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美·中 양다리로 '꿩도 알도 먹을 수 있다'는 주미대사의 근자감

입력 2020-06-05 17:55   수정 2020-06-06 00:02

한국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받는 게 아니라 스스로 선택할 능력을 갖춘 나라가 됐다는 이수혁 주미(駐美)대사의 발언은 적잖은 당혹감을 갖게 한다. 백번 양보해 ‘능동적 외교’를 강조한 것으로 이해한다 해도 주미대사로서 동맹국 미국을 중국과 같은 반열에 놓고 할 발언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는 “양자택일 상황에 빠질 것이란 자기예언적 프레임에 우리의 행동과 사고를 가둘 필요는 없다”는 식으로 호기롭게 말했지만 그 근거도 사실 빈약했다. “국익을 전략적으로 도모할 만큼 충분히 성장했다고 자부한다”며 주관적 판단을 제시했을 뿐이다.

이 대사의 발언은 속된 말로 한국이 미·중 사이에서 ‘양다리’를 걸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어 더욱 우려된다. 중국 화웨이에 대한 미국의 압박에 이어 홍콩보안법 제정, 대만해협 군사적 긴장에 이르기까지 한반도 주변에는 엄청난 파괴력을 지닌 갈등 요소들이 즐비하다. 최악의 경우 무력충돌 시나리오까지 대비해야 한다는 경고도 있다. 양다리는커녕 한국이 미·중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받는 순간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

한국이 미국과 중국을 필요에 따라 고를 능력이 있는지 없는지는 사드 배치 전후 사정만 돌이켜봐도 금방 알 수 있다. 2015년 박근혜 당시 대통령이 ‘중국 전승절 열병식 참가’라는 어려운 결정을 내리고도 2016년 사드 배치 결정 이후 중국으로부터 전방위 보복을 당했다. 한번은 이쪽 편, 다음번엔 저쪽 편 드는 식의 ‘양다리 외교’는 대안이 될 수 없다는 얘기다. 한국은 인류 보편적 가치와 국익이 불변의 외교원칙이고,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이 무엇인지 미·중 양국에 명확히 설명해야 한다는 게 외교·안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주미대사는 미국의 동북아 전략 등을 신속·정확히 파악해 정부의 적절한 대처를 이끌어내야 할 막중한 자리다. 그런 위치에서 낙관론만 펼쳐서는 곤란하다. 자칫 국제정세를 잘못 읽어 국익이 훼손되는 위험을 키울 수도 있다. 냉엄한 외교전쟁 시대에 원칙 없는 낙관론으로는 꿩도 잃고, 알도 잃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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