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3년 만에 파탄지경 이른 남북관계, 예고된 결과 아니었나

입력 2020-06-09 18:17   수정 2020-06-10 00:15

북한이 며칠 전부터 ‘갈 데까지 가보자’며 위협을 고조시키더니 어제는 한국을 ‘남조선 것들’로 멸칭하며 ‘적(敵)’이라고 선언했다. 최고 실세라는 조선노동당 김여정 제1부부장과 김영철 부위원장이 입을 모아 “대남사업을 대적사업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나섰다. 이후 남북 정상 간 핫라인, 남북연락사무소 등 모든 통신연락망이 차단됐다.

북한은 이를 ‘첫 단계의 행동’이라고 강조하며 후속 도발도 예고했다. 이 정부가 3년 내내 굴욕적일 정도의 저자세로 일관했지만 도로아미타불이 되고 말았다. 수위를 넘는 막말과 저급한 행태에 반박 한마디 못 하고 절절매는 형국이니 3년 전보다 더 험악하고 취약한 남북관계라고 보는 게 맞을 것이다.

북한은 전단 살포 예고에 “최고 존엄을 목숨을 내대고 사수할 것”이라며 초강경 대응을 선언했다. 엉뚱한 빌미를 잡아 벼랑끝으로 달려가는 전형적인 길들이기 전략이다. 이런 때는 ‘햇볕’은 별무소용이고 ‘압박’이 해법이라는 것을 우리는 오랜 경험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도 여권에서는 숙인 머리를 더 숙이자는 식의 해법이 쏟아진다. 북한 전문가와 대통령의 신뢰를 받는다는 실력자들이 우리가 ‘4·27 판문점 선언’과 ‘9·19 군사합의’를 이행하지 않은 게 원인이라며 북을 두둔하기에 급급해한다.

‘북이 무엇을 서운해하는지 돌아보자’는 이런 주장은 심각한 본말전도다. 남북합의 위반으로 치면 북한이 먼저이고 정도도 훨씬 심각하다. 우리는 4·27 직후 대북 확성기를 철거하고 전단 살포도 막았지만 북한은 사실상 달라진 게 없다. 끝없는 미사일·방사포 도발만 봐도 분명하지 않은가. 작년 11월에는 서해 완충수역에서 해안포를 쐈고, 한 달 전만 해도 아군 GP에 총탄이 날아들었다. 대선 등 한국의 정치일정을 이용한 북의 도발은 어찌보면 당연하고 예고된 수순이다. 지금이라도 대북 저자세를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으면 더 큰 실패가 기다릴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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