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프리즘] 청년세대와 팬데믹의 상흔

입력 2020-06-08 18:04   수정 2020-06-09 00:16

미국의 5월 고용지표는 모두의 예상을 깼다. 비농업분야에서 251만 개 일자리가 추가됐고, 20%에 이를 것이라던 실업률은 13.3%로 전달의 14.7%보다 낮아졌다. 일부 주(州)에서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폐쇄됐던 상점들이 다시 문을 열며 경제활동을 재개했기 때문이다. 미 정부가 푼 돈이 기업과 각 가정으로 흘러들어간 효과도 있다. 하지만 13.3%의 실업률은 여전히 2009년 금융위기 때의 10%를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청년들의 상황은 훨씬 심각하다. 미국의 16~24세 청년실업률은 지난 2월만 해도 7.7%였지만 주요 도시들이 봉쇄된 4월엔 27.4%로 치솟았다. 5월엔 좀 나아졌지만 25.2%에 달한다.

한국도 비슷하다. 당장 주변에서 자녀가 ‘알바’ 하다가 잘렸다는 얘기들이 많이 들린다. 지난 4월 15∼29세 청년층 취업자 수는 24만5000명 감소했다. 전 연령층에서 감소폭이 가장 컸다. 단기 아르바이트생과 학생까지 포함한 체감실업률은 26.6%로, 2015년 통계작성 이후 최고를 기록했다. 지난달엔 20, 30대 고용보험 가입자수가 12만5000명 급감했다.

위기 때마다 고용시장에서 가장 큰 타격을 입는 것이 젊은 층이다. 기존 인력도 줄여야 하는 판에 신규 채용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사회 진출 시기에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면 ‘현재 소득’을 잃을 뿐 아니라, 경력 개발에도 차질이 빚어져 나중에 더 좋은 조건으로 일할 가능성이 줄어든다. 구직기간이 길어지면 낮은 임금의 일자리를 받아들일 가능성도 커진다. 한요셉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대학 졸업 후 첫 취업이 1년 늦어지면 또래 근로자보다 직장생활 첫 10년간 임금이 연평균 4∼8% 낮아질 것으로 추정했다. 영국에서도 1980년대 초 불황 때 실업을 경험한 젊은이들과 그렇지 않은 이들을 비교해봤더니 20년 뒤 그 ‘흉터(scar)’가 8~12%의 임금격차로 남았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각국이 팬데믹으로 휘청이는 경제를 살리기 위해 막대한 돈을 쏟아붓고 있다. 한국도 60조원에 가까운 재정을 푼다. 역사가 보여주듯 이 고비는 언젠가 지나갈 것이다. 중요한 것은 경제가 살아나는 시점에 얼마나 강한 회복 탄력성을 가질 수 있느냐다. 코로나 이후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디지털화, 플랫폼화가 가속될 것이란 점이다. 많은 사람이 비자발적이지만 재택근무, 원격수업 등을 경험했다. 미국에서 FAANG(페이스북·아마존·애플·넷플릭스·구글)으로 불리는 ‘빅 테크’기업의 질주가 계속되고, 한국에서도 네이버 카카오 같은 플랫폼 기업 시가총액이 급증하는 게 변화의 단면을 보여준다.

디지털 시대엔 공장 건물 같은 유형자본보다 데이터, 브랜드, 디자인 등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자본의 중요성이 커진다. 무형자본의 가치를 높이는 것은 결국 사람이다.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젊은 세대는 태생적으로 미래산업에 적응할 잠재력을 갖추고 있다. 이를 끌어올리고, 활용할 길을 넓혀줘야 한다. 청년들에게 당장 현금을 쥐여주기보다는 교육이나 채용과 연계된 지원을 늘릴 필요가 있다. 정부는 이른바 ‘디지털 뉴딜’에 AI(인공지능) 및 소프트웨어 인재 10만 명 양성 방안을 포함시켰다. ‘어떻게’가 중요하다. 기업의 니즈를 파악하고 협업해야 한다. 궁극적으론 이들이 제대로 된 일자리를 찾아가는 게 관건이기 때문이다. 상처는 치료법에 따라 흉터가 사라질 수도, 평생 남을 수도 있다. 팬데믹 와중에 청년들이 받는 ‘경제적 상처’도 마찬가지다.

한동안 청년층에 대한 위로, 힐링 이런 게 유행이었다. ‘아프니까 청춘’이라는 말도 회자됐다. 하지만 답은 아니었다. 코로나로 더 힘들어진 그들에게 필요한 건 무엇보다 일할 기회다.

ps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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