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자를 같은 편으로…롯데케미칼, 이번엔 한화종합화학 손잡다

입력 2020-06-15 17:21   수정 2020-06-16 01:06

국내 2위 석유화학회사인 롯데케미칼이 국내 경쟁사와 잇따라 협력하며 덩치를 키우고 있다. 시장에선 롯데케미칼이 ‘적과의 동침’을 통해 안정적인 원료 확보와 사업 구조조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전략으로 해석했다. SK이노베이션 등 경쟁사와 달리 정유 부문이 없는 롯데케미칼의 또 다른 생존 방식이라는 분석이다.

롯데케미칼과 한화종합화학은 15일 서울 소공로 더플라자호텔에서 사업 경쟁력 강화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업무 협약을 맺었다. 이날 협약식에는 임병연 롯데케미칼 기초소재부문 대표(부사장)와 임종훈 한화종합화학 대표(사장)가 참석했다. 양사의 협력 분야는 합성섬유와 페트(PET)병을 만드는 데 쓰이는 중간 원료인 고순도 테레프탈산(PTA)이다.

이날 협약으로 한화종합화학은 다음달부터 롯데케미칼이 필요로 하는 PTA를 연간 45만t 공급하기로 했다. 롯데케미칼은 같은 시기 PTA 시장에서 완전히 손을 떼기로 했다. 대신 PTA를 생산하던 울산공장의 설비를 조정해 PET, 도료, 불포화 수지 등의 원료인 고순도 이소프탈산(PIA)에 집중하기로 했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PTA 시장에 중국 회사가 몰려들면서 국내 기업끼리 경쟁하는 게 무의미해졌다”며 “PTA 시장에서 빠지는 방식으로 한화종합화학을 지원하고, 세계 시장 점유율 1위인 PIA에 집중한다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롯데케미칼의 PIA 생산량은 52만t이었다.

롯데케미칼이 경쟁사와 협력하며 시장을 넓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 회사는 올해 2월 GS에너지와 합작법인인 롯데GS화학을 설립했다. 롯데케미칼은 지분 51%를 보유하며 최대주주에 올랐다. 롯데GS화학은 8000억원을 투자해 전남 여수공장 부지에 유분 등을 생산하는 공장을 짓고 있다. 두 회사가 협업을 선언하자 시장에선 GS그룹이 그동안 지키고 있던 LG그룹과의 영역 침범 금지 관행까지 깼다는 얘기가 나왔다.

롯데케미칼이 현대오일뱅크와 함께 설립한 현대케미칼은 2018년 2조7300억원을 투자해 올레핀과 폴리올레핀 생산공장을 짓는다고 발표했다. 내년 공장이 완공돼 상업생산에 들어가면 석유화학 부문 계열사가 없는 현대오일뱅크는 원료 판매처를 확보하고, 정유 부문이 없는 롯데케미칼은 안정적인 원료를 공급받을 수 있게 된다. 올해 1월 합병한 롯데첨단소재도 2016년 삼성SDI에서 롯데그룹으로 넘어온 회사다. 고부가가치 스페셜티 제품을 생산하는 회사로 그동안 롯데케미칼의 부족한 점을 보완하기 위해 합병했다는 설명이다.

시장에선 경쟁 석유회사들이 정유회사를 겸하거나 계열사 지원을 받는 다른 석유화학회사와 달리 정유 계열사가 없는 롯데케미칼은 원료와 지역, 제품군을 다변화하는 전략을 취할 수밖에 없다고 분석하고 있다. 롯데케미칼이 정유뿐 아니라 화학 부문 경쟁사와의 협업을 통해 안정적으로 원료를 조달하고 해당 사업을 정리하며 대응하는 것이 합리적인 전략이란 얘기다.

임병연 대표는 “급격한 산업 환경 변화 속에서 경쟁사와 언제든지 협력 관계로 변할 수 있다”며 “유연한 생각과 행동이 기업 경쟁력 향상은 물론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일조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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