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볼턴의 대폭로, 흔들리는 트럼프 재선 가능성

입력 2020-06-18 08:07   수정 2020-06-18 09:19



17일(현지시간) 오후 2시50분께만 해도 다우 등 뉴욕 증시의 주요 지수는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2시47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곧 출간할 예정인 신간 '그것이 일어난 방: 백악관 회고록'의 발췌록을 독점 보도했습니다. 심지어 필자가 존 볼턴 본인인 기사였습니다.
주요 지수는 직후 하락세로 급반전됐습니다.



보도된 책 내용은 충격적입니다. 2019년 6월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비공개 회동을 갖고 재선 지원을 부탁했다는 게 핵심입니다.

볼턴에 따르면 시 주석은 인권침해 논란이 일고 있는 신장위구르 지역에서의 강제수용소를 운영하는 이유에 대해 설명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이해한다. 추진하라"고 답했습니다.
그런 뒤 트럼프 대통령은 이슈를 미국의 차기 대선으로 돌려 "농민과 중국의 대두, 밀 수입 확대가 선거에 중요하다"며 시 주석에게 자신이 승리할 수 있게 지원을 부탁했습니다. 11월 대선에서 승부처가 될 농업 지역(farm states)에서 중국이 농산물을 더 많이 구매할 것을 요청했다는 겁니다.
트럼프는 '일부 미국 정치인들이 중국과의 새로운 냉전을 외치며 잘못된 판단을 하고 있다'는 시 주석의 발언에 대해 "민주당 내에서 중국에 대한 적대감이 크다"면서 시 주석이 자신을 지원하는 게 유리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또 2018년 12월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만났을 때도 시 주석이 "트럼프 대통령과 6년 더 함께 일하고 싶다"며 말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헌법상 대통령 중임 제한을 폐지해야 한다"고 답변했습니다.

볼턴은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 문제뿐만 아니라 모든 국가안보 분야에 대해서도 개인적 이익과 국가의 이익을 혼합시켰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직무 수행은 철학이나 큰 전략, 정책에 기반하지 않으며 트럼프의 이익에만 기반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볼턴은 2018년 4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약 1년 반 동안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사람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을 근접 수행한 만큼 그의 주장은 사실일 가능성이 큽니다. 그리고 이는 의회 조사와 또 한 번의 탄핵 추진 등으로도 번질 수 있습니다.



볼턴은 회고록 출간을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기밀누설 금지와 관련된 고용계약을 위반했다’며 16일 워싱턴DC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하자 이렇게 언론을 통해 책 내용을 공개하고 나선 것으로 보입니다.
볼턴은 ABC방송과도 독점인터뷰를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ABC 방송은 볼턴과의 인터뷰를 미 동부시간으로 오는 21일(일요일) 오후 9시에 방송하기로 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16년 대선에서 당선된 직후 '러시아 스캔들'이 불거져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마이클 플린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을 통해 러시아에 대선 지원을 부탁하고 당선되면 러시아 관련 제재 해제 등을 약속했다는 내용입니다.
이날 보도된 내용은 러시아 내통 의혹과 매우 유사해 '차이나 스캔들'로도 번질 수 있습니다.

다만 뉴욕 증시는 다우지수가 0.65% 하락하고 S&P 500 지수는 0.36% 내렸지만 나스닥은 0.15% 상승하면서 마감했습니다. 볼턴의 책 내용 보도가 하락반전에 영향을 주기는 했지만 엄청난 충격을 주지는 않은 겁니다.

이날 하락 반전은 볼턴의 폭로뿐 아니라 텍사스, 플로리다 등에서의 2차 확산세 증가와 렌터카업체 허츠의 신주발행 중단 발표 등이 합쳐진 결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한 월가 관계자는 “기술주들이 선전하면서 나스닥은 상승했다”며 “기술주들은 기본적으로 민주당지지 기업인데다, 위험회피 현상이 불거지면 매수세가 더 몰릴 수 있는 안전자산”이라고 말했습니다.

월가 관계자들은 트럼프 재선에 타격을 줄 수 있는 뉴스가 나왔음에도 시장이 큰 충격을 피한 이유로 세 가지 설을 제기했습니다.

① 시장은 이미 트럼프의 당선 확률을 낮춰왔다

CNBC는 이날 펜실베이니아 플로리다 등 6개 경합 주를 대상으로 12~14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을 48% 대 45%로 앞섰다고 보도했습니다.
2주 전 같은 조사에서의 1%포인트 차이가 났던 게 3%포인트로 더 벌어진 겁니다.
프리딕트잇 등 도박사이트 등에서도 한달여 전부터 트럼프의 당선확률을 바이든보다 낮게보고 있습니다.

RBC캐피털마켓츠는 지난 8일 미 증시가 더 이상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습니다. 지난 12개월간 S&P 500지수는 트럼프의 재선 가능성에 반응해 움직였지만 6월 초부터는 그런 현상이 사라졌다는 것입니다.

월가 관계자는 "Fed가 연말 실업률을 9.3% 보고 있는데 이런 수준에서 현직 대통령이 재선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며 "트럼프 캠프에서 전염병, 즉 자연재해 탓라고 둘러댈 수 있지만 엉망이었던 초기 대응이 화를 키웠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바이든이 당선될 경우 법인세가 트럼프 당선 이전으로 높아질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바이든이 당선된다해도 이런 엉망인 경제 상황에서 세금을 올리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누가 대통령이 되든 ‘경제 살리기’에 진력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② Fed에 중독되어 있어 트럼프 재선은 문제가 안된다.

또 다른 월가 관계자는 "금융시장은 아직 트럼프 재선에 대해 큰 관심을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이는 기본적으로 Fed 때문입니다. 증시 등 금융시장이 Fed의 무제한 돈 풀기에 중독되어 움직이고 있기 때문에 그 외의 이슈들은 별달리 먹히지 않고 있다는 뜻입니다. 이번 사태가 정치 스캔들로 크게 번져도 Fed가 계속 유동성을 지원하는 한 시장은 안전하다는 믿음이 퍼져 있습니다.



③ 아직 대선은 당면 이슈가 아니다

월가에서는 아직 대선을 본격적으로 다루지 않고 있습니다. 통상적으로 대선이 있는 해라면 6월께는 각 당이 전당대회를 열고 전국 유세를 다닐 때입니다.
하지만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대중을 모을 수도 없고, 각 지역 경선도 제대로 치러지지 못하고 있습니다. 관심은 코로나19 극복에만 맞춰져 있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결국 대선에서 누가 승자가 될 것인가는 올 가을에 코로나19가 얼마나 2차 유행될 것인지, 미국의 경기가 얼마나 빨리 반등할 것인지에 달렸다"고 말했습니다.

문제가 하나 더 있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지금 걱정꺼리는 코너에 몰린 트럼프 대통령이 뭔가 무리한 일을 벌일 가능성"이라고 말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위구르족 이슬람교도를 탄압한 중국 당국자들을 제재하는 법안에 서명했습니다. 지난달 말 초당적 지지를 받으며 미 하원과 상원을 통과했던 법안에 전격적으로 서명한 겁니다.
이는 중국이 내정간섭이라며 크게 반발해온 법안입니다. 게다가 볼턴에 따르면 위구르족 강제수용소는 트럼프가 시 주석에게 "추진하라"고 했던 겁니다.



월가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과의 관계에서 선명성을 부각하기 위해 더욱 더 중국을 압박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혹은 판세를 바꾸기 위해 전쟁이라도 벌일 수 있습니다. 전쟁이 터지면 현직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가 높아지는 경향이 있기 때문입니다. 안그래도 북한이 남북연락사무소를 폭파하는 등 한반도에서 불안한 정세가 불거진 상태입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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