맷 갤러거 파슬리에너지 CEO, 고교 때부터 유전서 알바한 '오일맨'

입력 2020-06-11 15:14   수정 2020-06-11 15:16


“미국 에너지 업계에서 가장 젊은 편인 최고경영자(CEO)가 대담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맷 갤러거 파슬리에너지 CEO에 대해 최근 내놓은 평가다. 만 37세인 갤러거 CEO는 올 들어 원유 가격이 폭락과 반등을 거듭하는 동안 다른 기업과 달리 발 빠른 움직임을 보여 이목을 끌었다. 거침없는 소신 발언도 그를 돋보이게 하는 요인이다.

3대째 내려온 ‘오일맨’ 전통

갤러거는 고등학교 때부터 유전(油田)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업계에 발을 들였다. 이후 원유산업 관련 공업·과학 중심 대학인 콜로라도 광업대학 석유공학과로 진학했다. 집안에 석유업계 종사자가 여럿 있었던 덕분에 이쪽 업계에 일찌감치 관심을 가졌다는 전언이다. 갤러거의 할아버지는 1950년대 와이오밍주에서 유정을 운영했고, 아버지는 석유 엔지니어로 일했다.

갤러거는 대학 졸업 후 에너지기업인 ‘파이오니어 천연자원’에 입사했다. 멕시코만 일대 유정과 미 페름분지 등에서 생산 및 운영 엔지니어로 근무했다. 이후 기업설명회(IR) 담당자 등을 맡은 뒤 2010년 파슬리에너지로 자리를 옮겼다.

2008년 설립된 파슬리에너지는 당시만 해도 신생 기업이었다. 갤러거는 엔지니어링 부서를 맡아 전통적인 수직 시추법 대신 수평 시추법으로 생산법을 전환했다. 엑슨모빌, 셰브런, 쉘, BP, 옥시덴탈 등 글로벌 기업들이 경쟁하는 최대 셰일오일 산지 페름분지에서 신생업체가 경쟁력을 갖추려면 생산성을 높이는 방법밖에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 덕분에 파슬리에너지는 작년 페름분지에서 10번째로 큰 산유기업으로 성장했다.

파슬리에너지는 2014년 5월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기업공개(IPO)를 했다. 갤러거는 같은 해 부사장 겸 최고운영책임자(COO)로 승진했다. 2017년 사장 겸 COO를 거쳐 작년 CEO에 공식 취임했다.

빠른 대처…유가폭락 때 손실 줄여

갤러거는 CEO 취임 1년 만에 큰 위기를 맞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창궐하면서 세계 에너지 수요가 급감해서다. 설상가상 주요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 간 ‘유가 전쟁’도 벌어졌다. 올 1월 배럴당 60달러 선이던 미 서부텍사스원유(WTI) 가격은 지난 3월 중순 20달러 선으로 폭락했다.

갤러거는 운영 계획을 즉각적으로 수정하는 등 재빠른 대처로 손실을 줄였다. 2월 말 원유 수요가 급감할 조짐을 보이자 특정 가격에 원유를 팔 수 있는 풋옵션을 매수하는 식으로 헤지 계약을 체결했다. 원유 가격을 일정 수준 보장받은 덕분에 지난 4월 WTI 근월물이 ‘마이너스 가격’에 거래됐을 때도 손실이 크지 않았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할 가능성에 대비해 현금도 넉넉히 확보해 놨다. 기존 채무 중 상당액을 일찌감치 상환하거나 만기 연장했고, 재협상을 통해 이자율을 낮췄다. 엔지니어·회계사·인사 전문가 등과 잇따라 온라인 회의를 열어 사업부문별 비용을 꼼꼼히 따지고 일부를 삭감했다. 이에 대해 브라이언 셰필드 파슬리 회장 겸 전 CEO는 “내가 CEO였다면 그 정도로 상세히 알아보지 못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갤러거 CEO는 지난달엔 올해 예산의 약 40%를 삭감한 데 이어 경영진 임금을 50%씩 깎았다. 납품업체에도 원가 절감을 요청하는 서한을 보냈다.

생산량 조절도 다른 기업보다 한발 빨랐다는 분석이다. 업계가 감산 의견을 모으기도 전인 지난 4월 일부 유정의 운영을 이미 중단했다. 지난달엔 원유를 2만6000배럴만 생산했다. 1분기 평균 생산량(12만6600배럴)의 5분의 1에 불과한 수치다. 블룸버그통신은 “파슬리에너지는 손익분기점이 낮은 편이라 원유 가격이 배럴당 30달러대에 머물러도 충분히 버틸 수 있다”며 “그런데도 다른 기업보다 훨씬 빨리 비상조치를 시행했다”고 전했다. 갤러거는 “위기 상황 땐 우유부단하거나 반쪽짜리 조치를 취해선 안 된다”며 “불확실성이 큰 시기엔 빠른 대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갤러거는 기존 감산량 상당폭을 이달 중 회복시킬 계획이다. 유가가 올랐으니 그에 맞춰 시추 활동을 재개하겠다는 것이다. 자본을 추가 투입하지 않고 기존 유휴 장비를 충분히 동원한다는 전략이다.

“비상시기엔 비상조치” 소신 발언

갤러거는 거침없는 ‘소신 발언’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지난 4월 텍사스주의 석유 생산량을 관리하는 텍사스철도위원회(TRC)를 겨냥해 “생산량 감축 규제를 도입하라”고 수차례 공개 촉구했다. 감산을 의무화하려면 당국이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엑슨모빌 등 에너지 대기업과 각을 세우기도 했다.

미국 에너지업계에서 정부의 감산 개입 여부는 오랜 논란거리다. 텍사스주 당국은 1970년대 이후 감산 규제를 직접 시행한 적이 없다. 갤러거는 “비상시기엔 비상조치가 필요하다”며 “당장 조금씩 생산량을 줄이면 향후 수년간 미국 에너지산업을 보호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감산은 에너지업계만의 일이 아니다”며 “지금 불편을 감수하지 않을 경우 석유 근로자 덕분에 먹고사는 서비스부문 일자리까지 줄줄이 사라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갤러거는 텍사스 일대 에너지 업계에서 흔히 쓰고 있는 ‘천연가스 플레어링’에 대해서도 비판을 이어왔다. 플레어링은 에너지 가격이 낮거나 시판 운송 여력이 부족할 때 기업이 생산 과정에서 나온 천연가스를 고의로 태워버리는 행위다. 플레어링은 온실가스를 배출해 기후변화 등에 악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갤러거는 작년 한 에너지 업계 행사에서 “기업들이 배출량 감축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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