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부캐' 전성시대

입력 2020-06-13 08:26   수정 2020-06-13 08:47


최근 연예계에 가장 핫한 키워드는 바로 '부캐'(부캐릭터)다. '부캐'의 가장 선구자적 인물은 바로 MBC '놀면 뭐하니'의 유재석이다. 기자회견에서도, 그와 관련된 댓글을 통해서도 대중은 눈을 딱 감고 그를 '유산슬'이라고 부른다.

'부캐'란 온라인 게임이나 커뮤니티에서 본래 사용하던 계정(캐릭터) 외에 새롭게 만든 캐릭터를 뜻한다. 유져들은 다양한 '부캐'를 키우며 캐릭터 별로 다른 스킬을 발휘하며 게임을 즐긴다. 유재석 또한 마찬가지다. 유재석은 '놀면 뭐하니' 한 프로그램을 통해 수많은 캐릭터를 키우고 있다. '놀면 뭐하니'는 유재석의 '부캐'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방송 초반 '천재 드러머' 캐릭터는 '유고스타'로 불렀고, 라면을 끓여주는 회차에선 라면 끓이는 섹시한 남자 '라섹', 하프 신동 유르페우스, 치킨의 맛을 설계하는 '닭터유', 트로트 가수 '유산슬' 까지 부캐마다 각기 다른 세계관을 구축했다.

유재석은 초반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이제는 적응한 것처럼 보인다. 타 방송사 프로그램에서 유재석과 부캐들의 선을 그었다.


유산슬로 재미를 톡톡히 본 유재석은 '절친' 이효리와 '깡드롬'(깡 신드롬)의 주인공 비에게도 영향을 미쳤다. 댄스음악을 좋아하는 유재석 본캐의 성향을 살려 이효리, 비를 섭외해 새로운 혼성그룹을 만든 것이다.

유재석, 이효리, 비는 지난 방송을 통해 그룹명을 싹쓰리로 확정하며 유두래곤, 린다G, 비룡 부캐로 활동을 예고해 실검을 장악했다. ‘놀면 뭐하니?’ 유저(애청자)들은 ‘엄청나다’ 등 감탄할 때 사용되는 ‘지린다’를 린다G로 사용해, 유행어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이효리는 첫 부캐에 대해 "희대의 사기꾼"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메이크업 전후 사진을 게재하며 이같이 말했다. 또 "사실 저 이렇게 생겼어요. 미안합니다"라고 사과하기도 했다.

이효리는 최근 제주도와 서울을 오가며 '놀면 뭐하니' 촬영 중이다. 그는 "서울에 다녀와서 잠재됐던 판도라의 상자를 연 느낌"이라며 "내 정체성에 혼란이 왔다. 비행기 내리면 풀 깎고 개 똥 치워야 하는데 갭이 크다. 뭐가 나인지 모르겠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들의 '부캐' 효과는 시청률로 연결됐다. 유재석과 이효리의 백 투 90년대 혼성 댄스 무대(41회, 10.8%)를 시작으로 비의 ‘깡’으로 가는 히트곡 연대기(42회, 11.1%), 유재석-이효리-비 아닌 유두래곤-린다G-비룡 부캐 탄생의 순간(45회, 12.2%) 등 매회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유재석의 인기를 넘어설 색다른 '부캐'도 등장했다. 바로 '둘째이모 김다비'다. 둘째이모 김다비는 지난달 1일 노동절을 맞아 직장인들의 애환을 달랠 '주라주라'를 발매했다.

김다비는 "많을 다(多), 비 비, 1945년 생으로 계곡 산장에서 오리 백숙집을 운영하는 개그우먼 김신영의 둘째 이모"라고 자신을 소개한다.

그는 킬 힐 신고 약초를 캐는 것이 특기이며 취미는 새벽 수영, 정오 에어로빅, 심야 테니스다. 언니들과 만나 하루에 3만CC 정도의 생맥주를 들이킨다고.

찰진 입담을 뽐내는 김다비의 원캐는 바로 김신영. 그는 절친한 선배 송은이가 설립한 매니지먼트사 시소와 전속계약을 맺은 후 '둘째이모 김다비'라는 캐릭터를 구축해냈다.

그동안 가수에 도전하는 개그맨들은 '개가수'라고 불렀다. 하지만 김신영은 '둘째이모 김다비'라는 제2의 페르소나를 통해 자신의 입지를 재빠르게 굳혔다는 평가다.

둘째이모 김다비는 데뷔 후 '아침마당', '놀면 뭐하니', '뽕숭아학당', '유퀴즈온더블록', '밥블레스2' 등에 출연해 구수한 사투리로 입담을 자랑했다.


'나 혼자 산다'의 박나래는 한혜진, 화사와 함께한 생일파티에서 안동 조 씨 '조지나'라는 캐릭터를 선보였다.

검게 칠한 도톰한 입술에 블링블링한 의상으로 독보적인 캐릭터를 구축했고 '셋뚜셋뚜'(세트) 등의 유행어를 양산하며 시청자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이후 플리마켓에 등장한 조지나 편도 화제성이 높았다.

다만 스타들의 일상을 담은 리얼 예능에서 박나래가 '조지나'로 어떻게 세계관을 구축할지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한 사람이 다양한 캐릭터를 구사하는 멀티 헤르소나를 대중들이 익숙하게 받아들이게 됐다"며 "대중의 지지가 있기에 여러 인물로 활동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부캐' 열풍에 대한 조심스러운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스타가 탄생하면 또 다른 얼굴이 등장해야 하지만 기존의 인기 연예인들이 '부캐'를 이용해 자리를 잡고 있는 만큼 세대교체가 더디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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