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개성연락사무소 폭파…'판문점 합의'도 불탔다

입력 2020-06-16 17:37   수정 2020-06-17 01:31


북한이 16일 개성공단에 있는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했다. 2018년 4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간 판문점 합의 후속 조치로 문을 연 남북 평화의 상징이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의 폭파 공언 사흘 만에 사라졌다.

북한 조선중앙방송은 이날 오후 “쓰레기들과 이를 묵인한 자들의 죄값을 깨깨 받아내야 한다는 격노한 민심에 부응하여 북남 사이의 모든 통신연락선을 차단해버린 데 이어 우리 측 해당 부문에서는 개성공업지구에 있던 북남공동연락사무소를 완전 파괴시키는 조치를 실행했다”고 보도했다. 북한이 밝힌 폭파시간은 오후 2시50분이다. 김정은의 동생인 김여정은 지난 13일 “머지않아 쓸모없는 북남공동연락사무소가 형체도 없이 무너지는 비참한 광경을 보게 될 것”이라고 폭파를 공개 경고했다.

연락사무소는 ‘판문점 선언’ 합의에 따라 2018년 9월 14일 개성공단에 문을 열었다. 토지는 북한 소유지만 한국이 남북교류협력협의사무소 건설비 80억원에 개·보수 비용 97억8000만원 등 180억원을 투자했다. 운영비 역시 160억원가량 들어갔다.

청와대는 이날 오후 5시5분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긴급 소집한 뒤 강한 유감을 표명하고 “북한이 상황을 악화시키면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미국 정부 고위 당국자는 “북한이 개성 연락사무소를 파괴한 것을 알고 있다”며 “한국과 긴밀한 협력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hr >文 '협력 메시지' 다음 날…보란듯 '평화 상징' 파괴한 북한
180억 들인 연락사무소 폭파…남북, 다시 빙하기 오나



북한이 16일 오후 남북한 간 대화·소통의 상징이던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 철거하고 대남 강공 수위를 한껏 끌어올렸다. 문재인 대통령이 전날 6·15 남북공동선언 20주년을 맞아 “나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8000만 겨레 앞에서 했던 한반도 평화의 약속을 뒤로 돌릴 수는 없다”고 밝힌 뒤 하루 만에 보란 듯이 남측을 향한 무력시위에 나선 것이다.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지난 13일 담화에서 예고한 9·19 군사합의 파기를 한 단계씩 밟아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날 오전에는 북한군이 남북 합의로 철수한 비무장 지역에 군 병력을 다시 배치하고, 남측을 향해 선동 전단을 살포하겠다고 협박했다. ‘남한 떠보기식’ 겁박을 넘어 서·동해 북방한계선(NLL) 또는 군사분계선(MDL) 내 의도된 군사 도발이 곧 뒤따를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군사도발 단계 밟는 北

이번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는 김여정이 지난 4일 대북전단 살포에 대한 보복조치로 협박한 단계별 대남 적대 조치 중 두 번째 단계다. 1단계로 지난 9일 남북 간 모든 연락·통신 채널을 단절한 뒤 1주일 만에 연락사무소 철거 조치를 이행한 것이다. 김여정은 13일 개인 명의로 낸 담화에서 “확실히 남조선과 결별할 때가 됐다”며 “머지않아 쓸모없는 북남공동연락사무소가 형체도 없이 무너지는 비참한 광경을 보게 될 것”이라고 했다. 4·27 판문점선언 합의에 따라 개성공단에 건설했던 연락사무소를 폭파할 것이란 사전 경고로 읽혔다.

이번 연락사무소 폭파는 북한이 다음 행동 단계인 9·19 군사합의 파기 및 군사도발에 나설 것이란 압박 메시지를 우리 정부에 전달한 것으로 풀이된다. 위기감을 높여 대외 협상력을 높이고, 경제난으로 틈이 벌어진 내부 결속을 꾀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대진 아주대 통일연구소 교수는 “연락사무소 폭파 철거는 즉흥적 결정이 아니라 위기감을 조성하기 위해 오래전부터 세워둔 계획으로 봐야 한다”며 “개성공단 시설물 파기, 군사합의 파기 등으로 가는 수순으로 간주해야 한다”고 말했다.


北, 개성에 군 전진 배치 추진

북한군도 군사 도발로 향하는 대남 압박 대열에 합류했다. 인민군 총참모부는 이날 조선중앙통신, 노동신문 등 관영 매체에 공개 보도 형식의 입장문을 발표하고 “우리 군대는 최근 각일각 북남관계가 악화일로로 줄달음치고 있는 사태를 예리하게 주시하며 당과 정부가 취하는 그 어떤 대외적 조치도 군사적으로 튼튼히 담보할 수 있도록 만반의 태세를 갖추고 있다”고 했다. 언제든 군사행동을 실행할 수 있는 준비를 갖췄다고 밝힌 것이다.

총참모부는 이어 “북남합의에 따라 비무장화된 지대에 군대가 다시 진출해 전선을 요새화하며 대남 군사적 경계를 더욱 강화하기 위한 조치를 강구할 것”이라고 했다.

군사 전문가들은 북한이 병력을 재배치하려는 후보지로 이날 연락사무소가 폭파된 개성공단과 금강산 지구 일대를 꼽았다. 북한의 군사 요충지 중 한 곳인 개성은 서울과의 직선거리가 39㎞에 불과해 재래식 장사포와 방사포 등을 동원한 기습 공격이 가능하다. 2003년 개성공단 착공 이전까지만 해도 개성공단 일대에는 2군단 소속의 6사단, 64사단, 62포병여단이 배치돼 있었다. 금강산 역시 그동안 관광객들이 이용하던 남북 통로에 군 부대가 배치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9·19 군사합의로 철거됐던 비무장지대 감시초소(GP)가 다시 설치될 가능성도 있다.

국방부, 최전방 감시태세 강화

앞선 김여정의 담화나 이번 총참모부의 입장문이 모두 북한 주민들이 볼 수 있는 노동신문에 게재됐다는 점에서 북한이 실제 군사 행동에 나설 공산이 크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 교수는 “북한이 내부 의사결정 과정을 단계적으로 공개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는 건 이례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NLL 등 접경지역에서 우리 군의 공격을 유도하고 이를 확전 빌미로 삼는 국지도발도 예상된다. 이날 밤까지 접경 지역과 해안선에서 북한군의 특이 동향은 나타나지 않았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과 박한기 합동참모본부 의장은 최전방 부대 지휘관들에게 감시태세 강화를 지시했다. 국방부는 “우리 군은 북한군의 동향을 24시간 면밀히 감시하면서 확고한 군사대비태세를 유지하고 있다”며 “북한이 군사적 도발 행위를 감행한다면 우리 군은 이에 강력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임락근/강영연/이정호 기자 rkl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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