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무리가 무리를 불러 서민 내집마련까지 막는 정부

입력 2020-06-17 18:09   수정 2020-06-18 00:19

집값이 들썩이자 정부가 어제 ‘6·17 부동산 대책’을 내놨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주택시장 불안조짐이 나타날 경우 언제든지 필요한 조치를 강구하고 주저없이 시행할 것”이라고 경고한 뒤 1주일 만에 나온 21번째 조치다.

정부는 이번 대책의 목표로 ‘투기수요 근절과 실수요자 보호’를 제시했다. 그러면서 △투기과열지구 확대 △주택담보대출 실수요 요건 및 전세자금대출 규제 강화 △재건축·재개발 사업 규제 강화 △주택 매매 및 임대사업자의 주택구입 억제 등을 담았다. 그런데 세부적으로 들어가 보면 정부 의도와 반대로 무주택 서민들의 내집 마련을 사실상 봉쇄하거나, 1주택자들이 주거여건이 나은 곳으로 옮겨가는 것을 어렵게 하는 내용이 수두룩하다.

이른바 갭투자(전세 끼고 매매)를 시장교란 요인으로 간주해 봉쇄하겠다며 전세자금대출 요건을 강화한 게 대표적이다. 지금까지는 전세대출을 받은 뒤 ‘시가 9억원 이상 주택’을 구입할 경우에 대출을 회수하던 것을, ‘3억원 초과 아파트’를 살 경우로 대폭 강화했다. 국민은행 조사결과 매매가 기준 서울 하위 20% 아파트의 평균가격은 3억9776만원이다. 이를 감안할 때 앞으로는 무주택자가 서울에서 전세대출을 받아 전세 살면서 다른 아파트를 전세 끼고 구입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게다가 잠실 마이스(MICE) 개발, 영동대로 복합개발 등이 추진되는 서울 송파구·강남구 일부 지역은 대지면적(아파트 지분) 18㎡ 이상 주택 매입 시 관할 구청장 허가를 받도록 했다. 강하게 부인해온 주택거래허가제까지 슬그머니 끼워넣은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줄곧 전세를 끼거나, 대출 받아 집을 사는 것을 모두 ‘투기 수요’로 간주해 규제하는 정책을 펴왔다. 그 결과 무주택자의 내집마련과 1주택자의 주거 이전이 봉쇄되는 부작용이 점점 커지고 있다. 6·17 대책이 나오자마자 부동산 커뮤니티마다 “평생 전세만 살라는 것이냐”는 실수요자들의 불만이 터져나온 이유다. 반면 ‘현금부자’들은 청약통장, 주택 보유 여부에 상관없이 가능한 무순위 청약(일명 줍줍)에 뛰어들어 자산을 더욱 불리고 있다. 3년 전 분양가가 적용돼 10억원 이상 시세차익이 예상되는 성수동 아파트 무순위 청약(3가구)은 현금만 17억~37억원이 필요한데도 26만여 명이 몰렸다.

집값 상승의 주요인은 시중에 부동자금이 1000조원을 웃돌 만큼 유동성이 넘쳐나는 데 있다. 이런 판국에 공급 확대는 없이 전세와 대출을 이용한 주택 구입을 막으면 계층 간 자산격차만 키우고, 집값 안정에는 도움이 안 될 것이라는 게 대다수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소위 친(親)서민 정부가 ‘내집, 더 나은 집에서 살고 싶다’는 서민의 꿈을 돕지는 못할망정 이토록 실망시켜서야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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