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알고] '외교 협력'에서 '금융 지원'으로…키워드로 본 정부 경제정책

입력 2020-06-09 14:05   수정 2020-06-09 14:07

기획재정부가 2020년 6월 1일 '2020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했습니다. 예년 보다 한달 먼저 발표했는데요.

경제정책방향은 정부가 경제 현황을 어떻게 진단하고 있는지 파악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입니다. 특히 이번 하반기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경제 국면을 돌파하기 위해 정부의 경제 정책이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해진 시점입니다.

작년 말 내놓았던 2020년 경제정책방향은 125페이지였습니다. 이번 하반기 보고서는 136페이지입니다. 문재인 정부 들어 나온 경제정책방향은 2019년 이전까지 100페이지 미만이었습니다. 정부가 그만큼 경제에 대해 많은 고민을 담은 것 아닌가 라는 추측을 해볼 수도 있는데요.

뉴스래빗이 2020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분석해 경제위기를 극복하려는 정부의 대안이 무엇인지 알아봅니다. 보고서 속 키워드 전체를 형태소 분석했습니다. 우리 정부가 현재 경제 상황을 어떻게 진단하고 무엇을 준비했을지, 데이터를 정리해 알기 쉽게 설명합니다. 상반기 보고서와 어떤 점이 다른지도 살펴봤습니다.
이렇게 분석했습니다

정부는 매년 상·하반기 '경제정책방향' 보고서를 내놓는다. 대한민국 정부의 경제 운용 주체인 기획재정부가 내년 어떻게 경제 정책을 운영할지를 구체적으로 대내외에 설명하는 공식 자료다.

2020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은 총 136페이지다. PDF 파일 형식으로 된 이 보고서를 인식 가능한 텍스트로 변환, 전체 내용을 형태소 분석했다. 문서에 등장한 모든 형태소를 품사 별로 집계해 출현 빈도를 따졌다.

의미 파악을 위해 품사 중 '명사'에 주목했다. 명사는 일반명사와 고유명사로 나뉜다. 일반명사는 '지원', '확대' 등 사전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단어들이다. 고유명사는 '샌드박스', '고용부', '최저임금' 등 사람이나 장소의 이름이다.

2020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2020년 상반기 보고서와 비교해본다. 뉴스래빗이 2020년 1월 분석한 2020년 상반기 경제정책방향 텍스트 분석 데이터를 활용한다.
정부 경제정책방향 보고서엔
주로 어떤 이야기가 나올까?

정부 경제정책방향 보고서에 주로 어떤 이야기가 나오는지는 '일반명사'를 살펴보면 알 수 있습니다. 상반기와 하반기를 비교해도 큰 변화 없이 유지되는 단어들입니다.

'지원'과 '확대'는 경제정책방향 보고서에 항상 많이 등장하는 '단골 키워드'입니다. 정부 경제정책의 역할은 시기를 막론하고 '지원', '확대', '추진', '개선' 등인 셈이죠.

상반기와 하반기 보고서 모두 '추진', '확대', '기업' 등 키워드가 보입니다. 눈으로만 훑어봤을 때 큰 변화가 느껴지지 않죠.
순위 변화를 통해 좀 더 세밀하게 살펴볼까요. 상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는 '지원'(574회), '확대'(390회)로 1, 2위를 차지했는데요.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는 '지원'이 501회로, 언급량이 다소 줄었지만 여전히 1위를 지켰습니다.

2위는 '추진'(280회), 3위 '기업'(239회), 4위 '확대'(236회), 5위 '경제'(177회)입니다. 이중 '추진'은 5위에서, 기업은 4위에서 각각 2계단과 1계단 올랐습니다. '확대'는 상반기 2위에서 2계단 떨어졌습니다.

6위는 '강화'(175회), 7위는 '사업'(160회), 8위는 '금융'(116회), 9위는 '투자'(115회), 10위는 '산업'(113회)입니다.

상위 10개 고유명사는 대부분 코로나19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각종 지원책이나 투자와 관련이 있습니다. 특히 '경제'와 '금융'은 새롭게 부상한 고유명사입니다. '투자' 또한 2020년 상반기 10위에서 한 계단 올랐죠. 경제위기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고, 각종 금융 지원책이 쏟아지면서 나타난 결과로 보입니다.

이번 경제정책방향에는 소상공인 및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생계자금 등 금융지원 관련 내용이 대폭 포함됐습니다. 내용에 따르면 총 26조4000억원의 자금이 공급될 예정이죠. 소비 진작을 위해 관광 산업부터 외식업에 이르기까지 8대 분야에 할인 소비 쿠폰을 제공하는 데에도 9000억원을 들이기로 했습니다.
코로나19,
경제정책 변화는?
지난번 경제정책방향 발표 때는 예측할 수 없었던 변수가 상반기에 발생했습니다. 바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입니다.

코로나19의 영향이 경제정책방향에도 고스란히 나타납니다. 일반명사 분석에서는 알 수 없었던 변화가 고유명사 분석에서는 보입니다. 일반명사가 경제정책방향 보고서의 역할을 알려준다면, '코로나', '디지털' 등 고유명사에서는 경제정책의 내용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고유명사 10개 중 8개가 이번 하반기 보고서에서 새로 순위권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가장 빈도가 높은 키워드는 '코로나'(111회)입니다. 2위 '스마트'(90회), 3위 '플랫폼'(60회), 4위 '비대면'(47회), 5위 '디지털'(45회)입니다.

전반적으로 코로나19와 관련이 있는 키워드입니다. 특히 '스마트', '비대면', '디지털' 등은 포스트 코로나 정책으로 디지털 전환과 관련이 깊습니다.

6위는 '기재부'(41회), 7위 '감염병'(43회), 공동 8위는 '유턴', '산업부', '에너지'(33회)입니다.

지난 상반기에는 복지부나 고용부가 부각된 반면, 이번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는 기재부와 산업부가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대대적인 정책과제에 참여하면서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기재부는 하반기에 3차 추경, 국가균형발전사업, 비대면 산업 육성 등 각종 과제에 관여합니다. 산업부는 비대면 마케팅 서비스, 해외인프라 수주 지원대책 등 과제에 관여하며 중요성이 커졌습니다.

해외로 진출했던 기업들을 다시 국내로 유치하기 위해 '유턴기업 유치' 전략을 내놓으면서 '유턴' 키워드도 상위권에 등장했습니다.

하반기 상위권 키워드가 대거 바뀐 가운데, 이중 '플랫폼'과 '산업부'만 상반기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으나, '플랫폼'은 1위에서 3위로 떨어지고, '산업부'는 똑같이 8위에 머물렀습니다.

눈여겨볼 대목은 외교 관련 키워드들이 전반적으로 사라졌다는 점입니다. 2019년 경제정책방향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했던 중국, 미국, 남북, 일본 등 키워드들을 이번에는 찾아보기 힘듭니다. 2020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중국'은 6번, '미국'은 2번, '남북', '북한'은 한번도 등장하지 않았습니다.

지난해까지는 외교 관련 경제정책이 많았던 반면, 이번에는 코로나19로 인해 국내 경제에 전적으로 집중하려는 모습입니다. 뉴스래빗이 분석한 2020년 상반기 보고서에서도 이 같은 방향을 포착할 수 있었죠.

2020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보고서엔 '일본' 키워드도 없었습니다. 일본이 우리나라에 대한 수출규제 조치를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기로 결정하면서 정부는 2020년 6월 8일 관련 절차 진행에 들어갔습니다. 한일 갈등의 골이 깊어지면서 일본산 불매운동이 재확산될 조짐도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을 반영하듯 2020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일본' 키워드는 아예 사라졌습니다. 한일 관계가 개선되기 전까지는 경제정책방향에서 한동안 일본을 찾아보기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명사·키워드별 상·하반기 경제정책방향 내용은
뉴스래빗 홈페이지에서 확인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왜 한달 일찍 발표했을까?
이번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은 예년보다 1개월 먼저 발표됐습니다. 정부는 코로나19라는 변수가 등장하면서 응급처치가 시급하다는 진단입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020년 6월 1일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및 3차 추경 논의를 위한 당정협의에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비한 사전대비책도 필요한 시점"이라며 "이것이 바로 정부가 하반기 경제정책 수립을 예년보다 한 달 앞당기고 거의 반세기 만에 1년에 3번의 추경을 추진한 배경"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홍 부총리는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은 코로나19의 조기극복과 빠르고 강한 경기 회복을 위한 소비투자 활성화, 포스트코로나 시대 개척을 위한 기반구축 작업, 한국판 뉴딜의 본격적인 추진 내용을 담았다"고 말했습니다.
남북·일본→코로나·투자…
하반기 위기 이겨낼 수 있을까
2020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보고서는 문재인 정부 들어 가장 분량이 방대합니다. 상반기 보고서와 비교해보니 '경제', '금융' 등 일반명사가 새로 등장했고 '투자'도 눈에 띄었습니다. 고유명사 중에서도 '고용부'가 사라지고 '기재부'가 나타났죠.

코로나19 대책을 비롯, 정부 경제정책이 전반적으로 시장에 돈을 푸는 방향으로 선회했음이 키워드에 반영된 셈입니다.
이에 따라 지난 상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순위권에 없던 키워드들이 등장했습니다. 상반기 일반명사 순위권에 없었던 '경제'와 '금융' 키워드는 정부가 소상공인 금융지원책 등으로 26조여원을 들이기로 하는 등 각종 지원금이 늘어나면서 부상한 키워드입니다.

또한 고유명사 순위권에 없던 '기재부'와 '산업부'도 경제 회복을 위해 추경, 비대면 사업 등 정책과제에 참여하면서 하반기 순위권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올해 경제 상황은 그 어느 때보다 엄중합니다. 올해 한국은행은 기존 2.1% 경제성장률을 마이너스 0.2%로 수정할 정도로 경제위기가 가시화되고 있는 수준입니다. 역성장이 현실화된다면 이는 외환위기(1998년) 이후 처음 있는 일입니다.

문재인 대통령도 이러한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 이번 경제정책방향을 내놓았다고 말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2020년 6월 1일 제6차 비상경제회의에서 "정부는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예년보다 한달 앞당겨 마련해 엄중한 상황에 대처하고자 한다"며 "하반기에는 경제를 빠르게 회복시켜 반드시 성장의 반등을 이뤄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문재인 정부 사상 가장 방대한 경제정책방향, 하반기 경제를 위기에서 구할 수 있을까요. 부디 한국 경제가 위기를 잘 극복할 수 있길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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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김민성, 연구=강종구,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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