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취업제한' 족쇄 풀렸지만 갈 곳 없는 前 정부 장차관들

입력 2020-06-05 17:54   수정 2020-06-06 02:21

박근혜 정부 말기 장차관을 지냈던 전직 고위공직자들의 민간 취업 제한기간이 끝났거나 끝나가고 있다. 지난달부터 시작해 7월까지 적잖은 전직 고위관료가 민간에 재취업할 수 있게 된다.

유일호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형환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정재찬 전 공정거래위원장,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 최양희 전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이준식 전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홍윤식 전 행정자치부 장관, 이기권 전 고용노동부 장관,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 윤병세 전 외교부 장관 등 장관급만 10명이 넘는다. 임환수 전 국세청장도 이번에 취업 제한이 풀린다.

현행 공직자윤리법에 따르면 4급 이상 공무원은 퇴직한 이후 3년간 공직에 있을 때 업무와 관련이 있으면서 일정 규모 이상인 민간기업·로펌·회계법인 등에 취업할 수 없다. 장차관은 업무와 관련없는 곳에도 취업하기 어렵다. 이런 규정 탓에 현 정부 출범 직후 옷을 벗은 장차관들은 보수가 거의 없거나 봉사직인 대학 초빙·특임교수를 하거나 그냥 쉬면서 3년을 참고 기다려왔다.

이들이 최근 취업 제한 족쇄를 벗게 되면서 ‘양질의 일자리’를 구하기 위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전·현직 관료들에 따르면 최소 6명 이상의 전직 장차관이 민간 취업시장에 뛰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이들이 갈 곳이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전직 고위관료 출신인 한 기관장은 “현 정부는 다른 어떤 정부보다 전 정부에 대한 반감이 강한 것 같다”며 “과거 같으면 관과 민간을 이어주는 협회 또는 기관의 장을 맡을 수 있겠지만 현 정부에선 기대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대다수 전직 고위관료는 주로 대형 로펌, 회계법인 등의 문을 두드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로펌 고문이 되면 3억원 넘는 연봉에 기사가 딸린 차량을 제공하는 등 예우를 해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까지 로펌 고문에 내정된 인물은 정재찬 전 위원장 한 명뿐인 것으로 전해졌다.

로펌들이 전직 고위관료 영입을 망설이는 것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이다. 한 대형 로펌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형사, 민사, 송사, 자문을 가리지 않고 일감이 많이 줄었다”며 “당분간 긴축 경영이 불가피해 고액 연봉을 주는 고문을 영입할 여력이 없다”고 토로했다. 다른 로펌의 한 변호사는 “법률시장 불황으로 변호사들도 구조조정되지 않을까 걱정하는 판에 변호사도 아닌 고문을 영입하면 내부 반발을 불러올 수 있다”고 전했다.

로펌·회계법인의 고용난은 통계에서도 어느 정도 확인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4월 로펌·회계법인 직원이 속한 ‘전문가 및 관련 종사자’ 취업자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11만4000명 줄었다.

코로나 사태가 아니더라도 전직 고위관료의 가치가 점차 떨어지는 게 시대적 추세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 회계법인 관계자는 “전직 고위관료는 현직 공무원과의 인적 네트워크 등을 보고 영입하는 건데 사회적인 감시가 심해진 탓에 현직과의 교류가 힘들어졌다”며 “고위관료 영입의 이점이 약해지고 있다는 뜻”이라고 했다.

산업부 장관을 지낸 윤상직 전 국회의원은 “2015년 취업 제한기간이 2년에서 3년으로 늘어난 영향도 크다”며 “요즘 OB들끼리 만나면 좋은 시절 다 갔다는 얘기를 많이 한다”고 말했다.

서민준/정인설/강진규 기자 morand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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