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만원권이 안 보인다

입력 2020-06-16 17:39   수정 2020-10-08 16:31

5만원권 지폐가 극심한 품귀 현상을 빚고 있다. 초저금리로 시중에 유동성이 크게 풀렸는데도 5만원권은 오히려 자취를 감추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비상용 현금’을 보유하려는 수요가 늘어난 데다 경기 침체로 은행에 입금하는 중기·자영업자의 현금도 이전보다 줄었기 때문이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주요 은행들은 지점당 5만원권 지급량을 제한하고 있다. 일부 은행은 아예 현금자동입출금기(ATM)에서 5만원권 인출을 중단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입금되는 5만원권은 급감한 반면 인출을 요청하는 고객은 크게 늘었다”며 “한은에 5만원권을 지속적으로 요청하지만 공급이 안 되고 있다”고 했다.

한은으로 되돌아가는 5만원권도 줄었다. 한은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5만원권 환수액은 2590억원을 기록했다. 2014년 8월(1937억원) 후 6년 만에 가장 적은 액수다. 올해 3월(8554억원)과 비교해도 3분의 1이 채 되지 않는다. 환수율(한은 발행액 대비 환수액)도 같은 기간 48.25%에서 16.87%로 내려앉았다.<hr style="display:block !important; margin:25px 0; border:1px solid #c3c3c3" />"비상사태 대비 현금 쌓자"…中企·자영업자들 5만원권 '싹쓸이'

5만원권이 시중에서 자취를 감추고 있는 이유는 복합적이다. 우선 비상사태를 대비해 현금을 쌓아두려는 중기·자영업자가 급증했다. 경기가 침체되면서 유통되는 현금량도 줄었다. 카드 결제와 비대면 거래가 보편화된 것도 주요 원인이다.

대부분의 은행은 5만원권 부족 현상을 겪고 있다. 일부 은행은 본점 차원에서 전국 지점에 특별 지시를 내려보냈다. 고객에게 가능한 한 1만원권을 지급하고, 현금자동입출금기에 넣어두는 5만원권을 최소화하라는 게 골자다.

한 대형은행 영업점 직원은 “5만원권 3억원어치를 지점에 보내달라고 신청했는데 1억원밖에 받지 못했다”며 “‘대체 왜 은행에 현금이 없느냐’는 고객 항의가 빗발치고 있다”고 전했다. 중기·자영업자 비중이 높은 은행과 상호금융기관에 이 같은 ‘품귀 현상’이 더 극심하다는 게 은행권 전언이다.

지역조합 형태로 운영되는 농·축·수협은 지역 점포마다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각 은행의 지역 지부를 거쳐 신권과 사용권(구권)을 배부받는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지역농협 관계자는 “농가에서 농번기를 맞아 일용직에게 현금으로 임금을 지급하는 수요까지 늘어나면서 5만원권의 씨가 말랐다”고 말했다.

자영업자의 경기가 얼어붙은 것도 고액권이 사라진 배경으로 꼽힌다. 매일 수입을 정산해 은행에 넣는 자영업자 비중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입금 금액은 줄어든 반면 인출 수요는 늘었다. 비상 상황에 현금을 ‘최후수단’으로 가지고 있으려는 움직임이 커졌다는 게 업계 얘기다. 예·적금 금리(만기 1년 기준)가 연 0%대로 떨어지면서 은행에 둬도 이자를 거의 받지 못한다는 점도 한몫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영세 중소기업과 자영업자 가운데 코로나19 이후 하루 수입이 줄어 생업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아졌다”며 “코로나 긴급 대출을 받는 한편 위기에 대비해 현금을 갖고 있으려는 경향도 짙어졌다”고 분석했다.

한은은 지난 3월 말 이후 5만원권 재고량이 급감하자 한국조폐공사에 발주량을 대폭 늘렸다. 올해 연간 기준 5만원권 발주량은 작년 대비 네 배에 달할 전망이다. 정복용 한은 발권기획팀장은 “코로나19 이후 5만원권을 비상용으로 비축하는 움직임이 두드러지면서 때아닌 품귀현상이 빚어진 것으로 본다”며 “조폐공사에서도 발행 설비를 밤낮으로 풀가동하고 있는 만큼 조만간 수급 불균형이 해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발행까지 시차를 고려하면 하반기는 돼야 공급이 원활해질 전망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고객 대부분이 인출 시 5만원권을 선호하는 데다 1만원권보다 주조 및 관리 비용이 더 적은 점을 고려하면 5만원권 발권 수량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정소람/김대훈/김익환 기자 ra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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