 속에 들어와 있는 기분이다"라며 감탄했다.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이 합쳐진 3D 혼합현실(MR) 이미지가 실제 콘서트 무대 위에서 펼쳐진 이 광경은 SM엔터테인먼트와 SK텔레콤이 손을 잡고 ICT 기술 기반의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어내고자 한 결과물이다. '비욘드 더 슈퍼쇼(Beyond the SUPER SHOW)'라는 이름으로 진행된 이날 공연은 무려 전 세계 12만3000여 명의 관객들이 시청했다.

이와 관련해 이성수 SM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는 "앞으로도 새로운 컬처테크놀로지(CT)를 공연 분야에 적용해 한층 진화한 온라인 콘서트를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hr style="display:block !important; margin:25px 0; border:1px solid #c3c3c3" />◆ K팝에 미래기술을 더하다…오래 이어진 집념<hr style="display:block !important; margin:25px 0; border:1px solid #c3c3c3" />
'컬처테크놀로지'는 SM엔터테인먼트가 수년 전부터 꾸준히 집중해 온 분야다. 홀로그램 공연부터 아티스트를 기반으로 한 VR 체험까지 SM엔터테인먼트는 미래기술과 K팝을 결합하기 위한 도전을 지속해왔다. 거인이 된 아티스트, 무대를 뛰노는 호랑이 등 기술력이 집약된 콘서트가 가능했던 것은 이 같은 집념이 가져온 긍정적 결과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라는 특수한 상황이 반영되긴 했지만 집 안에서 공연을 즐길 수 있는 현 시점에서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넘나드는 콘텐츠로 단숨에 K팝 업계서 우위를 점할 수 있었다.

SM엔터테인먼트가 다져온 문화기술력에는 K팝과 미래기술을 혼합코자 한 이수만 대표 프로듀서의 혜안이 반영돼 있다. 지난 2016년 서울 강남구 코엑스아티움에서 프리젠테이션쇼를 열었던 그는 '컬처테크놀로지'를 강조했다. 행사에서는 무대 위에서 홀로그램이 적용돼 놀라움을 자아내기도 했다. 당시 발표됐던 신인 그룹의 이름 역시 '네오 컬쳐 테크놀로지(Neo Culture Technology)'의 약자 'NCT'였다.

SM엔터테인먼트는 2013년 강남역에서 홀로그램을 이용해 소녀시대 'V 콘서트'를 선보였고, 2015년 세계 최초로 홀로그램 뮤지컬 '스쿨 오즈(School OZ)'를 개발해 내놓기도 했다. 홀로그램이 가능한 '코엑스 아티움'을 위해 투입된 비용만 무려 250억 원에 달한다. 그러나 결코 이 '컬처테크놀로지'가 처음부터 기대 이상의 성과를 가져왔던 것은 아니다. K팝과 기술력의 만남, 다소 막연한 청사진에 팬들로부터 큰 공감을 얻지 못하고 외면 받았던 것이 사실이다. 코엑스 아티움도 매년 적자에 시달려야 했다.<hr style="display:block !important; margin:25px 0; border:1px solid #c3c3c3" />◆ '위기를 기회로', 위기 속 빛 발한 '컬처테크놀로지'<hr style="display:block !important; margin:25px 0; border:1px solid #c3c3c3" />
2017년 7월. 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때 코엑스 아티움 앞은 그룹 엑소(EXO)를 보기 위한 팬들로 북적였다. 엑소의 콘서트도, 팬사인회도 아니었다. VR로 보여지는 엑소를 경험하고자 모여든 팬들이었다. 총 3일 간 하루 선착순 5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던 행사는 대성황을 이뤘다. 엑소가 새 앨범을 작업 중인 스튜디오에 팬을 초대해 신곡 '코코밥'을 들려주는 콘셉트의 VR 콘텐츠를 체험하고 나온 팬들은 연신 미소를 띄웠다. 당시 아티움 1층 외부에는 다음 날 선착순에 들기 위해 '밤샘'도 불사하고 기다리려는 팬들로 가득했다.

홀로그램에서 출발했던 SM표 문화기술은 VR로 범위를 확장했다. 폭발적이었던 엑소 VR 체험 행사를 기반으로 전시와 기술 체험이 동시에 가능한 'SM타운 뮤지엄'을 오픈했고, 실사 VR 콘텐츠를 선보이기도 했다. 인텔 스튜디오와 협업해 볼륨메트릭 캡처 기술과 상호작용 콘텐츠, AR 기술, K팝 스토리텔링이 결합한 몰입형 미디어 콘텐츠를 제공하는 공간도 운영했다.

SM엔터테인먼트의 기술력은 코로나19의 전 세계적 확산으로 해외 투어길이 막힌 상황에서 현재, 공연 분야의 수익성을 제고할 대안으로 각광 받고 있다. 공간의 제약이 없는 '온라인 유료 콘서트'를 내놓은 것. 해외 투어 의존도가 높은 대형 소속사들에게는 귀가 솔깃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그룹 슈퍼엠(SuperM)을 시작으로 웨이션브이(WayV), 엔시티 드림(NCT DREAM), 엔시티 127(NCT 127), 동방신기, 슈퍼주니어까지 세계 최초로 기술과 공연을 결합한 온라인 유료 콘서트 무대에 올랐다.

'비욘드 라이브'에서는 단연 기술력이 돋보인다. 무대의 경계를 허무는 VR, 3D 그래픽 영상 효과들이 아티스트의 퍼포먼스와 한 데 어우러지는 진풍경이 펼쳐진다. 슈퍼엠이 신곡 '호랑이' 무대를 최초로 공개하는 순간에는 무대 양쪽에서 3D 이미지로 구현된 호랑이가 튀어 나왔고, 곡의 분위기와 가사에 걸맞은 문구와 이미지들이 시시때때로 등장하기도 했다. 관람 중인 팬들과 화상연결로 대화를 나눌 수도 있었다.

미국 ABC 뉴스는 "여러분은 가장 좋아하는 보이밴드를 보기 위해 공연장 앞에 줄을 설 필요도 없고, 비싼 좌석을 구하는 것에 대해서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며 "K팝은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최첨단 AR 기술과 실시간 소통으로 라이브 콘서트의 새로운 시대를 맞이했다"고 평가했다. 일본 후지TV의 뉴스 프로그램 '라이브 뉴스 알파(Live News α)' 역시 "사람들 간의 접촉을 최대한 피하고 있는 지금 시대만의 새로운 엔터테인먼트"라며 "무대 위 호랑이가 달리고 거대한 헬기까지 최신 디지털 기술을 구사한 라이브 공연"이라고 호평했다.

수익성을 낼 수 있는 유료 공연이라는 부분도 주목할 만 하다. 처음 슈퍼엠 공연의 시청자 수는 7만5000여 명이었다. 이후 NCT 127은 10만4000여 명의 관객을 끌어들였고, 마지막 슈퍼주니어는 12만3000여 명의 시청자수를 기록했다. 시청자수와 유료 결제 금액을 토대로 매출액을 추정해도 매회 20억 원 대를 넘어선다. 특히 슈퍼주니어의 경우는 추정치가 무려 41억 원에 달한다.

코로나19 위기를 돌파할 수 있었던 기회를 마련한 근간에는 지속적으로 쌓아온 경험이 있었다. 그룹 방탄소년단의 소속사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이하 빅히트)도 뒤를 이어 '방방콘 더 라이브(The Live)'를 유료로 선보인다. 앞서 빅히트는 과거에 했던 공연 실황을 무료로 공개한 바 있지만 유료로 온라인 콘서트를 진행하는 것은 처음이다. 아티스트와 만날 수 없어 답답한 상황에 처했던 전 세계 K팝 팬들에게 발빠르게 새로운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었던 SM표 '컬처테크놀로지'가 다음에는 또 어떤 모습으로 즐거움을 안길지 기대가 모아진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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