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쏟아지는 유상증자…벌써 작년 기록 넘었다

입력 2020-06-05 16:45   수정 2020-06-07 13:44

≪이 기사는 06월05일(06:42)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기업들의 대규모 유상증자가 연이어 쏟아지고 있다. 상반기가 끝나지도 않았음에도 기업들이 발표한 증자 규모가 3조원을 돌파하며 작년 한 해 기록을 넘어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실적과 재무구조가 악화된 여파로 자금 조달이 여의치 않자 대량의 신주를 찍어 유동성을 확보하려는 기업이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들어 국내 기업이 공시한 유상증자 규모는 총 3조5302억원(예정 금액 포함)에 달한다. 이미 지난해 유상증자 규모(2조8495억원)를 훌쩍 뛰어넘었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유상증자 규모는 6970억원에 그쳤지만 최근 기업들이 잇달아 신주 발행 계획을 발표하면서 증자 규모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6~7월 예정된 유상증자 규모만 2조6817억원이다.

특히 대형 증자가 잇따르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변화다. 대한항공(1조1587억원)을 비롯해 에이프로젠제약(3938억원) 에이치엘비(3391억원) CJ CGV(2501억원) 제주항공(1699억원) 엘브이엠씨(1100억원) 등이 줄줄이 1000억원어치 이상의 신주 발행을 준비하고 있다. 1~5월 유상증자로 1000억원 이상 조달한 기업은 HDC현대산업개발(3207억원)과 하이투자증권(2003억원) 두 곳뿐이었다.

투자자금 조달이 한창인 제약바이오 기업을 제외하면 대부분이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유상증자 카드를 꺼내고 있다. 코로나19 충격에 따른 실적 악화가 본격화하면서 생존을 위한 재원 확보에 나서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는 평가다.

때마침 폭락했던 증시가 빠르게 상승세로 돌아서면서 주식을 활용할 기회가 생긴 것도 유상증자가 급격히 늘어난 배경으로 꼽힌다.


대한항공은 다음달 17일 창립 이후 최대인 1조1587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한다. 지난 4일 증자에 참여할 자격을 가진 주주명부를 최종 확정했다. 이 회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상당수 항공기를 띄우지 못하는 초유의 사태에 처하자 대규모 신주를 발행해 속속 만기를 맞는 차입금 상환재원을 확보하기로 했다.

◆줄잇는 대규모 유상증자

대한항공 외에도 여러 기업이 줄줄이 대형 유상증자에 나서고 있다. 6~7월에만 에이치엘비 CJ CGV 제주항공 등 15개 기업이 유상증자를 통해 2조6817억원을 조달할 계획이다. 증자를 완료한 기업들까지 합하면 올해 공시된 유상증자 규모는 총 3조5302억원으로 작년 한 해 규모(2조8495억원)보다 23.8% 많다.

기업들이 대거 주식 발행에 뛰어든 것은 기존 방식대로 자금을 조달하기 어려워지고 있어서다. 코로나19 사태로 실적과 재무구조가 급격히 나빠지면서 예전처럼 금융시장에서 원하는 만큼 자금을 빌리기 힘들어졌다. 지난 1분기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들의 영업이익은 총 19조477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1.2% 감소했다. 올 들어서만 14개 기업(금융사 제외)의 신용등급이 떨어지고 34개 기업의 신용도에 부정적(하향검토 포함) 전망이 달렸다. 급변한 상황에 대응해 금융회사를 비롯한 주요 기관투자가들은 자금 운용전략을 점점 보수적으로 바꾸고 있다.

기업들의 주요 자금 조달처인 회사채시장이 얼어붙은 것이 이 같은 변화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현상으로 꼽힌다. 올 들어서만 10개 기업이 회사채 수요예측(사전 청약)에서 목표금액에 못 미치는 매수주문을 받았다. 팔리지 않은 채권물량만 벌써 6720억원에 달한다. 2017년(7730억원) 이후 3년 만에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기관들이 투자위험이 큰 회사채 매수를 꺼리면서 신용등급이 ‘A+’ 이하인 비우량 회사채 발행여건이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지금 분위기가 지속되면 미매각 회사채물량이 금세 1조원을 넘어설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 증권사 기업금융 담당임원은 “회사채 발행이 쉽지 않는 기업들은 은행 대출한도를 늘리기도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한동안 험난한 차입환경에 놓일 것”이라고 말했다.

◆생존 위한 자금조달 본격 시작

생존 재원을 손에 쥐기 위한 유동성 확보 행렬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는 평가다. 투자은행(IB)업계에선 대한항공, 제주항공, CJ CGV처럼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기업이 주식 발행시장에 등장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증시가 상승세로 돌아서면서 주식으로 바꿀 수 있는 채권인 메자닌을 발행하는 기업이 적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대규모 메자닌 발행은 한동안 뜸했지만 최근 현대로템(전환사채 2400억원)과 한진칼(신주인수권부사채 3000억원)이 발행을 추진하면서 다시 활기를 띨 조짐을 보이고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증시가 극적으로 살아난 지금이 주식을 활용해 자금을 마련할 수 있는 최적의 시기일 수 있다”며 “주가 흐름이 언제 또 바뀔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여러 기업이 신속하게 자금 조달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아예 자산을 내다파는 기업도 적지 않다. 채권단 관리를 받는 두산그룹은 두산솔루스, 두산모트롤, 두산건설, 두산타워 등 현금화가 가능한 자산을 한꺼번에 매물로 내놓았다. 이마트는 지난 3월 서울 마곡도시개발사업 부지를 8158억원 매각했다. 쌍용자동차(1800억원)과 아모레퍼시픽(1520억원)도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보유 부동산을 팔아 대규모 자금을 조달했다. 올 들어 지난 3일까지 이들을 포함해 39개 기업이 매각한다고 공시한 유형자산 규모는 총 2조1511억원으로 전년 동기(24곳?1조2225억원) 대비 75.9%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2분기부터 코로나19 충격이 본격화한 것을 고려하면 앞으로 더 많은 기업이 생존을 위한 자금 조달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들의 2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25조90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1.7% 감소할 전망이다. 국내 기업들이 연말까지 갚아야할 회사채는 23조9287억원에 달한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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