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국민연금 지급 보장을 명문화한 국민연금법 개정안이 21대 국회 들어 세 건 발의됐다. 최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0일 발의한 개정안은 ‘지급 비용을 국민연금 재정으로 충당할 수 없는 경우 국가가 부담한다’는 조항을 새롭게 넣은 내용이다. 기금 고갈에 대한 현재 세대의 막연한 불안을 해소하겠다는 취지다. 지난 11일 정춘숙 민주당 의원도 비슷한 내용의 법안을 내놨다. 정 의원은 “국민연금 기금이 2057년이면 고갈된다는 발표가 나온 뒤 연금을 받지 못할 수 있다는 국민들의 염려가 커지고 있다”고 발의 취지를 설명했다.
국가의 국민연금 지급 보장 명문화는 지난해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가 국회에 권고한 내용이다. 다만 ‘보험료와 급여액은 국민연금의 장기 재정 균형 유지 및 인구구조 변화 등에 뚜렷한 변동이 생기면 그에 맞게 조정되도록 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문제는 국회가 보험료율 인상 논의는 아예 미뤄 놓은 채 지급 보장 명문화부터 무작정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제도 개편 없이 연금 지급만 보장하면 현재 세대는 불안을 해소할 수 있을지 몰라도 미래 세대는 구멍 난 재정을 세금으로 메워야 하는 상황이 올 수밖에 없다.
전날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연금 개혁에 대해 “21대 국회 초기, 그게 안 된다면 차기 대선 국면에서 의제가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지만 이번 국회에서도 논의는 표류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정치권 관측이다. 여야를 막론하고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보험료율 인상을 논의하는 것 자체가 정치적으로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이미 지난해 경사노위가 현재 급여의 9%인 보험료율을 2031년까지 12%로 높이는 방안 등 세 가지 개편안을 제안하며 국회로 ‘공’을 넘겼지만 야당이 “단일안을 만들어오라”고 요구하면서 제대로 된 국민연금 개혁 논의는 20대 국회에서 한 번도 이뤄지지 못했다.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는 “국민연금 기금의 지속가능성이 담보되지 않는 상황에서 국가의 보장 의무만 명문화하는 것은 정치적 쇼에 불과하다”며 “근본적인 제도를 개선하는 게 진정한 의미의 지급 보장”이라고 말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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