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조원 시장 잡아라"…동국제강·포스코 '컬러강판 전쟁'

입력 2020-06-05 17:32   수정 2020-06-06 01:22

서울 광화문 D타워는 외벽이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맑은 날이면 고운 갈색빛으로 반짝인다. D타워의 외벽은 동국제강의 컬러강판으로 제작했다. 컬러강판은 특수 도료로 색을 입힌 철강재다. 건축 내외장재뿐 아니라 세탁기 냉장고 TV 등 고급 가전제품에도 쓰인다. 최근 철강업계의 고부가가치 사업으로 떠오르면서 업계의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철강재도 브랜드 시대

5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국내 컬러강판 시장 규모는 2018년 126만7000t에서 작년 144만7000t으로 14.2% 증가했다. 지난 5년간 19.4% 커졌다. 국내 철강재 수요가 수년째 정체 상태를 보이는 가운데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시장 조사업체 글로벌인포리서치에 따르면 세계 컬러강판 시장 규모는 2019년 24조원에서 2024년 33조원대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컬러강판이 들어가는 고급 건축물과 가전제품 수요가 늘어난 영향으로 분석된다.

컬러강판은 철강업계에서 대표적인 고부가가치 상품으로 꼽힌다. 대리석, 나무 등 원하는 소재의 무늬와 질감을 구현할 수 있기 때문에 건축 내외장재로 주로 쓰인다. 대리석보다 최대 90% 싸고 무게도 60% 이상 가볍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가전업체는 프리미엄 가전제품에 플라스틱 대신 컬러강판을 적용해 고급스러움을 높인다. 디자인 역량도 중요하기 때문에 일반 철강재보다 마진이 높다.

컬러강판 시장이 커지면서 전통적인 기업 간 거래(B2B) 업종이던 철강업계의 마케팅 방식도 달라졌다. 국내 1위인 동국제강은 2011년 컬러강판 브랜드 ‘럭스틸’을, 2013년엔 가전용 브랜드 ‘앱스틸’을 출시해 시장을 장악했다. 장세욱 동국제강 부회장은 B2B에 머물던 철강 판매 관행을 깨고 건축 디자이너들을 상대로 직접 유통망을 확장하는 ‘B2D(Business to Designer)’ 전략을 펼쳤다. 철강업계에서 처음으로 디자이너 6명을 영입해 전담팀을 구성했고 영업팀에도 건축 전문가를 보강했다.

이를 통해 동국제강은 서울 고척스카이돔, N서울타워, KTX광명역 등의 외관을 컬러강판으로 꾸몄다. 동국제강은 삼성전자 냉장고에 들어가는 컬러강판의 90%를 담당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 부회장은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컬러강판 분야에서 초격차 전략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동국제강·KG동부제철 증설 추진

컬러강판 시장이 성장하면서 업체 간 경쟁도 달아오르고 있다. 동국제강이 시장점유율 33.5%로 1위를 달리는 가운데 KG동부제철(19.2%), 포스코강판(15.6%), 세아씨엠(9.4%) 등이 추격하고 있다. KG동부제철은 작년 KG그룹에 편입된 이후 컬러강판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해 공격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KG동부제철은 내년까지 충남 당진공장에 1200억원을 투자해 컬러강판 생산라인을 증설할 계획이다. KG동부제철은 그동안 건자재용 컬러강판을 주로 생산해왔지만 최신 설비 증설을 마친 뒤 동국제강이 점유하고 있는 가전시장을 추격한다는 전략이다.

포스코강판은 고해상도 프린팅 강판인 ‘포스아트’를 내세워 시장을 파고들고 있다. 포스아트는 철강 전용 잉크를 사용해 기존의 프린팅 강판보다 네 배 이상 선명하면서 다양한 색상을 구현하고 정밀하게 디자인할 수 있는 기술이다. 세아씨엠은 일반 컬러강판보다 내식성이 우수한 알루미늄 컬러강판을 대표 상품으로 내세우고 있다. 저가 중국산 컬러강판 수입이 늘고 있어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동국제강은 부산 컬러강판 공장 증설을 검토하고 있다. 투자 규모, 부지 등에 대해 내부 검토를 끝냈고 올 1~2분기 내로 착공할 예정이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업황이 악화되면서 일정이 미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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