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스페셜 '지강헌 사건' 재조명, 시청률은 '제자리 걸음'

입력 2020-06-15 10:09   수정 2020-06-15 10:11



SBS스페셜을 통해 '지강헌 사건'이 재조명 받고 있다.

지난 14일 SBS 스페셜 파일럿 프로젝트로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이하 꼬꼬무)' 3부작 중 1부가 방송됐다.

'꼬꼬무'는 방송인 장성규, 개그우먼 장도연, 영화감독 장항준이 이야기꾼으로 등장해 '나의 시점'으로 해석한 '그날'의 사건에 대해 소개 한다. 이날 방송에서는 김지혁 아나운서, 개그맨 김여운, 개그우먼 송은이가 이들의 이야기를 듣는 '청자'로 등장해 지강헌 사건을 경청했다.

"'꼬꼬무'가 SBS 첫 입성 프로그램'이라는 장성규, 토익 점수 900점에 신문을 구독하는 장도연, 타고난 토크 에너자이저 장항준 감독은 자신만의 특기를 살려 지강헌 사건을 전했다. 특히 장도연은 바쁜 방송 일정 중에도 스스로 자료를 찾아가며 공부하는가 하면, 제작진이 보내준 자료 내용을 전화로 팩트체크까지 하는 열정을 보여 담당 피디를 감동하게 했고, 장항준 역시 "나에게 꼭 맞는 프로그램을 만났다"면서 의지를 불태웠다.

'지강헌 사건'은 1998년 대한민국을 뒤흔든 일이다. 1988년 10월 16일, 88년 서울 올림픽의 흥분이 채가시지 않은 그때 겁에 질린 여성을 인질로 붙잡고 경찰을 향해 요구 사항을 말하던 지강헌의 모습은 TV를 통해 생중계됐고, 영화 '홀리데이'로도 제작이 됐다. 당시 지강헌이 외친 "유전무죄, 무전유죄"는 아직까지 회자되고 있다.

지강헌 일당은 1998년 10월 8일 중부고속도로를 달리선 죄수 호송 버스에 함께 탑승했다. 당시 버스엔 25명이 타고 있었는데, 안성 부근을 지날 때 재소자 중 한 명이 교도관에게 "화장실에 가고 싶다"고 했고, 교도관이 소변통을 건네는 순간 재소자들이 일제히 일어나 난투극을 벌이면서 차량을 점령했다.

이중 13명은 스스로 감금을 선택했고, 12명은 재소자 카드를 찢어 버리고, 교도관의 옷을 바꿔 입고 권총과 실탄을 챙겨 달아났다. 12명 중 2명은 당일에 검거됐고, 3명 역시 룸살롱에서 주인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붙잡혔다.

나머지 7명의 죄수들은 서울시 곳곳의 가정집에 들어가 '인질 숙박'을 벌였다. 경찰의 눈을 피하기 위해 가정집을 택했던 이들은 2번째 인질 숙박이 성공한 이후, 한 낮에 대학병원 주차장에서 제약회사 영업사원을 인질로 삼아 그의 집으로 향하는 모험까지 감행했다.

당시 협박을 당했던 영업사원은 32년 만에 실제 인질범들과 마주했던 당시의 상황을 전했다. 당시 35세였던 그는 "그날의 일은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며 "내게 다가와 칼을 겨누는 순간 '아, 이 친구들이구나' 느껴졌다"고 털어 놓았다.

그러면서 "가족들의 안위를 생각해 탈주범들과 2박3일 동안 계약 동거를 했다"고 말했다.

지강헌 일당과 지내면서 "수면제를 먹여야 하나"라는 생각도 했지만, 현실은 영화, 드라마와 달랐다. 지강헌과 있으면서 다른 행동은 할 수 없었던 것.

인질범들과 함께 술자리도 가졌다고 밝혔다. 함께 술을 나눠 마시면서 "어려서부터 힘들게 살았다", "이곳저곳에서 홀대와 냉대를 받아 힘들었다" 등의 속내도 들을수 있었다.

실제로 지강헌은 초등학교만 졸업했고, 이후 도둑질로 생계를 유지했다. 이후 반복된 냉대와 차별로 상처도 많이 받아야 했다.

인질들에게 "난 시인이 꿈"이라고 밝혔던 지강헌은 "난 대한민국 최후의 시인이다. 행복한 거지가 되고 싶었던 낭만적인 염세주의자다"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의 비리를 모두 파헤치고 죽을 것"이라며 "(전두환 전 대통령의 사가인) 연희궁으로 가려다 경비가 심해 그만뒀다"는 계획을 전하기도 했다.

지강헌이 전두환 전 대통령을 찾아가려 한 이유는 그의 동생 전경환 때문인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전경환은 당시 '리틀 전두환'으로 불리며 형의 막대한 권력에 힘입어 몇백억 원의 횡령을 저지른 인물. 재판부에서 인정한 횡령액만 당시 76억 원이었음에도 7년 형을 선고 받는데 그쳤고, 이 역시 3년 정도 살다가 석방됐다.

반대로 지강헌은 7차례 걸쳐 현금, 승용차 등 약 556만 원을 절도한 혐의를 받고 징역 7년, 보호감호 10년을 선고받았다. 보호감호란 재범의 가능성이 있는 이들을 징역 후 감호소에서 머물게 하는 것으로 실제로는 징역과 다를 것 없는 것이었다. 결국 지강헌의 경우 17년 형을 선고 받은 것과 마찬가지다.

보호감호 제도는 전두환이 군사 쿠데타 이후 만들었다. 사회악을 척결하겠다면서 국가보위위원회를 신설하고, 영장도 없이 6만 명을 검거해 그중 4만여 명을 삼청교육대로 보냈다. 이들 중 많은 사람들이 사망했고, 살아 돌아온 이들 중 대부분이 여전히 신체적, 정신적 후유증을 앓고 있다.

'보호감호' 제도를 통해 자전거 1대를 훔쳐도 징역 3년에 보호감호 10년을 선고 받기도 했다. 이 법률은 이후 이중처벌, 과잉처벌이라는 비판을 받으며 2005년에 폐지되었다.

제약회사 영업사원과 헤어진 지강헌 일당은 22세 여대생 가족의 집을 찾아 4번째 인질로 삼았다. 당시 대학생이었던 여성은 '지강헌 탈주 사건' 뉴스를 보고 있을 때, 방 안으로 탈주범이 들어왔던 상황을 전했다.

그는 "당시 70이 넘으신 아버지는 '밥은 먹었냐'며 '밥부터 차리라'고 하셨고, 어머니는 고추장째개와 이것저것을 준비해 정말 맛있게 식사를 했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식사 후 마음이 누그러진 탈주범들은 여대생에게 "어떻게 죽는 게 제일 멋있어 보이냐"고 물었고, "옥상에서 떨어지는 게 멋있냐, 총에 맞아 죽는 게 멋있냐"고 의견을 구했다.

여대생은 탈주범들을 순순히 나가게 할 방법을 생각하다가 성경을 일어줄 것을 결정했고, 당시 지강헌은 그에게 "나를 위해 기도해 줄 수 있겠냐"고 물었다. 지강헌은 "내가 마지막 순간에 예수님 마음이 되게 해달라"고 요청했고, 같이 앉아 기도를 하면서 눈물을 보였다는 게 그의 설명이었다.

이들과 1박2일을 보내고 북가좌동으로 이동한 탈주범들은 집주인의 신고로 테러 특공대들과 마주했다.

탈주범들은 자신의 범죄 행각을 중계하는 카메라 앞에 인터뷰하듯 알 수 없는 말을 쏟아내는가 하면 선글라스를 쓴 주범 지강헌은 “비지스의 홀리데이!” 팝송 카세트테이프를 요구했다.

또한 당시 지강헌은 "나는 시인. 미래를 보고 과거에 책임감을 느끼는 사람"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면서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을 남겼다. 이 장면은 이후 영화 '홀리데이'로도 만들어 졌다.

담 밖에서는 인질범들의 폭력성이 강조됐던 상황이었지만, 집 안에서는 인질들에게 총을 겨누며 "미안하다"며 "정말 이럴 생각이 없었다. 절대 다치지 않게 할 테니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사과를 했다고.

이후 극한의 상황에 몰린 탈주범들은 연이어 자살을 택했다. 지강헌 역시 비지스의 '홀리데이'를 들으며 머리에 총을 겨눴지만, 경찰 특공대가 들이닥쳐 지강헌에게 총 2발을 발사했다. 지강헌은 병원으로 이송 후 4시간 만에 사망했다.

탈주범 중 유일한 생존자이자 당시 막내였던 강모 씨는 경찰에 검거됐다. 선고 공판에서 검찰은 15년을 구형했지만, 인질들이 그를 위해 써준 탄원서 덕분에 7년 형만 받았다.

탄원서에는 이들 때문에 겁도 먹고, 그들의 행동을 잊을 순 없었지만 아침밥을 먹고 떠나면서 "잘먹었습니다, 신세 많이 졌습니다"라는 말도 남겼다며, "우리가 떠나면 신고하세요. 고맙습니다"라는 인사도 잊지 않았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또한 정말 미웠지만 미워할 수 없고, 다시 한 번 기회를 주셔서 희망의 빛을 벗 삼아 세상에 좋은 등대지기가 되길 기원한다면서 강 씨가 온전한 사회 구성원으로 살아가길 바라는 마음을 전했다.

'지강헌 사건'에서 5번의 인질극이 있었지만, 단 한명도 희생당하거나 다치지 않았다. 이에 장항준은 "누군가는 얘기하고 싶지 않았을까"라며 "이들의 인생이 가련하다. '밥은 먹었냐'는 말이, 그 어떤 말보다 그들에게 크게 다가오지 않았을까 싶다. 그리고 인질들의 그런 태도들이 그다음 집의 재앙을 막았던 것이다"라고 해석했다.

송은이도 "이 사건의 주인공들이 영웅이 되는 걸 원하지 않는다"면서도 "이런 이야기를 나눈 것은 분명히 의미가 있고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 다시 한번 일깨워준 것 같다"고 말했다.

김여운은 "'유전무죄 무전유죄'가 아닌 유전는 유죄, 무죄는 무죄였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고, 장성규도 "32년 후에 내 아이들이 어른이 되었을 때 무전유죄 유전무죄라는 말을 근현대사 역사책에서만 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꼬꼬무'를 통해 '지강헌 사건'에 대한 관심은 높아졌지만, 시청률까지 이어지진 않았다. 직전 방송분인 지난 5월 31일 방송된 '소년 법정에 서다'가 기록한 4.1%(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보다 0.1% 포인트 상승한 4.2%에 그쳤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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