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초격차도 리더의 결단이 만든다

입력 2020-06-10 17:10   수정 2020-06-11 00:20

1931년생. MIT 졸업 후 텍사스인스트루먼트에서 20년간 근무. 56세인 1987년에 창업. 탁월한 경영 수완으로 회사를 세계 1위로 키워냄. 2005년 고령을 이유로 은퇴.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최고경영자(CEO)로 복귀. 2010년 시장 침체기에도 48억달러를 퍼붓는 ‘역발상 투자’를 감행. 단 1년 만에 회사 매출을 17조원으로 전년보다 42% 끌어올림.

경이로운 업적의 주인공은 TSMC로 잘 알려진 ‘대만반도체제조회사’의 창업자 모리스 창이다. ‘고객과 경쟁하지 않는다’는 경영 철학을 내세워 기존에 없던 반도체 수탁생산(파운드리)이라는 사업을 개척한 인물이다. 삼성전자가 2030년까지 비메모리 세계 1위에 올라선다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TSMC를 꺾어야 한다.

격화되는 반도체 전쟁

반도체 전쟁의 격렬함을 실감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반도체 제조공장(팹)에 가보면 된다. 삼성전자 평택공장(P1)의 길이는 520m다. 국내에서 가장 높은 빌딩인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를 눕힌 것과 비슷하다. 높이는 100m가 넘는다. 중후장대 산업의 상징인 현대중공업 조선소의 골리앗크레인과 맞먹는다. 반도체 공장을 이렇게 높게 만드는 곳은 한국밖에 없다.

반도체 팹 하나의 부가가치는 얼마나 될까. 한국은행 분석에 따르면 30조원이 투입된 평택공장 하나만으로 41조원의 생산 유발과 15만 명의 고용 창출 효과를 낸다. 무엇보다 반도체 공장은 ‘제조업 한국’을 지켜내는 핵심 자산이다. 지난 5월 반도체 수출은 80억7000만달러로 전체의 23%를 차지하며 경상수지를 흑자로 돌린 견인차 역할을 했다.

이런 결과가 거저 얻어진 건 아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최근 5년간 반도체에 쏟아부은 돈만 100조원이 넘는다. 향후 예정된 투자금액도 200조원에 달한다. 중국이 2015년 ‘반도체 굴기’를 선언하면서 투자하겠다고 공언한 금액이 170조원이었다. 중국의 공세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기업이 전력을 다해 막아내고 있는 형국이다.

일본의 패인은 결단력 부재

일본이 삼성에 메모리반도체 세계 1위 자리를 내준 뒤 일본경제신문은 ‘삼성, 역전의 방정식’이란 제목의 특집 기사에서 패인을 곱씹었다. 글은 “일본 기업은 ‘한순간의 주저’로 삼성에 뒤처졌다”는 문장으로 끝났다. 삼성엔 리스크를 두려워하지 않는 이건희 회장의 결단력이 있었던 반면 전문경영인 체제가 다수인 일본 기업들은 의사 결정 시기를 놓쳤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반도체산업을 ‘오너 비즈니스’로 부른다. 과감한 결단력과 추진력 없이는 승자가 될 수 없다는 뜻이다. 엔비디아가 인텔과 AMD를 꺾고 세계 1위 GPU(그래픽처리장치) 업체로 올라선 것도 설립자 젠슨 황이 사활을 걸고 투자를 감행한 결과다. 파운드리 세계 1위 TSMC도 매년 100억달러 이상의 설비와 연구개발(R&D)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고(故) 호암 이병철 삼성 선대회장이 1983년 반도체 투자를 결정할 당시 삼성 임원들이 누구보다 격렬하게 반대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삼성전자의 1위 전략은 초격차다. 권오현 삼성전자 회장은 저서 《초격차》에서 “핵심은 격(格)에 있다”고 했다. 상대가 감히 넘볼 수 없는 차이를 만드는 것이 ‘격’이라는 설명이다. 불가능한 일을 가능하게 하는 집념을 통해 한계를 뛰어넘어 누구도 넘볼 수 없는 ‘격’의 차이를 만들어내는 사람이 리더다. 삼성 초격차 전략의 네 가지 핵심 키워드인 리더, 조직, 전략, 인재에서 리더가 가장 먼저 나오는 이유다.

s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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