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칼럼] 21대 국회에 바라는 세 가지

입력 2020-06-07 18:38   수정 2020-06-08 00:19

21대 국회가 문을 열었다. 20여 년 동안 국민의 선택은 견제와 협치가 필요한 양당 구도였으나 이번엔 아니다. 국민은 여당에 화끈한 ‘절대반지’를 제공했다. 생각건대, 전례 없는 위기 속에 국민들이 힘을 실어줄 테니 국론을 하나로 모아 국익을 위한 정책을 적극 추진해달라는 의미일 게다. 필자도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오랜 공직생활과 민간의 경험을 가진 사람으로서, 21대 국회에 세 가지만 제안하고자 한다.

우선 재정건전성을 지켜주길 바란다. 지금 같은 위기에 꼭 필요한 재정지출을 하지 말라는 의미가 아니다. 한정된 재원을 효율성 분석 없이 생색용으로, 감으로 마구 쓰진 말아달라는 얘기다. 재정건전성은 우리나라가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최후의 보루다. 실제 외환위기 때 국가채무는 60조3000억원으로, 국내총생산(GDP)의 11.4%에 불과했다. 당시 튼튼한 재정은 대외자금 조달을 용이하게 하고. 신속한 공적자금 투입을 가능하게 해 위기 극복의 마중물 역할을 했다. 재정은 국민의 혈세이자 우리 경제의 마지막 버팀목인 만큼 10원 한 장도 허투루 쓰지 말아야 한다. 이번 국회에서는 선심성 쪽지예산 같은 이슈는 전혀 없을 것으로 믿는다.

재정 부족 문제를 과도한 증세로 해결하려는 생각도 금물이다. 특히 만만한 기업을 희생양 삼아서는 안 된다. 가정맹어호(苛政猛於虎)라 하지 않았던가. 가혹한 세금은 호랑이보다 무서운 법이며, 국민과 기업을 떠나가게 한다. 세계 각국이 리쇼어링(reshoring)에 목숨을 걸고 있는 지금 오프쇼어링(off-shoring)을 일으키는 정책 역행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

둘째, 반(反)기업 정서를 해소해 주길 바란다. 기업 친화 이미지를 만드는 것까진 기대하지 않는다. 다만 부디 부정적 이미지만이라도 키우지 않았으면 좋겠다. 사내유보금을 두고 마치 대기업들은 엄청난 현금을 들고 있다는 거짓 정보를 동원하거나, 2205개가 넘는 최고경영자(CEO) 형사처벌 조항으로 기업인을 범죄인 취급하는 일은 그만둬야 한다. 거기에 더해 일감 몰아주기, 납품단가 후려치기, 대기업 갑질 같은 프레임으로 한국 대기업에 부정적 이미지를 심어주거나, 정책 추진 동력으로 삼는 일도 멈춰야 한다. 국정감사 때마다 불거지는 불필요한 기업인 소환도 자제해주길 부탁드린다. 이번 국회부터는 이슈 전환용, 정책 추진용으로 반기업 정서를 동원하는 일은 없을 것으로 기대한다.

마지막으로 경제정책의 글로벌 스탠더드를 지켜주길 바란다. 우리가 생존하려면 결국 해외 선진국과 경쟁해야 한다. 그런데 기업들을 도와주진 못할망정 해외보다 더 강한 규제와 조세 부담을 지우면 어떻게 경쟁에서 이기겠나. 의원님들께 질문하고 싶다. 왜 한국의 지주회사들만 계열사끼리 공동으로 투자할 수 없고, 손자회사는 왜 추가적인 투자를 못하게 하는가. 왜 한국의 기업인들만 최저임금을 위반했다고, 직원들끼리 벌어진 다툼인데도 갑질 범죄라며 형사처벌까지 받아야 하나. 왜 한국의 소비자들만 비싼 값에 책을 사야 하고 두부, 된장같이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된 제품을 시장에서 맘껏 살 수 없나. 해외에서는 우버도 맘껏 타는데 우리는 택시보다 비싼 값을 내도 타다 하나 타면 안 되나.

조세 부담도 마찬가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법인세는 22%인데 시장도 작고 자원도 없는 한국의 법인세가 더 높아야 할 이유는 없다. OECD 33개 국가 중 한국은 여덟 번째로 법인세가 높고, 독일·일본 등 제조업 비중이 높은 10개국과 비교하면 우리나라가 가장 높은 수준이란다. 최소한 우리나라에만 있는 규제는 과감하게 없애고, 조세 부담도 선진국 수준으로 정비했으면 좋겠다.

21대 국회는 그 어느 때보다도 책임이 막중하다. 백척간두의 경제위기를 극복해야 하고, 도탄에 빠진 민생도 챙겨야 한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맞는 산업 변화의 기반을 마련하는 일도 시급하다. 어쩌면 지금의 위기를 제대로 이겨내지 못한다면 우리는 몰락한 남미의 길을 걷게 될지도 모른다. 부디 21대 국회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이념, 편 가르기는 내려놓고, 국익을 위해 힘을 합치길 바란다. 경제엔 여야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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