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익공유' 法으로 강제하면 '이익강탈' 된다

입력 2020-06-17 18:15   수정 2020-06-18 00:18

더불어민주당 일각에서 논란 많은 기업 간 ‘이익공유제’를 다시 법제화하려 하고 있다. 2년 전 20대 국회 때 민주당과 중소벤처기업부가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법’을 개정해 관철하려 했으나 ‘반(反)시장법’이라는 여론과 야당 반대로 무산됐던 내용 그대로다. 이번에는 슈퍼여당의 정책위원회 의장인 조정식 의원이 법안을 대표발의해 재계가 한층 더 긴장하는 분위기다.

이익공유제는 ‘대기업과 협력업체 공동노력으로 생긴 대기업 이익을 사전에 약정한 대로 나눈다’는 것이다. 법의 개념이 그럴 뿐이지 대기업과 무수한 1·2·3차 협력기업이 협력의 원리로, 관행적·현실적으로 그렇게 이익을 공유해왔다. 그런 기반에서 자연스럽게 대기업 중심의 산업 생태계가 구축됐다. 굳이 법제화한다면 세계에 유례 없는 법이 하나 더 생기는 꼴이다.

법으로 이익공유를 강제할 경우 문제점으로 경영계는 목표이익 설정이나 기여도 평가의 어려움, 기업혁신의 동기 약화, 주주권 침해 등을 들고 있다. 현실적이고 일리 있는 항변이다. 법제화될 경우 생겨날 ‘성과공유제 및 협력이익공유제 확산 추진본부’라는 식의 기구가 ‘평가·점검·독려’의 명분으로 어떤 일을 요구할지도 불문가지다. 입법을 밀어붙이는 쪽에서는 “자율로 될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자율’로 이뤄질 거면 법제화하는 것 자체가 모순일뿐더러, 막상 법에 담기면 실제로는 ‘강요·강제’가 되는 게 한국의 후진 행정 속성이다.

더 큰 문제는 기업과 산업생태계를 보는 왜곡된 시각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협력구조를 ‘상생·공존·자율’이 아니라 ‘착취·갑을·극한경쟁’으로 보는 인식이 우리 사회에 팽배해 있다. 하지만 수많은 중소기업이 대기업의 협력업체가 되길 바라는 것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대기업 협력 중소기업과 독립 중소기업 간의 생산성, 경영안정성 비교는 중소기업계의 해묵은 연구·논쟁거리지만 대외신인도와 평판, 금융대출, 후생복지 등에서 전자가 유리한 게 사실이다.

이익공유를 강요하면 기존 협력업체들끼리의 공고한 기득권 벽이 생길 공산이 크다. 유망 스타트업들이 설 자리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혁신경제’가 이런 게 아닐 것이다. ‘노동의 가치’를 내세워온 집단이 억지 공공근로, 무노동무임금 무시 등으로 오히려 노동의 가치와 중요성을 훼손하는 자기모순을 다시 보는 듯하다. 기업이 스스로 실행하는 이익공유라면 문제될 게 없다. 하지만 기부도 이익공유도 강요하면 강탈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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