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콥 할그렌 대사 "스웨덴 제품 사랑받는 이유? 韓 수준 높기 때문"

입력 2020-07-04 09:00   수정 2020-07-04 09:14

"한국과 스웨덴은 조선업·제조업, 자동차, 음악 발달…공통점 많아 친밀감 느낀다."
국내에서 스웨덴 브랜드들의 선전이 돋보이고 있다. 가구의 이케아, 패션의 H&M, 자동차의 볼보트럭코리아, 생활가전의 일렉트로룩스 등이 대표적이다. 한국 진출 초읽기에 들어간 세계 최대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인 스포티파이 역시 스웨덴 기업이다.

최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이슈가 본격화되던 시기 국내 언론들은 스웨덴 재벌 가문 '발렌베리가(家)'를 주목했다. 150여 년간 주식을 소유하면서도 한 사람이 경영권을 독점하지 않은 스웨덴 가문이 삼성전자의 모델의 될 것이란 분석도 나왔다.

갈수록 한국에 대한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스웨디시 파워'의 이유는 무엇인지 지난달 16일 서울 중구에 위치한 대사관을 찾아 야콥 할그렌 주한 스웨덴 대사(사진)에게 물었다.
한국의 첫 인상이 어땠나.
2018년 여름 한국에 부임했다. 오자마자 한국과 사랑에 빠졌다. 와서 보니 현지에서 알고 있던 것보다 훨씬 스웨덴의 영향력이 많이 퍼져 있었다. 볼보나 이케아뿐 아니라 음악 영화 패션 음식 등 여러 부문에서 스웨덴이 많이 알려져 있고 한국인들이 스웨덴에 호감을 갖고 있다는 사실도 놀라웠다. 한국 문화가 국제적으로 굉장히 높은 인지도를 갖고 있다는 점도 인상 깊었다.

이케아코리아·볼보트럭코리아 대표를 '플라워버킷챌린지' 다음 주자로 지목했는데.
이종원 주한 스웨덴 명예영사님이 플라워버킷챌린지(화훼농가 돕기 캠페인)를 하면서 제가 지목받았다. 저 역시 다음 사람을 지목해야 했는데 이케아와 볼보트럭이 떠올랐다. 이케아는 한국인 직원들이 많이 근무하는 스웨덴 기업이다. 프레드릭 요한손 이케아코리아 대표를 꼽았다. 박강석 볼보트럭코리아 대표는 주한 스웨덴 상공회의소 이사진이다.
스웨덴과 한국은 가까운 나라는 아니다. 그럼에도 공통점이 많은 편이다.
스웨덴은 전통적으로 조선업과 제조업, 자동차, 음악, 패션이 발달했다. 한국도 이 분야들이 발달했다. 굉장히 친밀감을 느끼는 대목이다. 또 한국에 삼성, 현대 같은 대기업들이 있는 것처럼 스웨덴에도 SKF(세계 최대 금속베어링 그룹), H&M, 일렉트로룩스 등 여러 대기업들이 있다. 발렌베리 가문도 마찬가지다.

양국이 척박한 자연 환경을 가졌다는 점도 비슷하다. 자연스럽게 수출 중심 산업구조가 만들어졌다. 단순 공통점을 넘어 한국과 스웨덴이 함께 할 수 있는 영역이 많다는 의미라고 생각한다. 최근에는 한국도 복지 등 '삶의 질'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양국이 서로 닮은 부분이 늘어나고 있다.

한국에서 스웨덴 브랜드가 사랑받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나.
한국 소비자들이 제품의 질을 중요시하고, 디자인에도 중점을 두는 등 수준이 높기 때문인 것 같다. 한국에 프리미엄 브랜드를 선호하는 환경이 조성된 덕분이란 생각도 든다. 지속가능성도 중요 포인트다. 기능을 중시하면서도 간편하고, 간결한 디자인과 품질에 포커스를 맞춘 점들이 한국 소비자들에게 어필한 것 아닌가 싶다.

스웨덴 브랜드가 강점을 갖는 또 하나의 이유는 역사다. 이케아는 역사가 80년이 넘었다. 볼보도 100년이 됐다. 수십년 동안 자기 영역을 계속 개척해온 회사들이다. 그런 역사가 스웨덴의 강점이다.

한국인에게 친숙한 볼보, 이케아, H&M은 모두 소비재들이다. 하지만 스웨덴은 전통적으로 산업재에 더 강하다. 오랜 역사를 갖고 있지만 대중적으로는 익숙하지 않은 스웨덴 브랜드가 더 많다. 일례로 창원에 볼보건설기계가 있다. 직원만 1500명이 넘는다. 예전 삼성건설기계를 볼보가 인수했다. 이처럼 산업 분야에 한국인들이 모르는 스웨덴 기업들이 상당히 많다.
스웨덴은 한국과 달리 합리적 사회문화를 가졌다는 평가가 많다.
두 나라의 역사가 다르기 때문에 직접 비교는 쉽지 않다. 예를 들어 스웨덴에선 노조 영향력이 강하다. 따라서 노동자들이 기업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다. 본인이 참여한 결정에 대해서 합리적으로 협의하고 결정에 따른다. 그 과정에서 논쟁이 발생하는 것은 당연하다. 합의가 필요하다는 것을 서로 인식하고 함께 논의 과정을 거치는 거다. 합의가 부족하면 효율성이 떨어지고, 이는 곧 사회의 효율성 저하로 이어진다. 모두를 위해서 필요한 절차이기도 하고 스웨덴 사람들은 그걸 인지하고 있다.
코로나19 대응이 이슈였다.
한국은 종전에 사스나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의 방역 경험을 살려 굉장히 대책을 잘 세웠다고 평가한다. 한국 정부의 빠른 대처가 감염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 물론 어느 누구도 앞으로 어떻게 될지에 대해서 완벽하게 알지 못하지만 한국은 방역 정책이 잘 갖춰져 있다. 장기적으로는 백신이 개발돼 이 문제들이 잘 해결되길 바란다.

스웨덴 브랜드가 앞으로 한국에서 더 성장할 수 있을까.
한국 시장은 경쟁이 치열하다. 신뢰할 만한 제품을 지속적으로 내놓아야 한다. 품질도 중요하지만 한국 시장의 특성을 제품에 반영하는 것도 필요하다. 이케아뿐 아니라 다른 브랜드들도 한국 시장에 잘 적응하고 있다고 본다. 한국 소비자들과 지속적 대화를 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 대부분 스웨덴 기업들은 한국에 대표를 따로 두고 있다. 이처럼 스웨덴 사정에도 정통하고 한국 시장도 잘 아는 게 성공의 비결이라고 생각한다. 스웨덴 기업의 DNA를 한국 시장에 맞게 적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속적으로 제품을 노출시키고 품질을 유지하는 노력이야말로 한국 시장에서 스웨덴 브랜드가 살아남을 수 있는 요인이라 판단한다.
스웨덴에 관심이 많은 독자들에게 한 마디.
지난해는 한국과 스웨덴이 수교를 맺은지 60주년 되는 해였다. 문재인 대통령이 스웨덴에 국빈 방문했고, 스테판 뢰벤 스웨덴 총리가 발렌베리를 포함한 70개 이상의 스웨덴 기업들과 함께 방한했다. 양국 교류가 굉장히 활발해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었던 해였다. 스웨덴의 한국 수출보다 한국이 스웨덴에 수출하는 양이 훨씬 많다. 스웨덴에서 활동하는 한국 기업들도 많다.

저 역시 양국이 좋은 관계를 지속하기를 원한다. 통상도 그렇지만 사회 전반과 서로의 문화에 대한 관심을 갖는 게 더 중요하다. 스웨덴에서는 통신이나 음악, 자동차 등 한국의 각 분야에 대한 호기심이 상당히 높아 지속적으로 발전해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양국이 앞으로 함께 서로 발전시켜 나갈 수 있는 잠재력이 높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
사진=최혁 한경닷컴 기자 choko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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