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년 만에…'LG 정기공채' 사라진다

입력 2020-06-09 17:21   수정 2020-06-10 01:20

LG그룹이 신입사원 정기공채 제도를 없애기로 했다. 대신 필요할 때마다 수시로 직원을 뽑을 방침이다. 인사팀이 아니라 실무 부서가 신입사원 선발의 주체가 된다는 점도 새로운 채용시스템의 특징으로 꼽힌다.


“신입은 필요할 때 뽑는다”

LG그룹은 상·하반기로 나눠 진행하던 정기공채를 없애기로 했다고 9일 발표했다. 현업 부서에서 필요할 때 원하는 인재를 주도적으로 선발할 수 있게 한다는 취지다. LG그룹에서 정기공채가 사라지는 것은 락희화학공업사(현재 LG화학)가 공채 제도를 도입한 1956년 이후 65년 만이다. 상·하반기 계열사 공채 제도가 정착된 2000년부터 계산해도 20년 만의 변화다.

LG 관계자는 “부족한 인력을 채우기 위해 공채가 끝나기를 기다리는 게 비효율적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상시 채용이 중심이 되면 직무에 필요한 역량만 들여다보게 된다”며 “불필요한 스펙 경쟁이 줄어드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LG그룹에 입사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4주간의 인턴십 활동을 통해 회사 직무에 적합한 인재를 뽑는 채용 연계형 인턴십이 가장 ‘넓은 문’이다. LG는 전체 신입사원의 70% 이상을 이 방식으로 선발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계열사 상황을 감안해 점차 선발 인원을 늘릴 계획이다. 회사 관계자는 “구직자의 실무 능력을 파악하는 데 인턴십만한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LG 인공지능(AI) 해커톤’과 같은 공모전과 산학협력 사업을 통해서도 인재를 뽑을 계획이다. 우수한 성과를 낸 참가자에게 직원이 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는 방식이다. LG그룹의 입사 시험에 해당하는 ‘LG 인적성검사’도 구직자 부담을 줄여주는 방향으로 바뀐다. 하반기부터 온라인으로 전환해 구직자의 잠재력을 파악하는 용도로 활용할 계획이다. 종전 오프라인 시험과 비교하면 검사 문항 수가 절반으로 줄고, 소요 시간도 3시간에서 1시간대로 단축된다.

온라인 인적성검사 도입 전인 9월까지는 종전처럼 오프라인 방식으로 테스트가 진행된다. LG 측은 책상 간격을 넓히고 고사장을 소독하는 등 방역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설명했다.

실용주의로 바뀌는 LG 문화

채용 제도만 바뀐 게 아니다. 2018년 취임한 구 회장의 경영 스타일이 LG그룹 곳곳에 배어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허례허식을 최소화하는 실용주의가 구 회장이 내세운 경영 모토다. 회장 취임식을 아예 건너뛰고, 임직원들에게 자신을 ‘회장’ 대신 ‘대표’로 불러 달라고 한 점도 화제가 됐다.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 정장 차림의 직원이 사라진 것도 구 회장 취임 후 생긴 변화다. 올해 시무식은 디지털로 전환해 신년사를 담은 디지털 영상을 전 세계 25만 명 임직원에게 이메일로 전달했다. 계열사 경영진으로부터 사업 현안을 보고받는 사업보고회도 토론 형식으로 바뀌었다.

LG는 이번 채용 방식 전환에 대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우수 인재를 확보하려는 전략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올 상반기 정기 채용을 진행하지 않은 LG는 이달부터 LG화학의 전지사업본부, 생명과학사업본부 등이 채용 연계형 인턴십 공고를 낸다. 하반기 채용 시즌인 9월부터는 채용 포털 사이트 ‘LG커리어스’를 통해 지원자에게 다양한 직무별 인재상과 역량 등 채용 정보 및 전형 진행 상황을 안내할 예정이다.

LG는 채용 방식을 바꾸더라도 연간 채용 규모는 예년 수준을 유지할 방침이다. 회사 관계자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 ‘뉴노멀’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차원에서 채용 제도에 메스를 댔다”며 “다른 분야에서도 업무 효율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이 없는지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송형석/공태윤 기자 clic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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