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종현의 논점과 관점] 반박 어려운 '부동산 기획 인상설'

입력 2020-06-16 17:49   수정 2020-06-17 00:29

“문재인 정부가 더불어민주당의 장기 집권 토대를 쌓기 위해 집값을 일부러 올린다”는 ‘기획 인상설’은 최근 수년간 집값 급등 과정에서 부동산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폭넓은 지지를 받았다. “겉으로 집값을 잡겠다고 공언하지만 무주택 서민들이 좋은 집을 갖게 되면 정치적으로 보수화되기 때문에 집을 살 생각도 못하도록 가격을 급등시키는 정책을 쓴다”는 게 요지다.

지난해 12·16 대책 같이 유례를 찾기 힘든 초강력 규제에다 ‘코로나 쇼크’가 더해져 올 들어 집값은 한동안 안정세를 찾았다. 그러면서 이런 설(說)도 물밑으로 가라앉았다. 하지만 6월 들어 집값이 불안해지자 다시 확산되는 추세다.

"정부가 일부러 집값 올려"

주요 7개국(G7) 회의 합류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나라에서 정부가 국민의 빈부격차 확대를 조장한다는 주장을 곧이곧대로 받아들기는 어렵다. 그렇다고 속 시원히 반박하기도 만만치 않다. 그럴 만한 근거가 있어서 그렇다. 그 근거는 현 정부 부동산 정책을 설계한 김수현 전 대통령 정책실장이 제공했다. 그가 노무현 정부 시절 경험을 토대로 쓴 《부동산은 끝났다》(2011년)의 다음 대목은 이 정부가 양질의 주택공급 확대를 주저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짐작할 수 있는 실마리를 준다.

“중대형 아파트가 밀집된 고소득층은 한나라당에 주로 투표했다. 그 반대의 경우는 민주당이나 야당이다. 이미 계층투표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다세대·다가구 주택이 재개발되어 아파트로 바뀌면 투표성향도 확 달라진다. 한때 야당(민주당 등)의 아성이었던 곳들이 여당(한나라당)의 표밭이 된 데는 그런 이유가 있다.”

“학자로서의 연구결과에 대한 지나친 오독(誤讀)”이라는 반박도 있다. “2018년에 이미 전국 주택 보급률이 104%에 달한 만큼 투기수요를 잡기 위해 재건축·재개발 등을 억제하는 것은 정책 입안자로서 충분히 할 수 있는 선택”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준공 후 30년이 넘은 노후주택 비율이 전체의 46%에 달한다는 점에서 이 반박은 설득력을 잃는다. 1971년에 지어진 서울 여의도 시범아파트 주민들조차 “이 정부에서 재건축은 안 될 것”이라며 자포자기하는 판국이다.

더 주목되는 21번째 시험 결과

정부는 20번의 대책으로도 집값을 잡는 데 실패했다. 그렇다면 대출 억제와 같이 무주택자들의 주택 구입을 봉쇄시킨 규제의 전환을 고려해볼 법도 하다. 그런데도 꿈쩍하지 않아 이 설을 반신반의하던 사람들까지 적극적 옹호론자로 돌려세웠다.

시험 20문제(부동산 대책)를 푼다고 가정해보자. 모든 문제가 객관식일 경우 1번부터 20번까지 한 번호로만 찍어도 몇 문제는 맞힐 수 있다. 주관식 위주로 구성됐다 하더라도 최고의 전문가들에게 교육받은 학생(정부)이라면 0점은 피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모두 틀렸다면 “답을 알면서 일부러 틀린 것”이라는 게 이들의 논리다.

진실이 무엇이건 집값은 재상승 중이다. 대통령과 여당 지지율은 집권 후반기 접어들어서도 고공행진하고 있다. 기획 인상설이 더 힘을 받아도 할 말이 없을 정도다. 하지만 대통령 직무수행에 대한 부정적 평가 요인 중 ‘경제·민생문제 해결 부족’이 1위에서 내려온 적이 많지 않다(한국갤럽 기준)는 사실을 간과해선 안 된다. 특히 부동산 문제는 정치적 인화성이 강해 정권을 언제든 위기로 몰아넣을 수 있다.

정부가 21번째 대책을 내놓는다고 한다. 이번에야말로 집값이 안정돼 정부발(發) 인상설이 종식될 수 있을까. 서슬 퍼런 규제를 뚫고 오름세를 탄 시장에 맞서는 만큼 결과가 더 주목되는 대책이다.

screa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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