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 컵이 뱉어낸 1m 퍼팅…'운명의 장난' 인가

입력 2020-06-15 17:53   수정 2020-09-13 00:01


“세상에…. 공이 360도는 돈 것 같네요. 홀이 공을 뱉어 냈어요(lipped out).”

15일(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포트워스의 콜로니얼CC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찰스슈와브챌린지. 17번홀(파4)에서 공동 선두를 달리던 잰더 쇼플리(27·미국)의 1.5m 파 퍼트가 홀을 한 바퀴 돌고 나오자 해설자가 탄식을 내뱉었다. 먼저 공동 선두로 경기를 마친 콜린 모리카와(23·미국)는 클럽하우스에서 이 장면을 TV로 목격했다. 그는 미소나 찡그림, 어떤 표정도 짓지 않았다.

다가올 자신의 미래를 예측한 것일까. 공교롭게도 모리카와는 이내 비슷한 상황에 맞닥뜨렸다. 그와 동타를 기록한 대니얼 버거(27·미국)와의 연장전은 17번홀에서 열렸다. 파를 잡은 버거. 모리카와도 1m 퍼트만 넣으면 파였다. 모두가 2차 연장을 생각한 그때. 모리카와의 퍼트가 ‘데자뷔’처럼 홀을 반바퀴 돈 뒤 흘러 나왔다. 고개를 파묻은 모리카와는 한동안 일어서지 못했다.

3라운드까지 선두였던 쇼플리, 그리고 21개 대회 연속 커트 통과 기록을 이어간 모리카와는 모두 ‘운명의 장난’에 휘말려 침몰했다.

나흘간 꾸준히 치고 연장전에서 침착하게 파를 잡아낸 버거가 대신 우승컵을 가져갔다. 2015년 신인왕 출신인 버거는 2017년 페덱스 세인트 주드 클래식 2연패 이후 3년 만에 통산 3승째를 챙겼다. 우승상금은 135만달러(약 16억3000만원).

PGA투어 선수들의 1m 안팎 퍼트 성공률은 100%에 가깝다. 3피트(0.9m) 내 성공률이 99%가 넘고 4피트(1.2m) 내 성공률도 절반 이상의 선수가 90% 이상 확률로 넣는다. 볼의 스피드가 시속 4.8㎞를 넘으면 방향이 맞아도 들어가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반대로 그 이하의 속도라면 방향이 맞지 않아도 홀 옆을 타고 들어갈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뜻이다. 평소라면 눈 감고도 넣을 이 거리에서 모리카와와 쇼플리는 힘 조절에 실패했다. 우승이라는 중압감을 이겨내지 못했다.

꾸준함의 대명사 임성재(22)는 기어코 ‘톱10’에 오르며 대회를 마감했다. 이날 3타를 줄였고 최종 합계 11언더파 269타를 쳐 공동 10위에 자리했다. 3개 대회 연속 톱10이자 올 시즌 여섯 번째 톱10이다. 로리 매킬로이(31·북아일랜드), 저스틴 토머스(27·미국)와 이 부문 공동 1위다. 페덱스컵 포인트 1위 자리도 지켰다. 페덱스컵 포인트 2위인 토머스가 1타를 잃고 임성재와 같은 공동 10위로 대회를 마치며 격차를 좁히지 못했다.

코로나19 창궐 이후 처음 대회를 연 PGA투어의 제이 모나한 커미셔너는 “(이번 대회가) 대단히 성공적이었다”고 자평했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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