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 '아베저금'이 0이 되는데 걸린 시간

입력 2020-06-22 17:56   수정 2020-06-23 00:11

‘아베저금지수’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경제 성과를 평가하기 위해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미즈호종합연구소에 의뢰해 설계했다. 2012년 12월 취임 시점을 기준으로 실질 국내총생산(GDP)과 기업 경상이익, 광공업생산지수, 유효구인배율(일자리 수를 구직자 수로 나눈 고용지표) 등 4개 지표의 변화를 따진다. 1배를 넘을수록 정치·경제적 예금을 쌓은 것으로 해석한다.

경제지표 변화를 정권 안정도에까지 연결시키는 건 아베 내각의 지지율이 역대 어느 정권보다 경제 성과에 영향을 크게 받기 때문이다. ‘아베노믹스로 이룩한 경제성장’이 최대 치적이라는 점 외에 가장 큰 정치 기반이 20~30대 젊은 층이라는 것도 이유다. 젊은 층의 아베 내각 지지율은 60%를 넘는다. 취직을 잘 시켜준 정부였기 때문이다. 일본의 20~30대는 구직자가 ‘갑’인 고용시장을 즐긴 세대다. 중상위권 대학 졸업장이면 대기업 서너 곳을 골라 갈 수 있었다. 취업시장이 얼어붙으면 언제든 등을 돌릴 지지층이기도 하다.

아베노믹스 성과 1년 만에 '0'

경제 호황 덕에 ‘아베통장’의 잔액은 2018년 원금의 3.84배까지 불었다. 2019년 말 3.58배로 주춤했지만 아베 총리가 일본을 ‘잃어버린 20년(장기 경기침체)’에서 구해낸 지도자로 기록되는 데는 문제가 없어 보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전까지는 말이다. 그런데 미즈호연구소의 예상대로라면 올해 아베통장은 마이너스가 된다. 연말 실질 GDP는 2012년 수준으로 후퇴할 전망이다. 기업 경상이익과 광공업생산지수는 2012년의 0.91배, 0.93배로 떨어진다. 유효구인배율마저 0.93배를 밑돌면 마이너스가 확정된다. 아베노믹스의 성과가 ‘0’이라는 의미다.

내각 지지율(21.6%)과 정당 지지율(29.2%)을 더한 ‘정권안정도지수’는 아베저금지수의 자매 지수다. 50 이하면 퇴진 위기, 80은 안전, 100 이상은 반석을 다진 것으로 해석된다. 경제성적표 부진은 실시간으로 정권안정도지수에도 반영된다. 지난 5월 10일까지만 해도 88이었던 이 지수가 한 달여 만인 6월 18일 50.8로 추락했다.

지지율을 믿고 힘자랑하다 추락

2017년 5월 임기를 시작한 문재인 대통령의 저금지수는 어떨까. 실질 GDP는 2017년 1761조원에서 올 1분기 1825조원으로 1.03배가 됐다. 광공업생산지수(105.5→105.2)와 고용률(66.6→65.8)은 각각 0.997배와 0.988배로 소폭 후퇴했다. 하지만 2017년 6.10%에서 올 1분기 4.14%로 떨어진 기업 경상이익지수(0.67배)를 감안하면 문재인저금지수는 이미 올 1분기 마이너스로 전락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을 -1.2%로 전망했다. 이 같은 암울한 전망대로라면 마이너스 잔액이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반면 6월 18일 기준 문재인 정부의 정권안정도지수는 98(대통령 지지율 55%, 더불어민주당 지지율 43%)로 꽤 높지만 결국에는 마이너스인 저금지수가 반영돼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

지지율을 믿고 힘자랑한 것이 아베 총리의 추락을 부추겼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아베 내각은 친정부 인사를 차기 검찰총장에 임명하기 위해 검찰청법을 바꾸려 했다. 정치에 무관심한 젊은 세대까지 반대하고 나섰지만 높은 정권안정도지수를 과신한 탓인지 요지부동이었다. 하지만 이 인사가 내기도박으로 낙마하자 아베 총리도 한 달 만에 퇴진을 걱정하는 상황에 몰렸다. 아베저금이 몇 개월 전만 해도 잔액 부족 상태에 빠지리라고 상상도 못했던 만큼이나 여론의 변심은 극적이었다.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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