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 'TV 비방전' 일단락됐지만…여전히 '앙금' 남았다

입력 2020-06-06 08:30  


삼성 QLED TV를 두고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서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까지 하며 이어진 양사의 'TV 비방전'이 약 9개월 만에 공정위 중재로 일단락됐다. 그러나 앙금은 여전히 남았다. 아직도 QLED TV에 대한 양사의 견해가 180도 다른 탓이다.

6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전날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각각 상대 TV 광고를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표시광고법)' 위반을 문제삼아 신고한 사건에 대해 심사 절차 종료 결정을 내렸다. 공정위는 양사가 신고를 취하하고 소비자 오인 우려가 해소된 점을 감안해 어느 한 쪽을 제지하지 않고 사건을 마무리했다.

이같은 결정은 LG전자가 이달 3일, 삼성전자는 4일 신고를 취하한 점이 고려됐다. 공정위가 어느 한 쪽 손을 들어줄 경우 생길 수 있는 파장을 고려해 양사가 물밑으로 합의해 나란히 신고를 취하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공정위는 소비자 오인 우려가 해소됐다고 판단했다. 국제적으로 LG전자의 OLED(유기발광다이오드)와 삼성전자의 QLED 용어에 대해 문제를 삼지 않고 있는 데다, 최근에는 삼성전자가 홈페이지 공지 및 광고를 변경해 소비자 오인 가능성을 최소화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공정위 측은 "삼성전자는 자사 QLED TV에 백라이트(TV 후면 광판)가 있다는 사실을 홈페이지, 유튜브 광고 등을 통해 강조해 표시했고 LG전자는 비방으로 논란된 광고를 중단했다"며 "두 회사가 앞으로 소비자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품질 경쟁에 집중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고 설명했다.

이에 삼성전자는 "LG전자의 공정위 신고로 촉발된 소모적 비방전이 이제라도 종결된 것을 환영한다. 시장에서 소비자들에게 더 큰 가치를 제공하기 위해 앞으로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LG전자는 "소비자의 알 권리를 위해 올바르고 충분한 정보를 제공할 것이며 앞으로도 TV 사업에서 기술 선도를 위한 선의의 경쟁을 지속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얼핏 서로가 한 발씩 양보하며 '신사협정'을 맺은 듯 하지만 QLED TV를 둘러싼 양사의 의견 대립은 여전히 팽팽하다.

LG전자는 입장문을 통해 "삼성 QLED TV가 자발광 QLED 기술이 적용된 제품으로 소비자가 오해할 수 있는 상황이 자사 신고 이후 비로소 해소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신고 취하 이유를 밝혔다.

그러면서 "지난해 신고 이후 삼성전자는 홈페이지, 유튜브 등을 통해 'QLED TV가 LED 백라이트를 사용하는 LCD(액정표시장치) TV 구조에 퀀텀닷 필름을 넣은 제품'임을 인정했다"며 "이는 삼성 QLED TV가 자발광 QLED 기술을 적용한 제품이 아님을 삼성전자 스스로 명확히 알리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삼성전자는 적극 반박했다. QLED TV 명칭의 경우 공정위 언급처럼 수년 전부터 이미 다수 해외 규제기관이 QLED 명칭 사용 정당성을 인정했고, 소비자와 시장에서도 이미 널리 사용되고 있어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LG에 대한 신고 취하도 "QLED TV에 대해 객관적 근거 없이 비방 광고를 한 LG전자가 이를 중단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LG전자의 주장과 달리) 이번 LG전자의 공정위 신고로 인해 QLED TV 커뮤니케이션 방향에 영향을 받거나 변화를 준 적이 없다"면서 "그럼에도 LG전자가 신고를 취하한 것은 삼성전자의 QLED 명칭 사용 및 대 소비자 커뮤니케이션에 당초부터 문제가 없었음을 사실상 인정한 셈"이라고 주장했다.

양사의 TV 비방전은 LG전자의 선공으로 시작됐다. 지난해 9월 LG전자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IFA 2019'에서 삼성전자 8K TV가 화질 선명도가 국제 표준에 미치지 못한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이어 삼성 QLED TV가 LED '백라이트'를 사용하는 LCD TV인데도 '자발광' 기술이 적용된 것처럼 허위·과장광고 한다면서 공정위에 신고했었다.

이에 삼성전자도 LG전자가 LG 올레드 TV 광고에서 QLED TV를 객관적 근거가 없이 비방했다는 이유로 LG전자를 맞신고하며 그간 양사는 신경전을 펼쳐왔다.

배성수 한경닷컴 기자 baeb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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